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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며들다 Jan 26. 2024

만약에 엄지 발가락이 없다면?







나는 아이들의 발가락이 참 좋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그 콩알 같은 발가락들에 마사지를 하다보면 꽝 깨물어 주고 싶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젠 사춘기를 마주하는 첫째와 둘째의 발가락을 마사지 해주는 일은 잦아졌지만 우리 집 유일한 딸인 막내에겐 한 번씩 발가락을 지압해 준다. 곱디고운 발이 이젠 제법 거칠어졌다. 거칠어진 그 콩알들은 엄마 앞에선 아기 발가락이나 다름없다.





제일 큰 엄지발가락부터 꼭꼭 눌러주며 딸에게 질문을 던져 본다.






“하린아, 만약 엄지발가락이 없다면 어떨 것 같아?”






질문의 취지라고 하자면 우리는 발가락을 몸에서 그다지 중요한 부분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 하찮아 보이고 작은 그 부분이 없다면 우리가 스스로 서고 걷고 달리는 일은 힘들었을것이며, 발가락은 작지만 우리에게  아주 소중한 부분이라는 메시지를 아이에게 전하고 싶었던것 같다.





아이에게서 어떤 대답이 나올까? 내심 기대를 하고 있는데,





“엄마, 엄지발가락이 없으면 당연히 홍수가 나지요!”














‘엥? 갑자기 발가락 이야기를 하는데 뜬금없이 웬 홍수?’





나의 반문이 나오기도 전에 아이는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엄마 보세요. 발가락은 다섯 개지요? 우리 가족도 다섯이지요? 가장 큰 엄지발가락은 아빠, 그리고 두 번째는 엄마, 한결이 오빠, 은결이 오빠, 그리고 제일 귀여운 새끼발가락은 나! 그런데 아빠 발가락이 없다고 한번 생각해 보세요. 이 발가락들은 매일매일 울어서 아마도 홍수가 날 걸요?”








감정형의 딸은 역시나 오늘도 생각형의 엄마의 감성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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