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생각의 지도
고대로부터 중국은 평탄한 농지, 낮은 산, 항해가 가능할 정도의 넓은 강으로 이루어져 농경에 적합한 자연환경으로, 중앙집권적 권력 구조에 유리하였다. 따라서 농경민들은 개개인의 삶의 터전에서 공동 작업을 통한 일의 효율을 중시하였고 사람들 간의 화목과 조화와 중용을 미덕으로 삼고 관계를 매우 중시하는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게 되었다. 반면 서양의 문화는 해안까지 연결되는 높은 산으로 이루어져 농업보다는 사냥, 수렵, 목축, 무역에 적합한 자연환경을 갖춘 고대 그리스의 영향으로 중국과는 달리 모든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남들과 화목을 유지할 필요가 없었으며 단체보다는 개인 활동을 주로 이루는 일들을 많이 하였다.
이러한 지리적 특성은 동양(중국) 문화 와 서양(그리스) 문화라는 전혀 다른 문화적 특정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으며 동양인들은 자신이 세상을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보다 자신을 통제해 줄 사람이 주변에 있다고 믿을 때 더 행복감을 느끼고, 서양인들은 자신의 직접적인 통제가 중요하며, 많은 영역에서 개인의 자율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고방식의 차이를 초래하였다.
일반적으로 동양은 상호의존적인 사회에서 생활하며 개인보다는 전체를 중요시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반대로 서양은 독립적인 사회로 전체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하며 개인의 삶과 안녕을 먼저 생각하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동양인들은 타인의 감정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가족, 회사, 이웃 등의 사회적 구성원이라는 울타리 속에 소속되어 조화를 통한 안정을 중시하고 서양인의 경우 자신을 우선시함으로써 인간관계를 희생하더라도 정의를 추구하는 삶을 안정된 삶으로 여기고 있다.
동양인들은 사회에 존재하는 수많은 상호의존적 단서들을 통해 끊임없이 상호의존적인 사람이 되도록 유도(점화) 되고 있고, 서양인들은 독립적 단서들을 통해 독립적인 사람이 되도록 늘 점화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사람이든지 독립적인 사회에서 살면 독립적 단서에 노출되기 때문에 독립적인 방법으로 사고하게 되고, 상호의존적인 사회에서 지내게 되면 상호의존적 단서에 점화되어 상호의존적인 방법으로 사고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일상생활을 통해서도 문화의 차이는 크게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위의 사진 속 2번의 감정을 묻는 질문에 동양인의 경우 첫 번째 사진만 행복해 보인다고 답하는 반면 서양인의 경우 두 사진 모두 행복해 보인다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차이는 서양의 경우 어떤 현상의 원인이 내부에 존재하는 속성 때문이라 생각하지만 동양의 경우 현상의 원인이 사물을 둘러싼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양인은 처한 입장이 그 사람의 상태까지 포함하여 결정하기 때문에 대상의 주변까지 잘 살피게 된다.
사진을 찍을 때도 동양과 서양의 차이는 크게 나타난다. 서양의 경우 배경은 작고 얼굴을 크게 찍는 반면 동양의 경우 배경과 사람이 함께 나오게 사진을 찍는데 심지어 사람은 한쪽 구석에 작게 나오게 하는 경우도 많다.
이처럼 서양에서는 모든 것이 개인으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서양의 경우 똑똑하게 보여야 훌륭한 사람으로 인정받는데, 동양의 경우 겸손해야 훌륭한 사람으로 인정받는 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동양보다는 서양 사람들이 자기가 더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동양 사람이 보기에 거만하고 이기적이며 개인주의적인 사람이라 생각하고 자신이 소속된 울타리에 함께하는 것을 기피하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금강산이 계절에 따라 이름을 각기 다르게 부른다는 것쯤은 알고 있을 것이다. 지금 알게 되었더라도 계절마다 변하는 이름에 대해서 특별히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동일성의 원리"에 익숙한 서양인에게는 매우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 중 하나이다. 서양인은 대상을 관찰과 분석을 통해 이해하려 하는 반면 동양인 은 대상과 하나가 되려고 하는데 역시 A는 항상 A라는 동질성의 원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서양 논리학의 영향이라 할 수 있다.
서양인들은 보편주의와 같은 추상적인 규칙을 모든 사람에게 적용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어떤 특수한 상황 때문에 규칙을 저버리는 행위는 부도덕한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동양인들의 눈에는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규칙을 적용하는 것이 지나치게 고지식하고 때로는 비정하게까지 보인다.
언어에서도 차이가 있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속담에서 알 수 있듯이 동양인은 말이 많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예전부터 말조심을 특별히 가르친다. 하지만 서양은 말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하여 웅변을 잘하는 것을 좋아하며 어떤 일이든 자신의 주장을 객관적으로 근거 있게 내세우는 것을 좋아한다.
대화를 하는 방식에서도 동양은 "키위를 안 좋아하니?"라고 물으면 "예 안 좋아해요"라고 이야기한다. 상대가 안 좋아하는지 물어보았으니 상대방을 중심으로 생각하면 안 좋아하는 것이 옳은 대답이 된다. 하지만 영어에서는 동양과 확연히 다르게 No라고 대답해야 한다. 영어에서는 상대방을 중심으로 생각하지 않고 나를 중심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내가 좋아하면 Yes, 내가 싫어하면 No 하고 대답하는 것이다. 동양에서 상대방이 중심이 된다는 것은 내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상대방을 바로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동양인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3인칭 시점으로 바라보고 서양에서는 자신의 입장에서 1인칭 시점으로 바라본다.
서양에서는 내가 모든 것의 중심이며 개인을 마치 원자처럼 생각한다. 서양의 개인은 모든 것의 기본 단위이며 개인주의가 매우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고 있다. 그래서 미국인들은 희생하려고 하지 않고 자신의 행복과 부모의 기대가 대립하는 경우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려고 한다.
최근 세계적인 추세로 발전되고 있는 정보통신기술의 변화와 함께 인터넷의 등장으로 국가 간의 장벽은 해가 지날수록 허물어지고 있는 탈 국가적 상황으로 변화하고 있다. 많은 국가들이 자신의 필요에 따라 다른 국가와 다양한 형태의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교류와 연관관계를 형성하게 되고 이러한 교류와 관계는 국제 사회의 국제화라는 결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국제화는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중요한 변화의 화두임에 틀림없으며 국제 사회에서 역할이 증대됨에 따라 경제의 흐름뿐만 아니라 정치, 행정, 사회, 문화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해외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형성하는 균형화된 국제화의 도모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세계는 미국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동양의 국가 대부분이 미국의 문화로 변화하려고 하는 추세이며 한국에서도 이미 1인 가정이 늘어나고 가족보다는 나 자신의 행복을 우선으로 추구하는 문화가 서서히 뿌리를 깊게 내리고 있다. 이러한 문화적 변화가 나쁘다고는 볼 수 없으나 예전부터 이어오면 고유의 좋은 문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 적인 서양문화의 수용은 세대 간의 이해관계나 사회생활에서 많은 충돌을 발생할 수 있다. 진정으로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고 좋은 방향으로 수렴하기 위해서는 국가로서의 위상에 겉 맞는 자세와 국가 간의 문화의 특성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자세 또한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출처: [책] 생각의 지도
[방송] EBS 다큐프라임 -동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