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번 글에서는 지난 몇개월 동안 꾸려온 콴다 영어 서비스의 모습과, 영어앱 사용자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만나며 느꼈던 점들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콴다는 2018년 11월 일본어 서비스를 런칭한 이후 어느덧 한국어, 일본어, 영어, 베트남어, 인도네시아어를 지원하는 글로벌 교육 어플리케이션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다섯가지 언어를 놓고 보면, 영어가 나머지 네 개 언어들과 다른 특성을 지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바로 한 국가에서만 사용되지 않는 전세계 공용어라는 점입니다. 콴다의 베트남어 언어 설정을 사용하는 사용자라면, 베트남에서 태어나고 베트남에 있는 학교를 다니며 베트남의 대학교 입학 시험을 치르리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콴다의 영어 언어 설정을 사용하는 사용자라고 해서 미국에서 태어나고 공부하는 학생이라고 쉽게 단정짓기 어렵습니다.
이렇게 영어가 전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특성은 어떤 서비스이든지간에 영어 서비스를 운영할 강력한 유인으로 작용하면서, 동시에 도전적인 상황을 던져줍니다. 영어 서비스를 운영한다는 것은 영미권 국가들 뿐만 아니라 영어를 공식 언어 혹은 제2 언어로 사용하는 수많은 국가의 사용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영어 서비스 사용자들이 어떤 문화와 사회 구조 속에서 일상을 살아가는지, 그리고 그들이 어떤 취향을 가지는지에 대한 일관된 모습을 그리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콴다의 영어 서비스는 2019년 2월 말에 태어났습니다. 그 이후에 어떤 사용자들과 함께 어떤 모습으로 자라왔을지 살펴볼까요.
2019년 9월 현재 콴다 영어 서비스 사용자의 절반 이상은 인도 학생들입니다. 그리고 이 학생들이 올리는 문제에 대한 답변들도 대부분 인도의 명문대 선생님들이 작성해주고 있습니다. 콴다 영어 서비스는 모든 국가들에게 열려있지만 지금은 특히 인도 사용자들에게 친화적인 셈이죠. 인도를 제외한 사용자들의 절반은 미국, 다시 남은 절반은 영국, 캐나다, 싱가포르 등 여러 국가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인도라니, 생뚱맞게 들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국적의 사용자들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하나의 언어로 모든 사용자들에게 현지화된 경험을 제공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콴다는 1) 영어앱 런칭 초기부터 인도 선생님들이 플랫폼에 많이 참여하고 있었다는 점과 2) 인도 학생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영어앱을 설치해보고 사용한다는 점, 그리고 3) 인도도 우리나라처럼 교육열이 높고 입시 시장이 활발하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인도에 집중하였습니다. 물론, 여전히 사용자의 절반은 인도인이 아니기 때문에 UI/UX 자체를 현지화시키는 것과 같은 큰 변화는 두지 않았습니다. 다만 인도 사용자들의 개성에 따라 마케팅과 이벤트를 기획하는 등의 액션을 취했습니다.
그렇다면 인도는 어떤 색깔의 나라일까요?
인구 13억, 공식 언어 23개, 주(州) 29개. ‘인도’라는 정치적 실체로 묶여있지만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무척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공존하고 있는 곳입니다. 힌두교인이 70% 이상을 차지하지만 인구의 2%인 기독교도인만 해도 2,800만 명 이상인 대국입니다. 지금은 폐지되었지만 카스트 제도의 신분계층 의식과 관습이 사회 곳곳에 남아있습니다. 값싼 휴대폰과 데이터 플랜이 보급되면서, 소득이 아주 많지는 않지만 모바일 환경에 익숙하고 앱 서비스에 대한 지불의사가 높은 디지털 중산층이 빠르게 생겨났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인구의 70%는 스마트폰을 쓰지 않습니다. 세계적인 공학 인재를 배출하는 IIT(Indian Institute of Technology) 대학들이 포진해있지만, 교육의 특권을 누리기 어려운 2억 5천만 명의 빈곤층이 있는 나라기도 합니다. 교육과정과 학사 일정은 주(州)와 교육위원회마다 달라서 인도인들조차도 자신이 속한 곳이 아니면 잘 알지 못합니다. 힌디어가 공식 언어이지만 인도 남부 지역으로 갈수록 힌디어만으로는 소통이 어려워집니다. 영어에 대한 능숙도도 물론 천차만별. 이렇게 보면 인도는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수많은 빛깔의 사람들이 모인 나라처럼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는 하나입니다. 너무나 알록달록한 인도이지만, 그것을 하나로 묶어주는 특성들이 있기에 콴다가 일정한 페르소나를 상정하고 인도 사용자들에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느끼기에 그 특성 중 하나는 흥과 유머입니다. 발리우드 영화의 단골인 단체 춤 장면을 보신 적이 있다면 잘 아시겠지만, 인도인들은 흥부자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흥’이라면 지지 않을 흥부자 민족이지만, 인도인들의 흥은 더 여유롭고 낙천적인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또 인도의 Top 유튜버들의 대다수가 웃긴 영상들을 올리는 코미디언이고, 틱톡에서도 코미디언들이 수백만 수천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며 활약하고 있습니다. 웃음에 끌리는 것은 국적을 불문한 인간의 본성이겠지만, 인도인들이 유독 더 유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즐기는 듯합니다.
