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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구머니나영 Aug 15. 2023

저장하는 병에 걸린 것 같아

내 취향 찾기


나는 기억력이 좋은 편이 아니다. 어쩌면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니 말이다.


얼마 전, 고등학교 친구들이 있는 단톡방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친구가 우연히 우리의 과거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 다들 앳된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그러면서 저게 언제인지, 어디서 찍은 사진인지 서로의 기억력을 총동원했다. 웃프지만 저게 언제쯤이었는지보다 무엇을 먹었는지가 더 잘 기억이 났다(?). 내가 라마 인형 선물을 한 거보니, 대략 8~9년 전인가 싶었고, 한강을 건너려다 그냥 근처 카페에 갔던 기억이다.


그런데 친구들은 나보다 더 많은 것들을 자세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알고 보니 족발만 먹은 게 아니고, 친구네 아버지의 원픽 중식당에 가서 짜장면에 탕수육까지 먹었고, 설빙도 먹었단다. 누구는 일 끝나고 늦게 합류를 했고, 보드게임을 한 날과는 또 다른 날이었다고 한다. 친구들의 세세한 기억력 덕분에 추억을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모든 걸 다 기억할 만큼 여유가 없어서인지, 요즘의 내 관심사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여러 가지 방면으로 내가 기록하고 저장하는 것들을 써 내려가 보려 한다. 그것이 곧 내 관심사라는 생각이 들었던 게 제일 크다.


첫째, 지도맵에 나만의 장소(맛집) 저장하기


아는 사람은 알 거다. 네이버지도 or카카오맵에 즐겨찾기로 장소를 저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나는 주로 네이버지도를 이용하는데, 작년까지 장소저장 개수 제한이 2000개였다. 사실 한도 초과되어, 기존 장소를 삭제하여 저장하거나 카카오맵에 일부 장소를 저장하기도 했다. (네이버에 다니는 지인에게 사내게시판에 한도 증가 요청 문의글을 올려달라고 우스개 소리로 말한 적도 있다. 이미 같은 문의를 한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은 안 비밀^^그만큼 맛집 저장에 진심이었던 것 같다.)


그러다 작년 말쯤인가? 드디어 5000개로 한도가 늘어났다. 이때, 삭제할 장소는 리스트에서 과감히 삭제하고, 좀 더 체계적으로 리스트 정리를 했다. 내 기준에서 ‘진짜 가고 싶은 곳’과 ‘가볼 만한 곳’으로 나누어보았다. 예전에는 ‘맛집’이라는 한 리스트에 식당과 카페를 모두 저장했는데, 나중에 보니 여기가 맛집인지.. 그냥 한 번 가볼 만한 곳인지 나도 헷갈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식당, 카페, 볼거리로 나누어, 구체적으로 분류를 했다. 그러니 나중에 나도 보기 편하고, 진짜 진짜 가보고 싶은 맛집만 더 신중하게 맛집 리스트에 저장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생각하는 맛집의 기준도 어느 정도 생겼다. 그리고 ’ 먹는 거에 관심이 참 많구나!‘라는 사실도 다시금 알 수 있었다. 양이 많지 않아, 뷔페보다는 코스요리가 좋고. 허름하더라도, 전통과 역사를 가진 식당을 좋아하고. 식당도 서비스업이라 생각하기에, 불친절한 가게는 다시 가지 않는 편이다.


소소하지만 그곳만의 시그니처 메뉴가 있는 장소를 좋아하고. 제철음식을 챙겨 먹으려 하고, 제철과일이 들어간 카페를 좋아하는 편이다. 때로는 새로운 맛집을 찾아내는 걸 좋아하는데, 특히 10년 이상 거주한 토박이들의 찐 로컬 맛집 추천받는 걸 좋아한다.

 

가끔은 맛보다 분위기가 좋아서 가는 곳들도 있는데, 그런 곳들 또한 내 기준에는 가고 싶은 장소이기도 하다. 식당이나 카페뿐만 아니라, 볼거리나 힐링 장소인 곳들에 대해서도 그렇게 하나씩 저장해 나가고 있다.


그렇게 나만의 장소를 저장해 두는 게 나만의 소소한 일상의 행복이자 취미가 되었다. 그리고 나만의 보물지도가 생긴 것 같아 뿌듯하다.


둘째, 늘 듣던 음악 속 새로운 음악 찾기


요즘 혼자 카페에 가면, 주로 잔잔한 음악을 듣는 편이다. 하나에 꽂히면 그 장르를 찾아 듣는 편인데, 그런 의미에서 유튜브뮤직의 뮤직스테이션은 나에게 때때로 유용하다. 한 가수에 꽂히면 그 가수의 전곡 플레이리스트를 찾아 듣기도 한다. 요즘은 ‘최유리’라는 가수의 감성에 반해, 여러 노래를 듣고 있다. 그렇게 살짝 지겨워지려 할 때쯤 새로운 음악을 찾는다. 최근 유튜브 알고리즘에 의해, 알게 된 가수가 있다. ‘폴 블랑코’라는 뮤지션인데, 라이브 목소리를 듣고 반해버렸다.


이렇게 옛날의 감성이 그리우면 되돌아가 그 노래를 들으며 추억에 잠긴다. 이런 과정을 반복한다. 새로운 감성의 가수를 찾는 것과 다시 돌아가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게 요즘 일상의 또 다른 소소한 행복이다.


셋째, 일단 사진으로 기록하기


머리가 복잡할 때, 끼니를 잘 챙겨 먹어야 된다는 생각을 늘 한다. 잠들기 전, ‘오늘 내가 뭐 먹었지?’라는 생각만으로 행복할 때가 있다. 그런데 최근에 문득 오늘 뭘 먹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기록해 보기로 했다. 오늘 하루 먹은 것을 하나씩 사진으로 남겼다.


잠봉뵈르샌드위치와 라테를 먹은 날. 연어 가득한 샐러드 혹은 포케. 몸보신용 누룽지백숙과 오리주물럭. 볶은 야채 가득한 나만의 브런치 한상. 펄 가득한 아이스 밀크티. 운동 후, 마시는 시원한 이온음료(포카리스웨트)까지.


자극적인 것보다는 속이 편한 음식들에 더 끌리고, 많이 먹는 것보다 양이 적더라도 맛있는 걸 먹는 게 더 좋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마음 가는 대로 찍은 사진을 다시 보며, 내가 좋아하는 이미지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초록초록한 풍경, 나무 furniture, 빈 공간이 있는 장소들에 유독 눈길이 갔다. 사진을 볼 때면, 여유가 느껴져서 좋았달까?


글로 정리하다 보니, 장소, 소리, 시각에 꽤 예민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내가 편안함을 느끼는 상황에 대해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이렇게 기록하는 게 꽤나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앞으로도 꾸준히 기록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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