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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스프레소 Jul 29. 2019

투자실사, 스타트업의 통과의례


스타트업은 대부분 돈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돈이 좋고,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스타트업이 바라고 꿈꾸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번뜩이는 기술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이러한 아이디어와 기술을 현실로 구현할 수 있는 돈이 필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벤처캐피털(Venture Capital, 이하 VC)에게 돈을 받기 위해서, 다른 말로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투자실사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합니다. 최근 들어 VC의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이에 대한 준비 또한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스타트업의 통과의례 중 하나인 투자실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감사(監査)가 아닌 실사(實査)

VC가 회사의 사업계획을 검토한 후 회사에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면, VC는 회사의 상태를 보다 자세하고 정확하게 알아보기 위해 회사의 재무상태를 살펴봅니다. 이것을 흔히 ‘투자실사’라고 합니다. (정확한 단어가 별도로 있는 것은 아니며 비슷한 의미로 재무실사, 회계실사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실사(實査)’는 분식회계와 같은 화이트칼라의 범죄를 찾아내는 ‘감사(監査)’와는 그 성격이 다릅니다. 실사의 목적은 회사의 재무 건전성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회사의 재무상태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받으면 이를 통해 그에 따라 조정하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숨기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회사의 재무상태를 숨길수록 VC와 회사의 거리는 더 멀어지게 될 뿐입니다. 투자실사의 단계를 크게 3가지로 나눠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사전 자료 요청

보통 VC의 의뢰를 받은 회계사님이 회사에 방문하시기 전에 담당자에게 온라인으로 회사의 재무자료를 요청합니다. VC마다 조금씩 다를 수는 있겠지만 분기말 혹은 가장 가까운 월말을 기준으로 아래와 같은 자료들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재무상태표 / 손익계산서

계정별 명세서 / 계정원장 / 분개장

현금 및 현금성 자산 확인 자료

대손충당금

선급비용

유/무형자산 상각대장

보증금

단기 차입금

부가가치세신고서

주주명부

법인등기부등본

사업자등록증

직원명부 및 조직도

회사 연혁


보시다시피 회사의 이력과 재무 상태를 이해하기 위한 서류들입니다. 가급적 최근 자료를 제출하는 것이 회계사님이 업무하기 편하시니, 평소 관련 내용에 변경이 있을 때마다 꾸준히 업데이트 할 필요가 있습니다. 각종 계약서들은 계약 내용에 따라 크게 매출, 부채, 비용으로 구분하여 보관할 것을 권장합니다. 매출 관련 계약서는 거래처별 원장을 만들어 관리하는 것이 향후 매출채권의 회수 여부를 확인하기 편합니다. 투자실사에서 회계사님들은 특히 부채에 대해 많이 신경을 쓰십니다. 퇴직급여충당부채와 휴가수당이 부채로 잡혀 있는지 확인을 하실 만큼 디테일한 부분까지 챙기기도 하십니다. 또한 금융기관 대출을 보유 중인 경우, 대출기간, 금액, 금리 등이 기록된 여신거래약정서도 별도의 보관이 필요하며, 기술보증기금과 같은 보증기관에서 발급한 보증서나 지급보증보험증서 등도 잘 챙겨야 합니다. 이 때문에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담당자는 해당 내용에 변경이 있을 때마다 업데이트를 습관화해야 합니다. 임대보증금이나 사무실 월세와 같이 회사의 전체 비용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들은 투자실사 시 회계사님이 반드시 증빙서류를 요청하시니 사전에 자료를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회사의 주요 서류들은 분실되지 않도록 별도로 잠금 장치가 있는 서랍에 보관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현금 시재는 회계사님께 사전에 제출한 재무자료의 잔액과 법인 계좌의 실제 잔액이 반드시 일치해야 하니, 매일 변동액을 확인하며 더욱 세심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요청 자료를 발송하고 난 후에도 몇 번은 더 연락이 오고 갑니다. 비용 지출에 대한 회사의 내부 규정, 요청 자료 기준일 이후부터 실사일까지의 거래내역, 매출 및 매입에 대한 거래처별 원장 등과 같이 추가 자료를 요청하십니다. 때에 따라서는 담당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문의를 하시기도 합니다.



