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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어블릭 Nov 15. 2019

그래, 오늘 엄마의 하루는 정말 꽝이었지?

완벽한 엄마여야 한다는 스트레스, 이제는 좀 벗어볼까나?  

이이들이 있는 부모로서, 제일 하기 힘든 것 중에 하나가 부모로서의 실수를 인정하고,

아이들과 본인 스스로를 자유롭게 풀어주는 것이다. 


시계를 초조하게 바라보았다. 

검토해야 할 계약서도 많고, 다시 한번 읽어봐야 할 이메일들도 많다. 

12시 퇴근해야 할 시간..

새벽 다섯 시 반에 일어나 아이들과 남편 도시락을 싸고, 아이들을 등교, 등원을 시키고 회사에 출근한 게 4시간 전인데, 이제 퇴근해야 한다. 


자동차를 운전하며 다시 한번 시계를 바라보며, 집으로 가고 있는 길, 아들이 전화를 한다. 

"엄마~~~~ 어디야? "

"대학교 지나가고 있는 중~"

"얼마나 걸려요?"

"음.. 2분 정도? 100까지 세고 있어봐~그럼 엄마가 도착할 거야~"

"알았어요~" 뚜뚜뚜


집에 도착하니,  점심으로 파스타 대신 미역국이 먹고 싶다고 한다. 

흠... 어제 먹었는 걸?

그냥 흘려듣고 점심을 먹이고, 피곤해하면 징징 대는 아이를 숙제를 시키니, 수영교실 시간이다. 

푸....

"난 놀 시간이 전혀 없어!!"

"집중해서 숙제 후딱~ 끝냈으면 놀 시간 있었잖아. 어제도 놀고, 그제도 친구 집서 놀았는데 뭔 소리야~" 

서로 한숨 쉰다. 

'나도 놀고 싶다....' 

운전을 부랴부랴 해서 아이를 데려다주고, 도서관에서 빌린 책과 CD를 반납하니, 다시 큰아이 픽업 시간... 그리고 딸아이 픽업... 운동 수업.. 그리고 저녁.. 이렇게 내 하루가 갔구나...


이렇게 정신이 없게 오늘 하루를 보냈는데, 숙제하기 싫어하며 징징 대는 아이를 보며 내가 신경이 굉장히 날카로웠나 보다. '이게 뭐 하는 짓 이래?''누구 좋자고 하는 일 이래''나 때는 학원 보내주면 감사합니다~~~'이랬는데..

등등 수많은 혼잣말들이 머릿속으로 생각을 하며 기분 좋게 퇴근한 남편이 방금 갓 도착한 시디를 들으면 노래를 부르는데 어찌나 여유로워 보이던지...그 크게 튼 노래마저 신경에 거슬렸으니..내가 기분이 상당히 안좋긴 안좋았나보다. 



아이들에게 솔직하게 말하는 게 어쩌면 

이것저것 둘러말하는 것보다 더 큰 효과가 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려고 하는데 큰아이가 내게 말한다. 

"엄마 오늘 하루 종일 왜 그렇게 심통 맞아?"라고...

"...... 그래?"

"응, 말하는 것마다 톡톡 쏘아붙이는데?"

"나 오늘 기분 굉장히 안 좋아."

"왜?"

"새벽부터 일어나서 일하고 집에 돌아오면, 일들도 쌓였고, 오늘 니들이 굉장히 협조적이지 않았어.." 

"내가 상당히 피곤했거든 엄마.."

"그래? 그럼 일찍 자야겠네.. 나도 피곤해" 

"그럼 우리 둘 다 피곤한 거네. 일찍 자야겠네~"

"미안해"

"나도 미안하네. 근데 하루 종일 나 징징 안됐는데?"

"맞아. 근데 오늘 너 진짜 힘들었다."

"엄마가 기분이 그냥 안 좋은 거 아냐?"

"그 말도 맞네. 오늘 엄마 정말 기분이 꽝~이었네!!" 

이것이 잠자리에 들기전에 만5세의 아들과 나눈 대화였다. 



그래 왜 오늘따라 스트레스를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매일 같은 일상인데, 그냥 기분이 언짢고, 뭔가 계속 신경에 거슬렸다. 

매일 빨아도 빨아도 쌓이는 빨래도 짜증 나고, 매일 요리하는 것도 이 날따라 짜증이 나고 (갱년기인가? 풋)  마를 날이 없는 내 손도 짜증 났다. 

 

그렇게 아이들을 재워놓고, 혼자 퇴근 필링에 젖어있는 남편을 뒤로하고 소파에 멍하니 앉아있으니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오늘 아이들에게 어떻게 대했는지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남편이 뭐라고 말하든지 말든지 귀에 들어오지도 않고, 피곤하니 독일말도 하기도 싫고, 듣기도 싫다. 힝..) 

그리고 '왜 이렇게 하루를 피곤하게 보냈니?'라고 스스로 질문한다. 

어떻게 작은 아들이 너에게 "엄마야, 너 왜 그렇게 스트레스 받고 있니~~?"라고 물을 정도로 ..



태어나서부터, 우리는 항상 부모로서 싸워왔다. 

어린이집 자리를 위해, 좋은 유치원 자리를 위해, 좋다는 주택가를 찾아서, 좋은 친구를 찾아주기 위해서, 좋다는 책을 읽어주기 위해, 좋은 학교를 찾기 위해, 좋은 옷을 입히기 위해....

당연히 아이들을 모른다.  우리가 부모님께 받았던 것들을 감사는 했지만 당연시 생각 했던 것처럼...


학교에 입학한 아들을 보며, 불안하지만 점점 독립적이 되어가는 과정과 그렇지만 아직 작은 아이인 아이들을 보며 나는 나 역시 지금까지 아이들과 함께 배워가는 불완전한 부모였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그리고 그 불완전한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서서히 "완벽한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놓아버려야 한다는 것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어떤 친구들을 골라도 아이들은 본인과 맞는 친구들을 찾아과는 과정을 겪는다. 그 어떤 식으로 보호를 해도 아이들은 세상을 경험을 하게 된다. 내가 그래 왔듯이.. 그렇게 완벽한 일상을 놓아버리는 것을 난 지금 연습하고 있다. 



어떤 것이 완벽한 엄마일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하루는 정말 꽝이었다고 아이들 앞에서 인정을 하고 나니 속이 시원했다. 아이들은 당연히 어떤 하루가 꽝이었는지 상상하기 힘들겠지만 이런 엄마를 직접 경험을 했으니, 내일을 잘하리란 생각을 하며..(내일이 되면 당연히 모든 것을 다 잊고 백지로 시작하겠지만..)


꼭 고해성사를 한 기분으로 그렇게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나에게 다짐한다. 

"내일은 좀 더 멋진 엄마가 돌보도록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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