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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ontypist Jul 25. 2019

<Unknown Pleasures>

바이닐 컬렉션 004: Joy Division, 1979


1976년 영국 맨체스터, 당시 펑크붐을 이끌던 섹스 피스톨즈(Sex Pistols)의 기교 없이 단순하게 몰아치는 공격적인 사운드에 공감한 이들이 4인조 밴드 바르샤바를 결성했다. 바르샤바는 RCA 레코드와 계약하고 녹음까지 진행하지만 사운드의 방향성을 비롯한 여러 이유로 갈등을 빚은 끝에 레이블을 나와 조이 디비전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첫 EP를 발매하게 된다. 이후 다시 팩토리 레코드로 옮긴 이들은 1979년 데뷔 앨범인 본작 <Unknown Pleasures>를 발표했다. ‘위안부’라는 불편한 이름을 지닌 이 밴드의 음악은 펑크를 근간으로 하면서도 공격성보다는 음울함이 더 두드러졌는데, 여기에는 간질과 우울증에 시달리던 보컬 이언 커티스(Ian Curtis)의 캐릭터가 크게 작용했다. 커티스는 조이 디비전의 많은 곡과 가사를 썼을 뿐 아니라, 짐 모리슨(Jim Morrison)을 떠올리게 하는 유령 같은 저음의 보컬과 발작적인 막춤 퍼포먼스로 공연에서 기이한 카리스마를 내뿜은 대체 불가능한 프런트맨이었다. 그러나 그의 위태로운 삶은 예상보다 훨씬 이른 시점에 자의로 종결되었고, 그의 죽음 전과 후에는 각각 <Unknown Pleasures>와 <Closer>라는 앨범 한 장씩만이 남게 되었다.



<Unknown Pleasures>는 1970년대 말부터 형성된 ‘포스트 펑크’라는 흐름을 대표하는 앨범이다. 펑크의 스트레이트함을 가져가면서도 각기 다른 음악적 시도를 통해 고유한 사운드의 창조를 모색한 이 장르에서, 조이 디비전은 미니멀한 접근과 강조된 공간감으로 당대 가장 진화된 펑크의 한 형태를 제시했다. 밴드의 이러한 사운드는 프로듀서 마틴 해넷(Martin Hannett)의 영향이 컸는데, 그는 스튜디오 기술의 사용에 부정적인 기존의 펑크가 어떤 면에서는 보수적일 수 있다고 여겼고, 이 앨범의 녹음에서 다양한 비관습적 기술과 효과를 사용했다. (“Insight”에서는 거리감을 획득하기 위해 전화선 상으로 보컬을 녹음하기도 했다고.) 해넷의 이러한 접근에 당시 커티스와 스티븐 모리스(Stephen Morris)는 공감했지만, 더 날 것의 강한 톤을 원했던 버나드 섬너(Bernard Sumner)와 피터 훅(Peter Hook)은 불만을 갖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 앨범의 사운드는 곧 조이 디비전의 사운드가 되었고, 황량하게 텅 빈 공간에 울리는 듯한 불길하면서도 강렬한 음악 스타일은 이후 고딕 록이라는 장르를 파생시키기도 했다.



워낙 어두운 음악이어서 첫 발매 당시의 반응은 그리 대단하지 않았지만, 밴드가 (이 앨범에 수록되지는 않은) 싱글 “Transmission”으로 주목받기 시작하고, 이듬해 커티스의 자살과 후속작 <Closer>의 발매로 인기가 높아지면서 재발매되어 히트했다. 비평적으로는 당대에도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오늘날에는 거의 만장일치 수준의 압도적 지지로 굳어진 상태다. 특히 헤비메탈류와는 다른 방향의, 스트레이트 하면서도 예술성이 발휘되는 록 음악을 즐기는 팬들에게 이 앨범은 음악적 경험의 필수적인 한 과정으로 여겨진다.



<Unknown Pleasures>의 커버 아트워크는 조이 디비전의 음악 이상으로 잘 알려진 록 음악의 아이콘 이미지인데, (2015년에는 빈스 스테이플스(Vince Staples)의 앨범 <Summertime ‘06>의 커버가 이 앨범의 아트워크를 참조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디자이너는 팩토리의 클럽 포스터들을 디자인하곤 했던 피터 새빌(Peter Saville)이었다. 음반 커버를 음반 홍보 지면이나 포장이 아닌 회화의 캔버스 같은 순수 표현 공간에 가까운 것으로 여겼던 새빌은 과감하게도 밴드명이나 제목 같은 기본적인 정보조차 없이 검정 배경에 흰색으로 그려진 파장들의 이미지만 배치한 디자인을 제시했다. 이미지는 <캠브리지 백과사전>에 수록된 펄서 CP 1919의 전파 스펙트럼으로, 기존 이미지를 차용해서 의외의 맥락에 가져다 놓는 디자인 방식을 즐기는 그는 이 이미지를 흑백 반전시키는 것만으로 어두운 공간에 거칠고 불안정하게 울려 퍼지는 듯한 이 앨범의 사운드를 반영하는 디자인을 완성했다. (내부 슬리브에 커버 이미지와 같은 크기로 놓여 있는 이미지는 랄프 깁슨(Ralph Gibson)의 유명한 사진 “Hand Through a Doorway”인데, 새빌은 당시에는 출처를 알지 못했다고 한다.) 이는 당대의 여타 록 밴드 앨범 디자인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세련된 방식이었는데, 새빌의 단호함은 과시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오늘날 조이 디비전은 여전히 많은 열성 팬을 지닌 밴드이고 이 앨범 또한 역대 최고의 명반 목록에서 항상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조이 디비전을 좋아한다는 것 자체가 누군가를 특정한 문화적 취향이나 유형의 캐릭터로 판단하는 유력한 단서로 간주되기도 한다. 중2병, 우울증 코스프레, 어설픈 힙스터 흉내 같은 선입견들이 그것인데, 21세기에 조이 디비전 팬임을 과시하는 듯한 사람을 보면 민망함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런 허세와 편견에 묻히기엔 음악이, 노랫말이, 음반에 새겨진 이미지가 너무 아깝다.




바이닐 컬렉션 #004

뮤지션: 조이 디비전 Joy Division

타이틀: Unknown Pleasures

발매일: 1979.6.15

장르: 포스트 펑크 / 고딕 록

레이블: 팩토리 Factory - 라이노 Rhino

제조국가: 미국

버전 발매 연도: 2015

카탈로그 넘버: FACT 10, R1-465628

바코드: 825646183906

기타: 2007년 리마스터 / 180 Gram / 텍스쳐 슬리브


트랙 리스트
A1. Disorder *

A2. Day of the Lords *

A3. Candidate

A4. Insight *

A5. New Dawn Fades

B1. She’s Lost Control *

B2. Shadowplay *

B3. Wilderness

B4. Interzone

B5. I Remember Nothing

*는 추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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