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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이비 May 14. 2020

라이프 스타일을 동경하는 새로운 팬덤 문화

  우선, 생각이 정리 되지 않아서 거칠고 주절주절 하는 글이 될 것이라는 경고를 하고 갑니다! 

뭐에 대해 쓸거냐면, 최근에 새롭게 생겨났다고 생각하는 "라이프 스타일 팬덤" (아직 명명되지도 않음. 내가 이름 붙인 것)에 대해 쓸 거다.  




"나도 이렇게 살고 싶다"



  원래 덕후, 팬덤이라는 건 아이돌, 연예인, 피규어처럼 특정 대상을 좋아하는 용어로 쓰인다. 근데 좋아한다고 해서 아이돌이 되고 싶거나 그 사람과 똑같은 대우를 받고 싶거나 하는게 아니라 그냥 좋아하는 대상으로 삼아두고 조공을 하듯이 좋아하는 거다. 바라보기만 해도 좋고, 손 잡을 수 있으면 너무 행복하고 그런 거.



  그런데 유튜브 브이로그, 인스타 스타들이 등장하면서 생겨난(생겨났다고 생각하는) "라이프 스타일 팬덤"은 자신이 동경하는 그 대상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유튜버의 브이로그를 보거나 큐앤에이를 하면서 그 유튜버가 쓰는 화장품, 자주 가는 카페, 애용하는 사이트 등 유튜버의 라이프 스타일 자체를 동경하는 느낌이 든다. 유튜버 자체를 좋아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사람이 하는 것, 그 사람이 생각하는 가치관을 구독자들도 갖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음 뇌피셜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당장 내가 그렇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나는 이승희(숭)님이나 김규림(뀰)님의 라이프 스타일을 좋아한다. 요즘은 생각이 바뀌었지만 나는 그분들과 같은 삶을 살고 싶어 했다.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도 하고 사람들에게 인기도 있고 늘 주변에 아이디어가 넘쳐나는 삶! 그래서 을지장이나 규림문방구, 두낫띵클럽처럼 이분들이 하는 행사는 다 찾아가야 했고, 이분들이 읽은 책들을 저장해두고, 노트를 따라 사고, 베트남에 놀러간 게시글들을 보며 가보고 싶은 곳들을 메모장에 적어두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아주 많다! 게다가 하나의 유대감을 가지며 보이지 않는 집단을 이루기도 한다(두낫띵클럽이 그 집단을 이제 명명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된 것 같다). 이승희님이 쓰는 영감 노트를 모든 사람이 써보려고 계정을 만들고, 규림님이 만든 노트를 모두가 쓰려고 주문을 한다. 실제로 규림문방구에서 가서 규림님이 사람들과 대화하는 장면을 보고 들었는데 대부분 "저도 규림님처럼 이렇게 쓰고 있어요", "지금 이런 걸 고민 중인데 규림님은 어떻게 하고 계세요?" 이런 말들이 오간다. 이 사람들 자체를 동경하는게 아니라 그들이 이루고 있는 라이프 스타일 자체를 동경하는 느낌? 그래서 모든 것을 비슷하게 하고 싶은 느낌? 이 사람이 이걸 좋아하니까 나도 이걸 쓰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라이프 스타일 팬덤"에서 동경의 대상이 되는 사람이 연예인처럼 보기 드문 사람이 아니라 인스타에서, 주변에서 오며가며 볼 수 있기 때문에 더 따라사고, 따라가고, 따라 경험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솔직히 나라면 나의 라이프 스타일을 공유하고 내가 애장하는 물건들을 공개했을 때 사람들이 따라하면 싫을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좋아하는 걸 공유하는 건 좋지만, 내가 오랜 시간동안 쌓고 만들어낸 라이프 스타일은 어찌보면 나만의 색이니까.



  라이프 스타일을 따라한다는 건 뭘까. 따라하는건 어감이 좀 안 좋으니까 라이프 스타일을 배운다는 건 뭘까.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내가 좋아하는 대상이 무언가를 가지고 있어서 나도 그걸 갖고 싶다면, 그 감정이 든 후에 나의 삶에 어떻게 적용시킬 수 있는지 생각하는 과정을 거치고 행동하는 것이다. 무작정 '이 분이 이렇게 하니까 나도 해야지!'가 아니라 '오 이렇게 하고 계시는데 나도 이런 식으로 풀어나가볼까?' 아니면 '이건 나랑 좀 안 맞는 거 같은데 내 식으로 변형시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과정을 거쳐야한다는 것. 삶의 동기는 남이 아니라 내가 되어야 하니까.



  결국 이런게 마케팅인가 생각하게도 된다. 사고 싶게 만드는 것, 가고 싶게 만드는 것, 하고 싶게 만드는 것. 개인이 그 자체로 브랜드가 되어 라이프 스타일을 홍보하고 그 속을 이루는 제품이나 경험을 파는 것이 아닐까. 브랜드의 팬이 생기는 것처럼 "라이프 스타일 팬덤"이 생기는 거고. 오랜만에 자발적으로 인류학적인 고민을 한 것 같아서 뿌듯하지만 생각이 정리 되지 않는다. 누가 이것 좀 연구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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