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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연 보는 휘 Mar 20. 2020

COVID-19와 연극 뮤지컬 연구자들

셧다운과 자가격리 속 연극 뮤지컬 연구자들



아카이브와 자료 조달


"NYPL 내일 문 닫는대."


학교가 문을 닫은 지 이틀 여, 동기 단톡 방에 올라온 메시지에 뒷머리가 쭈뼛 섰다. 그렇겠지, 그렇겠지 싶었지만 예상보다 훨씬 빨랐던 탓이다. 70년대 뉴욕 연극 수업에 낼 학회 페이퍼 과제로 Pan-Asian Repertory Theatre를 연구하려고 했는데. 그러려면 뉴욕 공립 도서관 Performing Arts Research Collections와 The Theatre on Film and Tape Archive (TOFT)는 꼭 들러야 하는데 어쩌지? 당일 예약은 안되는데? 메시지를 받고 도서관 홈페이지를 확인하자마자 헐레벌떡 링컨 센터로 나섰다. 5시에 닫는데 도착하면 2시일 것 같았다. 제발 Walk-in 자리가 있어라 있어라.


다행히 현장 자리가 있어 TOFT에서 연극 두 편 비디오 녹화 영상을 보고 원하는 아카이브 clippings도 인계받아 자료 사진을 남겨올 수 있었지만, 순간 그럴 수 없는 연극 연구자들에 대한 생각이 났다. 나야 수업 과제라 아카이브에 못 들어가게 되어도 주제를 바꿀 수 있지만, 연구에서 중요한 시점에 당면한 사람들은? 해외에서 뉴욕 소재 아카이브까지 와서 자료를 찾으려던 사람들은? 아무리 온라인 아카이브를 잘 구축해놓으려고 해도 기존 자료가 지나치게 많아 온라인 아카이브는 고작 전체 아카이브 자료의 한 자릿수의 퍼센트밖에 안된다고 이야기하던 뉴욕 공립 도서관 사서의 말이 생각났다. 곧 학교에서 비빌리오그래피 리스트 후보에 있던 상호대차 책이 취소되었다는 메일이 왔다.



학회와 교내 사정


공식적으로 학교를 닫은 다음 날, 마지막으로 연극 과방에 갔던 생각을 했다. 당장 필요한 모든 논문과 연극 대본을 대량으로 뽑고 있던 내 옆에는 선배 두어 명이 머리를 싸매고 앉아 학회 팀과 스카이프로 토론을 하고 있었다. 학회를 취소해야 해? 미루는 건? 미뤄봤자 그때까지도 이러면 어떻게 해? 온라인으로 하는 건 어때?


거진 1년을 준비하던 학회라는 것을 안다. 내가 발표하기로 되어있던 학교에서도 외국에서 오는 학생을 온라인으로 돌리는 조치만으로는 어렵다고 느껴졌던지 전체 학회를 화상으로 진행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학교에서 학회 여행비 지원금을 막겠다는 조치가 떨어졌다. 해외 연극 관람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독일로 가기로 되어있던 친구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간다 한들 이미 독일은 정부 차원에서 극장들을 셧다운 한 상황이었다.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가 조명을 끄기 전이었다.


출판 작업을 멈췄다. 4월 중순에 진행 예정이었던 부스 연극 시상식도 긴급회의를 열었다. 오프라인 시상식과 대담 대신 웹사이트를 구축하기로 했다. 어떻게 하면 대체 웹사이트가 연극 연구자들의 학술적인 접근이자 아카이브가 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



수업 출강


(현장 수업을 기본 인프라로 잡고 있는 학교에서는 어느 전공이건 현장 수업이 더 편하리라는 걸 전제에 두고.)