이 특성을 어떻게 콴다에 적용시킬 수 있었을까요? 바로 밈(Meme) — 한국어로 흔히 ‘짤’로 통하는 — 을 마케팅에 활용한 것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흔히 볼 수 있는 밈 자체를 만들었다기보다는, 밈 ‘스타일’로 에셋을 제작했습니다.
위 예시 사진에서도 느끼시겠지만, 밈의 웃음 포인트는 투박한 폰트와 웃긴 사진이 더해진 촌스러움일 것 같습니다. 콴다 마케팅에서는 어떤 재미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고민하다, 검색창에 수식을 고생스럽게 입력하는 pain point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검색창에 수식을 어렵게 입력하려고 하는 영상과 함께 “수학을 공부하려고 할 때…�”라는 메시지를 배치하였고, 결과적으로 인도 학생들에게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하나의 인도’라고 느끼게 해준 또다른 인도인의 특성은 사람에 대한 사랑(?)이 넘친다는 점입니다. ‘사랑’이라 표현했지만, 가족과 친구들에 대한 정과 의리가 강하다는 것, 그리고 가까운 사이가 아니더라도 쉽게 다가가는 사교성을 지니고 있다는 의미를 포함합니다.
일례로 이런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콴다는 선생님들의 답변 수준을 보장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그 과정에서 풀이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답변을 대량으로 제작한 경우 선생님의 답변 활동을 제재하기도 합니다. 몇 달 전 이러한 경우에 해당하는 선생님의 활동을 제재한 이후, 그 선생님의 친구들로부터 제재를 풀어달라는 문의를 여러 차례 받았습니다. 운영 정책상 제재를 풀 수는 없었지만, 친구가 어떤 사정이 있어서 그렇게 행동을 했는지 대신 적극적으로 소명해주려고 한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같은 상황이었다면 다른 나라 사용자들은 할 것 같지 않은 행동이었지요. 한편 SNS와 메신저 채널로 콴다 선생님들을 모집할 때, 바로 친구 요청을 통해 말을 걸기도 하고 필요한 정보가 있으면 도움을 먼저 주려고 하는 사교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위와 같은 직간접적 경험들로 제가 느낀 인도인들은 낯선 사람에 대한 장벽이 낮으면서, 가까운 사이가 되면 끈끈하게 서로를 챙겨주고 많은 정보를 일상적으로 공유하는 사람들입니다.
이 특성은 친구 추천 이벤트를 기획하는 데 참고가 되었습니다. 인구가 많은 나라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데 익숙하고 사람들이 굉장히 사교적이라는 것은 바이럴이 잘 통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저희는 친구에게 콴다를 추천해서 가입까지 성공시키면 선생님에게 질문할 수 있는 쿠폰을 주는 ‘친구 추천 이벤트’를 진행하였고, 많은 인도 사용자들이 이벤트에 참여하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영어 서비스가 특히 인도 사용자들과 집중적으로 만나면서 어떻게 운영되어 왔는지 간단하게 소개하였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영어는 그 어떤 언어보다 전세계의 사용자들에게 열려있다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국적을 불문한 많은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학습에서의 pain point를 잘 잡아내고,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서비스를 앱에 잘 구현하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희 운영진은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이어야 최적의 서비스가 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며 글로벌 교육 시장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인도 사용자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지만, 어떤 전략을 취하느냐에 따라 몇 개월 뒤에는 영미권 혹은 유럽 사용자들이 대부분을 이루는 서비스가 되어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양날의 검 같은 영어이기에, 다양한 배경을 지닌 사람들을 이해하고 움직여야 하는 도전적인 과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앞으로 성장할 콴다의 미래 자화상은 어떤 그림일지 더욱 기대가 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