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 지인의 지인분께서 부탁하여 작업한 초상화.
화가로 살면서 의뢰받은 초상화는 2-3번 정도 그려 봤는데… 그릴 때마다 느끼는 건, 너무 어렵다는 것.
하지만, 평소 내 작업을 좋아하시는 분이었고, 간곡히 부탁을 하시는 바람에 그려보기로 마음먹었다.
처음엔 강아지만 그려달라고 부탁을 하셨지만, 사진 자료를 받으면서 비슷한 시기에 고인이 되신 아버님의 모습도 함께 그리는 걸로 최종 결정.
이 그림은 내 그림의 평소 스타일과는 약간 다른데, 의뢰인이 제공해주신 아버지와 반려견의 사진을 참고하여 최대한 비슷하게 그리는 게 더 의미가 있을 것 같아 그렇게 작업 방향을 잡았다.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을 경험하는 일은 여러 의미로 어려운 일이다. 그분들의 생전의 모습을 이미지로 표현한다는 것 또한 조심스럽고 매우 어려운 일이다.
여러 장의 사진과 약간의 이야기들을 토대로 작업 계획을 세우고 내가 느낀 고인의 모습을 표현해 보았다. 고인의 마지막 모습보다 젊을 때의 모습, 노견인 살구도 조금 더 털이 풍성하고 발랄했던 때를 그렸다. 건강하고 젊었을 때의 아버지와 살구가 가족들을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다.
부디, 아버님과 살구가 하늘나라에서도 만나 행복하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