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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주 Jul 29. 2022

불공드린 떡



매번 실패해서 엉엉 울면서도(난자채취 실패 또는 난자 냉동 실패 또는 수정란 이식 실패 등)


매월 생리시작 1-3일만 되면 꼬박꼬박 난임병원에 가서


난포개수를 확인하고 난자채취를 위해 시험관을 진행하는 나를 보고


어느날 신랑은 측은한 표정으로 말했다.




왜 포기할 줄을 몰라




그럼 난 신랑에게


앞으로 날 포기를 모르는 남자 정대만이라고 불러!라고 말했었었다.




그런 나도 이제 포기를 하게 되었다. 건강이 예전같지 않고, 난소가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병원에서는 난포갯수가 적거나 모양이 동그라니 이쁘지 않으면 시술을 권하지 않는다.


기껏 주사맞고 고생해서 채취했는데 난자가 나오지 않으면 부담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시술을 고집부리지 않는다.


예전에는 난포가 두개만 있어도 난자채취를 위한 시술을 했었는데


실제 채취해 보니 난자가 나오지 않은 경우가 꽤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난 점점 포기를 배우게 되었다.





근데 며칠 전 엄마가 우리 회사 앞까지 찾아와서 나에게 떡을 주고 갔다








"불공드린 떡이니까 꼭 먹어"





우리엄마는 지금도 매일같이 절에 가서 108배를 드리고 봉사를 한다.


한달에 한 번씩은 절에서 하는 성지순례에 참여하여 지방 유명 사찰도 다니신다.


지방 성지순례를 가면 108배 이상을 한다. 자주 올 수 있는 절이 아니니까.


엄마 나이가 60이 넘었는데 나만큼 바쁘다.


나 결혼하기 전에도 엄마가 절에는 다녔지만 이만큼 열심히 다녔던거 같지는 않은데.


못난 자식이 엄마를 바쁘게 만들었다.


한참 호기롭게 난임치료를 다녔을 적에는 엄마가 열심히 절에 다니는게 좋았는데 이제는 엄마가 절에 적당히 다녔으면 좋겠다.



무리하지 말고 건강생각해서 쉬엄쉬엄 다녀.



나이도 있는데 매일같은 강행군으로 피곤해하는 엄마에게 말했다.


이제 안될 거 같으니까 너무 힘빼지 말라는 얘기를 많이 돌려말한거였는데 엄마의 대답은 예상과 다르다.



안돼! 열심히 다녀야지!



그리고 진짜 계속 열심히 다닌다.


아... 그 포기를 모르던 나도 포기했는데 우리 엄마는 아직도 포기하지 않았구나.


오대만이다. (어머니 성이 오가 입니다.)



절에가서 뭐 빌어?



어느날 한껏 뽀족한 내가 엄마에게 물었더니 엄마는 가족들 건강하게 해달라고 빈다고 했다.


그래 그거면 내가 뭐라고 말 못하지. 그치만 그것만 빌 것 같지는 않은데??


그래도 그냥 서로 모르는 척 하고 넘어간다.



매일같이 절에 가서 나를 위한 108배 기도를 드리는 모습을 보면 맘이 참... 좀 그렇다.(고맙고 미안하고, 속뒤집어지고 짜증나고.ㅋ)



부모의 사랑이란... 어렸을떄는 크게 생각 못했는데 나이를 먹을 수록 정말 대단한 것임을 느낀다.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그렇게 온 마음을 다해 기도를 드릴 수 있는 건 부모님말고 또 있을까? 

없지. 백프로 절대 없어.


우리 엄빠를 보면 난 자녀는 없지만 부모님의 헌신적인 사랑이 뭔지는 잘 알 것 같다.


그래, 그럼 난 충분히 행복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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