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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고쟁이 Nov 22. 2023

인스타 스토리가 더 이상 궁금하지 않을 때

어차피 음식이거나, 술이거나, 감성카페이거나, 바다일 거잖아요.

격변의 시기, 스물아홉ㅣEP.01


초딩 시절 '버디버디 마이홈피'로 시작된 나의 SNS 커리어는 싸이월드로, 페이스북으로, 또 인스타그램으로 꾸준히 발전해 왔다. 나름 열심히 했었다. 길 가다 마주한 웃긴 간판, 뜬금없는 내 신발 앞코, 예쁜 하늘, 잘 나온 셀카. 내가 올린 게시물에 대해, 지인들이 좋아하고 공감하고 우스워하는 반응을 보는 게 재미있었다. 한때는 Today로 표시되던 하루 방문자 수가 높은 날이면 뿌듯했고, 업로드하자마자 댓글 알람이 울려대면 기분이 좋았다. 친구들의 댓글에 대댓글을 달고, 서로의 타임라인에 글을 남기며 놀아댔다. 남기는 글의 내용은, 보통 문자나 카톡으로 주고받아도 충분했을 '어디야? 난 지금 어디임' '너 빼고 술 먹는 중' 등, 시답잖은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던 것 같다.


그때의 심리를 생각해 보면, 다수가 보는 공간에서 많은 친구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통해 나의 '인싸력'을 은연중에 과시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결국 '나 이렇게 친구들이랑 재밌게 노는 사람이야'라는 것을 주변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인식시키고 싶었던 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플랫폼은 계속 변했지만, '소통을 위한 오픈된 공간'이라는 SNS의 본질적인 특징은 변하지 않았다. 누구나 쉽게 남이 올린 글과 사진을 볼 수 있고, 또 다른 남의 댓글과 대댓글을 읽을 수 있다. 하물며 전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의 피드도 터치 몇 번이면 들어갈 수 있고, 내 주변의 계정을 타고 타다 보면 연락 끊긴 지 10년은 된 고등학교 동창의 계정 찾기도 어려운 일은 아니다. 난 비공개 계정이어서 팔로워 외의 사람들에겐 내 피드가 보이지 않지만, 300여 명의 팔로워들에겐 여지없이 모든 것이 오픈되고 있다. 그렇기에 SNS를 하는 사람이라면 무언가를 올리기에 앞서 '남들에게 어떻게 보여질까'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배제하는 건 쉽지 않다.


사실, 게시물뿐인가? 'SNS상의 숫자'가 남들에게 어떻게 보여지는가에 대해서도 걱정하고 집착하는 세상이다. 인기 있는 계정처럼 보이기 위해 팔로워 숫자를 돈 주고 사기도 하고, 누군가의 급격히 늘어난 팔로워 숫자를 보고는 '쟤 돈 주고 샀잖아' 하며 험담하고 폭로하는 세상이다. 'oo님 외 34,565명이 좋아합니다.'로 많은 숫자를 당당히 드러내기도 하고, 'oo님 외 여러 명이 좋아합니다.'로 적은 숫자를 감춰버리기도 한다. 이런 심리는 결국, 예전에 내가 친구들과 서로의 타임라인에 글을 남기며 놀던 것과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내가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올린 날들, 3년만의 급격한 온도차.....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업로드가 줄었다. 예전엔 별생각 없이 별의별 게시물을 올려댔었던 내가, 요즘은 올릴 사진을 고르다가 멈칫, 함께 올릴 멘트를 쓰다가 멈칫, 결국 업로드를 누르지 않은 채 앱을 꺼버리는 경우가 늘었다. 사실 최근엔 먹으려던 음식을 인스타 스토리로 찍고 있다가 문득, 내가 지금 이걸 왜 올려야 하지?라는 생각까지 들어버렸다. 


어떤 날은 습관처럼 켠 인스타그램 상단에 가득한 보랏빛의 동그라미 표시들, 내가 팔로워 하는 사람들의 새로운 스토리들이 업로드되어 있는 걸 보고는 '궁금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눌러봤자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거나, 그럴싸해 보이는 풍경이거나, 고양이거나, 강아지거나, 파도치는 바다이거나, 어떤 산의 정상이거나, 소주잔을 부딪히는 부메랑이거나, 소주잔이 아니라면 와인잔이거나, 구름이거나, 달이거나, 감성적 인테리어 카페의 한쪽 벽면이겠지 뭐.




SNS 인생 약 20년 차인 내가, 어쩌다 이렇게 변했을까? 단순히 바빠서, 특별한 일상이 없어서라기보단 의미 자체를 한순간에 잃어버린 느낌이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무언가를 올릴 때 내 마음 깊은 곳에도 '좋아 보이겠지?'라는 심리가, 아주 조금이라도 늘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좋은 것'보다 '누가 봐도 좋아 보이는 사진'이 우선이었던 적이 분명 있었다. 그런 순간마다 내 안에 조금씩 쌓여 온 의문들이 변화의 주범일 가능성이 높다.


'근데 왜, 좋아 보여야 하지? 좋아 보이고 싶다는 건 남들에게 부러움을 사고 싶다는 것 아닌가? 난 지금 남들이 날 부러워하길 바라는 건가? 이 사진을 보고 남들이 날 부러워하면 내가 뭐가 좋지? 그게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지? ... ...'


현실은 현실에 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를 새삼스레 깨닫고 나니, 무언가를 올리는 시간도, 올라온 무언가를 보는 시간도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나에게 중요한 건, 그저 나의 일상 속에서 긍정적인 감정을 충만히 느끼는 것인데. 나를 향한 타인의 부러움은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고, 딱히 내게 기분 좋은 일도 아니다. 남에게 보여지는 나의 연출된 일상도, 나에게 보여지는 남들의 연출된 일상도 흥미롭지 않아 졌다. 


어느 순간부터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보는 모두 다른 사람들의 각기 다른 일상들이 희한하게도 다 똑같아 보였다. 마치, 동일한 상황 속에서 인물만 바뀌어대는 사진들을 매일 한 번씩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하다 내 피드 속의 사진들을 보니, 나 또한 모두와 똑같았다. 사진 속 인물이 '나'일뿐이었다.




나의 인스타그램 활동은

이런저런 이유와 쌓여온 의문들로 인해 지금도 줄어들긴 했지만, 더 줄어들 것 같다. 

앞으론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좋아 보이는' 것들 보다는 

진짜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좀 더 집중하고 싶다. 

반짝반짝 빛나거나, 고급스럽거나, 감성적인 분위기가 아니더라도 괜찮은, 

진짜 내가 좋아하는 순간들!




그리고 뭐, 20년 정도면.

SNS 할 만큼 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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