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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어블릭 Aug 27. 2019

동요만 아는 엄마

언제부터 나는 동요만 알게 된 거지? 

어쩌다 알게 된 가요, 

어쩌다 흘려들은 팝송, 

어쩌다 듣게 된 클래식..

몇 달 전 유튜브의 김창옥 교수님의 강의를 찾다 이렇게 저렇게 해서 한국 가요를 링크를 하게 되었다. 

(이것의 유투부의 무서운 점, 한번 시작하면 계획하지 않았던 링크에 도착하게 된다. ) 

한국의 Heize라는 가수였는데, 너무 마음에 드는 것이었다.

언니와 친구들에게 메시지를 넣었다.


"언니, 헤이즈란 가수 노래 너~~~~ 무 좋더라. 그런 가수 있음 나에게 추천해 주지 그랬어?" 

"헤이즈? 그게 누군데? 

"몰라?"

"몰라." 

"..." 

"가요는 듣니?"

"풋, 동요만 듣는다. 레오 엄마, 넌 안 그런 거처럼 하지 마!!" 

".... 풋, 나도 그래 "


아이들이 태어나면서부터, 아이들을 음악교실에 데려다주면서, 끊임없는 아이들 행사로 나 역시 아이들 동요는 모르는 게 없는 엄마가 되었다. 그런데 라디오에서 잠시 흘려듣는 노래를 제외하고는 제목이나 가수 이름 제대로 알지 못하는 현실이 되었다. 아이들이 음악교실에서 듣게 되는 동요를 모르면 난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부르기 위해 그 가사를 끝까지 외우고, 멜로디를 연습했는데....


학생 시절, 미혼시절에는 모르는 국내 가수뿐만 아니라 해외 팝까지 모르는 게 없을 정도로 그렇게 부지런히 음악을 들었는데.... 나는 언제부터 동요만 아는 엄마가 된 거지??



자기가 듣고 싶은 건 듣는 남편분, 

신기한 건, 내 남편은 참 많은 노래를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남자분은 퇴근을 하고 집에 도착하면 우선 본인은 컴퓨터에서 음악 리스트를 꺼낸다.  그리고 한 달에 한번 음악 잡지를 구입한다. 그리고 추천하는 음악들을 컴퓨터 다운을 받은 후, 본인의 Ipod에 저장을 한다. 그리고 출퇴근 시에 음악을 신나게 들으며 운전을 한다. 


언젠가 남편 앞으로 Vanessa Fernandez라는 가수의  CD가 도착했다. 

"어, 새로운 CD네? 언제 주문했데? "

" 어, 도착하길 한 달이나 기다렸네~아구 좋아 "라고 아주 신나 한다. 

그 시디는 먼 나라 싱가포르에서 바다 건너, 비행기를 타고, 이 먼 나라 독일까지 도착했다. 

어떻게 이 가수는 찾았데? 도대체..


"내가 독일에서 이 여가수 시디를 소장한 유일한 사람일 거야. 후후후. 우리 이쁜 녀석들 아빠한테 와봐, 아빠 음악 CD 도착했다~~~~~"며 아주 크게 음악을 플레이해주신다.

매번 이렇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레게 뮤직에서 가끔씩 헤비메탈도 아빠 덕분에 종종 듣게 된다. 

나는 아이들과 내가 아이들을 위해 빌리는 클래식 CD는 도서관에서 빌린다.  아이 들 거 우선, 그리고 함께 들을 수 있는 음악들로..  그래서 내 머릿속에는 아이들 음악으로만 가득 차 있나 보다. 




엄마 플레이리스트 

얼마 전부터 나도 내 음악 리스트를 구성해 보았다. 나를 위한 리스트!! 언젠가 좋은 음악, 좋은 노래 몇 가지는 막힘없이 부를 수 있는 날을 고대하며 말이다.  


1. 조깅 음악

2. 브런치 음악

3. 독서 음악

4. 드라이브 음악 

이렇게 말이다. 


남편은 "아, 자기 음악 듣다 보면 잠이 들 거 같아~~~~~뭐가 이래..!"라고 리스트 구성을 바꿔달라고 하지만 난 "노!"라고 말을 한 뒤, 가수 이름이랑 제목, 텍스트를 기억할 때까지 쭈~~~~ 욱 들을 것이라고 말을 했다. 


아이들은 주말 오전에 내가 음악을 듣고 있으면 몇 초도 지나지 않아  "엄마, 동요 틀어주세요~~~"라고 졸랐다.

왜냐, 나는 항상 아이들 취향에 맞춰 음악을 틀어주고, 뻣뻣하게 춤도 쳐줬으니까. 


아빠에겐? 네버, 네버.. 아이들도 아빠가 음악 감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방해하면 아빠가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상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 역시 몇 번의 시도 끝에 요즘에는 노래 세곡 정도가 끝이 날 때까지는 나를 음악 감상을 하게끔 놓아준다.(휴우~~~)



도서관에 가서  Putumayo라는 레이블의 시디를 구입하거나 빌렸는데, 씨디들이 대부분 음악들이 잔잔하고, 아이들과 함께 듣기 좋은 음악들로 구성이 되어있다. 나에게도 좋고, 아이들에게도 좋은 음악들 말이다. 좀 나에게 감상할 여유를 주겠지..라는 기대감에  


이제 나도 챙겨야지~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은 무조건 챙기고, 아이들의 중요한 모임은 체크를 하고 있던 나, 언제부터인가 나를 위한 음악을 듣는 것을 잊고 살았다. 나를 위해 메모를 하고, 기억을 하고, 좋아하는 것들도 챙기게 되는 나를 고대하며 오들도 나는 나의 음악을 듣는다. 

언젠가는 아이들도 엄마가 좋아하는 음악이 있다는 것도 인식하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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