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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구머니나영 Jul 19. 2023

미국에서 온 편지

우리의 버킷리스트 지키기


며칠 전, 머나먼 미국에서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누가 보낸 편지인지 익히 알고 있던 터지만, 기다리고 기다리던 편지라 그런지 막상 받으니 더 기분이 좋았다.


뭔가 경건한 마음으로 편지를 읽고 싶어, 씻고 잠들기 전에 편지봉투를 뜯었다. 빼곡히 들어찬 친구의 손글씨를 보며 한 자 한 자 읽어 내려가는 내내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처음 편지를 읽을 때는 ‘인생에 이렇게 마음이 잘 맞는 친구를 알게 된 것이 큰 영광이라는 이야기’에 감동했고, 두 번째 편지를 다시 읽을 때는 ’ 현재의 이 시기가 우리 모두에게 걱정과 고민이 많은 시기지만, 어떠한 선택을 하던 멀리서 서로의 결정을 응원한다’는 말이 나를 한 번 더 울렸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주책맞게 눈물이 난다.)


불과 몇 달 전, 친한 친구가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친구가 꽤나 오랜 시간 준비하고 공들인 걸 알기에, 친구로부터 드디어 미국에 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진심으로 기뻤다.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이런저런 대외적인 상황들로 인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친구의 맘고생을 알기에, 더욱더 축하해 줬던 것 같다. 친구가 원하던 일이라 생각하니 모든 것들이 다 잘되었으면 하는 마음 그뿐이었다.


친구는 본격적으로 이민 준비를 시작했다. 비행기 티켓 발권을 시작으로, 필수서류들을 정리하고, 건강검진, 피부과, 미용실 등등 미국에서 하기 어려운 것들을 해나갔다. 또 가족들 및 지인들 만나랴, 여러모로 바쁜 시간들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2 달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 드디어 출국날이 다가왔다.


사실 이 친구와는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같은 반을 한적도, 같은 학원을 다닌 적도 없다. 20대 때도 서로 다른 전공을 공부했고, 서울의 동쪽과 서쪽 끝과 끝에서 생활하느라 얼굴을 그렇게 자주 보지도 못했다(연락은 자주 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일주일에 2~3번은 어떻게든 얼굴을 볼 정도로 서로의 일거수일투족을 아는 사이가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무슨 일이 없어도 서로 만들어서라도 만났던 것 같다.) 그렇게 하루종일 떠들고도 “내일 얘기해~! “하며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친구. 뭐가 그렇게 할 말이 많은지, 그럴 정도로 참 마음이 잘 맞는 친구다.


서로 아무 말하지 않아도 어색하지 않고, 때로는 힘들 때 어떠한 말보다 눈빛만으로 모든 것이 설명가능한 그런 친구다. 어느 날은 몹시 지친 날, 친구의 ‘수고했어’ 한마디에 모든 것을 위로받는 느낌을 느끼곤 하는데, 그 말만으로도 나에게는 큰 힘이 되었던 적이 있다.


그런 친구가 떠나고 벌써 몇 달이 흘렀다. 나름대로 또 일에 치여, 일상에 치여, 바쁘게 살아왔지만, 뭔가 모르게 허전한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30대가 넘어 ‘친한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친구가 있어서, 나 또한 영광이고, 훗날 친구가 말한 ‘버킷리스트’를 꼭 지키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각자의 자리에서 늘 응원한다! 친구야! 너도!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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