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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구머니나영 Dec 25. 2022

조급함 버리고, 여유 갖기

존재감은 그리 쉽게 사라지지 않아

회사에 입사하고 1년 차쯤이었을까? 마음속으로 결심한 게 하나 있었다. 


‘모두가 필요로 하는 존재가 되자. 그게 지금 회사에서 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에 가서라도 적용될 수 있도록!’ 


아무것도 모르던 신입 때, 업무적응은 일하면서 배우는 거라며^^ 사수의 모든 메일에 참조로 들어가 있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엄청나게 많은 담당자들이 involve 되어 있던 대규모 프로젝트 수행 중에, 이슈가 발생했다. 문제는 있는데 원인은 몰라 일정이 지연되고 있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당시 그 프로젝트의 총괄 pm님께서 “ㅇㅇㅇ한 테 빨리 연락해 봐! 거기가 좀 볼 수 있지 않을까?” 어느 순간 홍길동처럼 나타나신 그분은 쓱싹쓱싹 질문 몇 개를 하시더니, 짠! 하고 해결을 하시고는 이내 사라졌다. 같은 팀이긴 했지만 접점이 없어서 그냥 이름만 아는 분이셨는데,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하고 사라지신 그분을 보면서 무언가 그분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그냥 내 자리에서 내 맡은 바 최선을 다 했다. 그렇게 1년.. 2년... 시간이 지나 약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 그래도 ‘ㅇㅇ업무’하면 ‘내 이름’이 나오는 걸 보면, 일을 소홀히 하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은 좋았다. 그 과정에서 뿌듯함을 느낀 것도 맞고, 성취감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다. 아무튼 내가 생각한 ‘존재감’이라는 게 표출되어, 성취를 하고 보람을 느끼게 되어, 헛된 시간을 보내지는 않았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았던 것도 인정한다.


그렇게 한 해… 한 해…. 시간이 지났다. 나를 찾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다.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 그저 감사했다. 연차가 올라가다 보니, 일의 난이도, 개수, 범위도 늘어났다. 차근차근해 나가면 된다는 걸 알기에 하나씩 일을 처리하다가도 일을 하는 속도보다 일이 쌓이는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


점점 스트레스를 받는 와중에, 잔실수가 늘어나고 본의 아니게 피해를 주게 된 일이 있었다. 모두들 괜찮다고 말씀하셨지만, 정작 나는 괜찮지 않았다. 그냥 속상하고 스스로에게 억울했던 것 같다. '내가 왜 이런 실수를 했을까?' 오히려 신입 때는 '아~ 뭐 이 정도 실수 할 수 있는 거지 뭐~'라며 넘겼었던 것 같은데, 연차가 쌓인 지금은 오히려 부담감 때문인지 저런 여유가 없어졌다. 요즘은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보다 급한 불 끄는 심정으로 쳐내기 바쁘다고 해야 할까? 모 그런 상태인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로 일을, 회사생활을 어떻게 해 나가야 할지 정리를 해봤다.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여유’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누군가 업무 관련 요청을 해오면 말로는 "아 안 돼요~~~"라고 하면서도 어느 순간 또 바로 확인해주고 있던 적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현재 하고 있던 일의 흐름이 깨져버렸다. 그럼 또 나는 집중하기 위해 다시 에너지를 써야 되고… 지금 생각해보니 그런 일의 연속이었다. 


또 한 번은 동시에 전화, 회사 메신저, 카톡, 메일까지… 갑자기 업무 요청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때 갑자기 나도 모르게 당황하고 터저버렸던 것 같다. 바로 휴대폰은 꺼버리고, 화장실로 직행해 버렸다. 지금 당장 전화를 안 받아도… 지금 바로 답장 안 해도 되니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조금은 침착해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 했다.


그리고 처세술이 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적으로 말하기보다 조금은 돌려 말하는 자세가 아직은 부족한 것 같아서, 내년에는 잘 거절하는 방법에 대해 익히고 써먹어 봐야겠다. ㅎㅎ(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솔직해지기는 잊지 말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쌓아온 나의 존재감은 사라지지는 않을 테니, 조금은 여유를 갖고 침착하게 내년을 보내봐야겠다.(✨Merry Christ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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