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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룸은귀여워 Jul 22. 2020

마약중독자의 뮤직스토리
'타쉬 술타나'

과거를 씻고 스스로 월드뮤지션이 된 타쉬 술타나(Tash Sultana)

마케팅 기술은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점차 발전하고 있다. 요새 가장 유행이며 또 소비자의 마음을 잡을 수 있는 방법으로는 '스토리텔링'이 있다. 사물이든 사람이든 서사를 부여하여 소비자로 하여금 자기와 동일시시키거나 관심을 갖게 하는 방법이다. 일반 사람들보다 더 풍부한 감성을 가진 뮤지션의 경우 더 많은 사건을 겪으며 흥미로운 스토리를 공유한다. 특히 해외 아티스트들은 한국보다 마약 접근이 더 쉬워서인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 아티스트들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이들의 정신건강 문제는 비단 오늘 내일 문제가 아니다보니 아티스트가 직접 '약을 끊은 지 00일 됐다' 라고 말할때면 내가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호주 역시도 이런 문제로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 그 중 중독자에서 버스커로 그리고 전세계 투어까지 진행한 아티스트 얘기를 해볼까 한다. 

출처: 타쉬 술타나 공식 페이스북

멜번에서 나고 자란 뮤지션 ‘타쉬 술타나(Tash Sultana).’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에도 멜번에 가 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운이 좋았다면 타쉬의 길거리 공연을 봤을 지도 모르겠다. 원퍼슨밴드(멤버가 한 명인 밴드로 보컬, 작사, 작곡, 악기 등 1인 다역을 해내는 사람)로도 알려진 타쉬는 3살때 할아버지에게 기타를 선물받고 그 뒤로 쭉 음악에 빠져 살았다. 그러던 중 17세때 친구의 집에서 '매직 머쉬룸(환각작용이 있는 마약의 일종)'을 뿌린 피자를 먹고 '배드 트립(마약 복용으로 생길 수 있는 불쾌한 경험)'에 빠진다. 9개월간이나 이 배드 트립으로 치료를 받아야했고 음악에 손조차 댈 수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 치료를 받던 어느 날 방에 들어가 기타를 다시 쥐게 되었고, 말 그대로 다시 살아나게 됐다. 그 뒤로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음악을 해왔고 버스킹에 도전하게 된다. 


[Busking] Tash Sultana - Brainflower

처음 버스킹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일을 구할 수가 없어서였다. 스스로 돌아봐도 일을 할 수가 없는 상태였기도 했고, 일을 찾더라도 지속할 수가 없었다. 덕분에 2009년부터 2015년까지 멜번에서 버스킹을 하며 본격적으로 음악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듬해 2016년 SNS에 올린 "Jungle" 영상이 5일만에 1백만 조회수를 달성하고, 단숨에 멜번의 버스커에서 호주를 넘어 전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됐다. 그 해 호주 신인상 'Unearthed Artist of the Year'에 선정되고, 호주 음악산업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라디오 음악 방송국 '트리플제이(Triple J)'의 올해의 탑100 곡 리스트에도 “Jungle”과 “Notion”이 각각 3위, 32위에 올라갔다. 그리고 이 기세를 이어2017년에는 해외 투어까지 성공시킨다.  


[Live] Tash Sultana – Notion

약 20개의 악기를 다룰 줄 아는 타쉬는 원퍼슨밴드로도 잘 알려져있다. 악기를 치는 동안 일정 부분을 녹음하고 그 위에 또 다른 사운드를 순차적으로 녹음해 여러 사운드를 한 번에 재생시킬 수 있는 '루프 페달’ 덕분이다. 거리에서도, 홈레코딩에서도, 콘서트에서도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관객들의 입을 떡 벌어지게 한다.  

 “난 다행히 긴장하는 편이 아니다. 물론 수 많은 관객들이 내 시야에 들어온다, 하지만 첫 기타 스트럼이면 충분하다. 음악을 할 때면 내가 내 자신 안으로 빠져 들어간다.” 


Tash Sultana - Blackbird (Live at Tiny Desk Concert)

2018년 발매한 데뷔 앨범 [Flow State]. 심리용어로 ‘몰입 상태’라는 뜻이다. 주위의 모든 잡념, 방해물들을 차단하고 한 곳에만 정신을 집중하는 상태다. 음악을 대하는 타쉬의 자세를 잘 보여주는 단어로 제목처럼 홀로 전수록곡의 작사, 작곡, 편곡, 프로듀싱은 물론이고 기타, 피아노, 색소폰, 플룻을 포함해 모든 악기를 직접 연주했다. 이 앨범은 사이키델릭 록으로 구분되는 데, 마약을 복용하고 연주하는듯한 '몽환적인 음악'이라고 소개된다. 타쉬 술타나의 곡들을 들어보면 전체적으로 몸이 가벼워지는 듯한 일렉트로닉 비트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 위에 기타를 비롯해 다양한 악기 사운드를 얹고 비트박스까지 올린다. 이런 트랙들을 하나씩 쌓아 멜로디를 만들고 중간 부분부터 속삭이는 듯하면서도 강렬하고 인상적인 보컬까지 얹어 타쉬 술타나 표 노래를 완성시킨다.  


Tash Sultana - Jungle (Live Bedroom Recording)

정신과 용어 중에 '승화(Sublimation)'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본인이 갖고 있는 문제를 긍정적으로 풀어내는 것을 말한다. 17세라는 어린 나이에 정신과 치료를 받을 정도로 한 때 힘든 시기를 겪은 타쉬 술타나. 자랑할만한 과거는 아니지만 이 때의 일을 반성하고 음악으로 자신의 거칠었던 정글을 음악으로 승화시켰다. 

"한 동안 나는 내가 꿈 속에 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의식없이 죽은 상태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그 중 단연 최악이었던 점은 내가 내 스스로에게 저지른 일이었다는 것이다. 그 누구도 탓할 수 없이 내 책임이었다." 
출처: 타쉬 술타나 공식 페이스북

뮤지션들의 뮤지션, 타쉬 술타나. 지금은 화려해보일 지 모르지만 험난했던 과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결과물을 얻어냈다. 한때 소위 말하는 ‘비행청소년’이었을 지 모르지만, 자신의 시행착오를 발판삼아 새 스토리를 쓰고 있다. 어느덧 팬들과 아티스트들에게 귀감이 된 타쉬. 아직 20대 중반인 이 아티스트는 앞으로도 인생을 살아가며 수 많은 정글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때마다 음악에 몰입했던 자신을 기억하며 꾸준히 음악으로 승화스토리를 이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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