우리는 박사 2학년부터 뉴욕시립대학교 산하 대학교에 출강을 나간다. 시립학교이다 보니 사립학교에 비해 학생의 배경이 다양하고, 원격 수업에 참여할 수 없는 사정에 처한 학생이 많았다. (인터넷/컴퓨터의 부재, 자가격리 상황에서 아이 양육 등--우리 학교가 뉴욕에서 가장 늦게 원격 수업으로 전환된 이유) 다행히 학교에서 인프라를 제공하여 어느 정도는 해소되었지만, 아직은 시범단계다.


출강하는 선배들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우리는 주로 연극과 수업을 가르치기에 현장성에 크게 좌우되는 편이다. (연기 기초 수업 전반 / 연극 관람 / 수업 중 연극 장면을 시연하는 등) 실라버스를 수정하고 원격 수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1주일의 유예가 주어졌다.



연극 현장


3월 12일 오후 5시, 브로드웨이의 조명이 전부 꺼졌다. (4월 13일 재개 예정) 국내 인터파크/예스 24에 비준하는 사이트 티켓마스터의 고객센터는 아직까지도 먹통이다.


시상식 회의 중, 선배 한 명이 뮤지컬 <Frozen>의 스태프 중 한 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며, 자기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불안을 너스레를 떨며 풀어놓았다. 객석과 더불어, 좁은 백스테이지와 어셔 대기실, 접촉이 많은 무대 위, 한국 극장보다 좁고 복잡한 로비를 떠올렸다. 연극 뮤지컬은 필연적으로 셧다운 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 웨스트엔드의 지인에게서 모 연극은 어셔를 전체 해고하였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 수업에서 8년 간 인큐베이트 하고 워크숍 하고 리허설을 거친 작품이 엎어졌다는 소식 역시 들었다. 시즌 별로 돌아가는 연극 뮤지컬 업계에서 공연이 엎어지는 건 실직 혹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장기 무급 휴가를 의미한다. practice as research (연극 제작 과정을 방법론으로 삼아 연극 뮤지컬을 연구하는 것)로 연구하고 있던 연구자들은 한 학기, 더 심하면 1년 프로젝트가 늦춰지거나 아니면 아예 엎어질 것이었다. 그 연구자들의 연구에도 펀딩이 걸려있을 테다. 학교 친구들과 교수님의 작품 역시 엎어지거나 지연되었다. 메인 브로드웨이 역시 문제겠지만, 페스티벌이나 소규모로 진행되는 작업은 더욱 불투명하다.


연극 뮤지컬은 라이브/원격 상영이라는 새로운 돌파구를 고민하는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현장성의 매력 역시 포기할 수 없기에 지금 소규모 제작자들은 도박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일단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을 버텨볼 것인가, 아니면 녹화/원격 상영의 돌파구를 찾을 것인가. 봄철 상연이 막힌 지금, 여름철 상연은 이미 스케줄이 잡혀있기에 새 둥지를 찾지 않는 이상 전자는 어려운 선택일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같이.


연극 뮤지컬 연구/제작은 기본적으로 공동체 단위로 이뤄진다. 같이 모여 공연을 올리고, 학생들 사이에 섞여 가르치고, 현장에 뛰어들어 연구한다. 500명 관객 속에 섞여 소재를 찾아다닌다.


이 상황이 오기 전까지는 연극 뮤지컬 연구가 공동체 기반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피부로 느끼지 못했다. 미지성에 대한 불안과 고립감은 생각보다 빠르게 우리 학교 연극과 학생 공동체와 뉴욕 연극 뮤지컬계를 덮쳐왔다.


그나마 다행인 건, 연극 뮤지컬계가 집단적 노력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하단에 그 집단적 노력의 흔적을 몇 가지 첨부한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도움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울 테다.


불안, 무지한 불안에 기인한 혐오, 고립감, 환멸을 사람의 따스함으로 치유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Online Theatre Events Database: https://docs.google.com/spreadsheets/d/1AFmDdXNFUYwZagAniWG5wX7FLLRpI0xOM6HGj_ponxw/htmlview#gid=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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