2. 방문 및 인터뷰

사전 자료 제출이 끝나고 이에 대한 추가 요청 및 답변도 모두 끝나면 회계사님이 회사로 찾아오십니다. 온라인 상으로 제출했던 서류들을 회사가 잘 보관하고 있는지, 그 내용에 변경은 없었는지 등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 입니다. 이후 회사의 자산/부채/매출/판관비 등 사전에 제출한 자료 중 회계사님께서 이해가 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한 질문이 추가됩니다. 인터뷰 내용은 회사에 따라 다양할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주로 특허 및 상표권과 같은 회사의 무형자산과 현재 제공 중인 서비스와 회사의 매출 구조에 대한 것은 공통적으로 물어보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추가적으로 팁을 드리자면 증자(투자, 스톡옵션 발행)에 대해서는 별도의 문서를 준비하시는 것이 좋으며, 등기를 했다면 이 때의 서류(주주총회의사록, 이사회의사록)을 준비해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회사 내에 이 부분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직원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VC에게 매우 중요하면서 한편으로 민감할 수 있는 내용이므로 회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꼭 필요한 부분입니다. 따라서 담당자는 사전에 이에 대해 명확하게 알아 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사업 용도에 맞지 않는 자산을 취득한 것은 없는지에 대한 질문이 더해지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도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이 감사가 아닌 실사라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 회계사님은 회사의 흠을 잡기 위해 방문하신 것이 아니고, VC의 의뢰를 받고 회사를 보다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방문하셨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숨김 없이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향후 다른 투자를 받을 때, 회사의 실사를 진행했던 회계사님을 다시 만나지 말라는 법이 없으니 최대한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3. 조정의견서

사전요청자료를 제출하고, 인터뷰까지 끝나면 며칠 후에 회계사님이 실사보고서를 보내주십니다. 아무래도 실사보고서의 목적이 회사의 재무 상태를 자세히 알아보는 것이다 보니 주로 자산과 부채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담당자는 실사보고서를 통해 보다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회사의 재무상태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실사를 통해 얻은 경험과 함께 회계사님께서 보내주신 실사보고서는 향후 담당자가 업무를 진행할 때 좋은 참고자료가 되기 때문이지요.

회계사님의 요청은 업무에 도움이 된다


사전 자료 요청부터 방문 및 인터뷰가 끝나는 실사기간 동안 회계사님은 온라인,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여러 차례 담당자에게 자료를 요청합니다. 가뜩이나 다른 업무 처리 때문에 시간이 없는데, 회계사님의 이러한 요청은 담당자에게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다시 한 번 회계사님이 요청하셨던 것들을 생각해보면, 도움이 되는 것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전문성을 보유한 회계사님이 회사의 자료를 보시고 이해하기 어려우셨다면 그 자료는 잘못 처리되었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입니다. 또한 담당자는 회계사님이 요청하셨던 자료를 확인하면서 이를 통해 다른 업무들 때문에 확실히 알지 못했던 것들을 하나씩 알 수 있고, 회계사님과 통화를 하며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했던 것들을 배울 수 있게 됩니다. 회계사님의 요청이 실사 당시에는 부담스럽지만 향후 업무처리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알고 있으면 좋겠습니다.


신속하고 정확한 대처가 무엇보다 중요


담당자가 신속하고 정확하게 움직일수록 법인 계좌에 투자금이 입금되는 시간이 단축됩니다. 스타트업은 언제나 자금에 목이 마릅니다. 아무리 멋지고 완벽한 비즈니스모델이 있다 하더라도 이것을 구현할 자금이 준비되지 않는다면 그 비지니스모델은 실행될 수 없을 테니까요. 또한 하루가 달리 환경이 바뀌는 현대 사회에서는 속도가 생명입니다. 회사와 비슷한 서비스가 언제 어디에서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적재적소에 자금을 집행할 수 있도록 자금을 관리하는 것이 스타트업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따라서 담당자는 투자실사가 있을 경우, 신속하고 정확하게 움직여야 합니다. 담당자가 신속하고 정확하게 움직일수록 회사의 꿈이 현실에 한 발자국 더 가까워지기 때문입니다.


웃으면서 끝내자


투자실사를 진행하는 동안 담당자만큼이나 회계사님께서도 힘이 드십니다. 특별한 설명 없이 처음 보는 재무자료들을 참고하여 보고서를 작성하셔야 하기 때문에 여러가지로 고충이 많으십니다. 담당자 입장에서는 다른 업무를 하는 와중에 회계사님의 자료 요청이 들어오면 여러모로 부담이 되긴 하지만 회계사님 또한 부담이 되긴 마찬가지라는 점을 알고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투자실사 마지막에 고생하셨다는 말과 함께 회계사님과 웃으며 인사를 하는 것이 회계사님의 노고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투자실사는 짧게는 5영업일, 길게는 10영업일 이상 이어집니다. 이 기간 동안 담당자는 정말 말 그대로 정신이 없습니다. 요청하는 자료도 많고, 수정하고 변경해야 하는 서류들도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담당자가 평소보다 예민하거나 까칠하게 반응을 한다면 주위에 계신 분들은 너그러운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회사의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중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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