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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tattobroone Aug 09. 2023

'끝까지' 가는 건 대부분 거북이었다.

끝까지 했던 사람들은 달랐다.


내가 뭔가를 못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끝까지' 했던 사람들은 달랐다.



"끝까지 해! 00아!"



군대에서 축구를 할 때, 좋아하는 선임 중 하나가 내게 했던 말이었다. 전역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소리치는 저 소리가 귓가를 때린다.


나에게 이 말을 했던 그는 항상 부단히 도 무언가를 하는 사람이었다. 항상 잠이 부족하고 배고픈 군대에서는 남을 챙기는 것, 잠을 줄여서 무언가를 하는 것, 책을 읽는 것 등등 밖에서는 하기 쉬운 것들이 특히 더 어렵다. 그런데 그는 잠을 줄이고, 책을 읽고, 운동을 하고, 남을 챙기기까지 했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다들 그를 좋아했다.


전역을 하고 그는 달라졌을까? 아니, 더 열심히 살더라. 운동을 하고, 공부를 하고, 일을 하고 바쁘게 산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군에서도 그랬지만 전역한 지금도 주위에서는 그를 뛰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를 꽤나 가까이에서 본 나는 그가 매일매일 작은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지를 보아왔다.








밖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며, 사람들을 만날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대부분 무언가의 성취를 이룬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급작스럽고 우연한 기회가 찾아와 성취를 이룬 것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찾아왔을 뿐 자세히 들어보면 황무지에서 거목이 자라난 경우는 없었다. 그리고 그 성취까지의 과정이 짧으냐 기냐가 재능의 차이일 뿐


주말마다 수업을 했던 적이 있다. 수업에는 부단히 열심히 하지만, 노력한 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는 학생이 있었다. 하기 싫어도 버티고, 졸려도 참고, 해야 하는 일은 해내는 학생이었다. 그러나 노력하는 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 더 비참했던 건 훨씬 적은 노력을 하고서도 더 좋은 결과가 나오는 학생이 같은 수업에 있었다. 아마 주위도 답답했겠지만 가장 답답한 것은 본인이 아니었을까. 그 학생이 개념의 핵심적인 부분을 파악한다거나 공부하는 센스가 부족하다는 등과 같은 공부와 관련한 부차적인 문제들보다도 학생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잘 안 되더라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니 문득 군대에서의 그 사람이 다시 생각났다.


그리고 '끝까지'한다는 것이 뭔지 시간이 지난 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지나고 들어보니 군대에서의 그는 어릴 때부터 무엇하나 당연한 것이 없었던 사람이었다. 남들보다 부족한 환경에서 자랐고, 그래서 남들이 쉽게 가질 수 있었던 것도 남들보다 배는 노력해야 했었던 것 같다. 아마도 그래서 쉼 없이 무언가를 하는 것이 몸에 남았던 것 같다. 그리고 무언가가 잘 안 되더라도 되게 만들었어야 하고, 환경이나 상황도 스스로 변화시켜야 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부단히 노력하는 과정에서 안되더라도 그것이 이뤄지도록 '끝까지' 집중하고 침착해야 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는 시간이 지난 후에 평일에는 본인의 일을 하는 한편, 주말에는 어린 시절의 자신과 비슷하게 힘든 상황의 아이들에게 봉사하며 사는 삶을 선택했다.


끝까지 해보는 것과 적당히 하다 마는 것은 시간이 지난 후 큰 차이를 불러온다. 물에 몸을 반만 담가서는 수영할 수 없다. 머리끝까지 담가야 결국 몸은 물에 뜨고, 수영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적당히 해보다가 포기하면 아예 그 수영 자체를 배울 수 없다. 남들이 보기에는 아픈 실수라도 몸을 깊이 담가본 사람만이 진정 그것을 어떻게 하는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렇게 '온 힘을 다해 부서져 본 경험 자체'가 배움이 된다. 즉, 어떤 한 문제를 힘들다고 외면해 버리면 거기서 끝이지만, 작은 문제라도 그냥 넘어가지 않고 해결해 보는 법을 스스로 배울 때만 비로소 본인의 인생 전반의 문제해결능력을 키울 수 있는 것이다.


대부분 남을 보는 사람들은 그가 만든 결과만 두고 생각하는 경우가 꽤나 많다. 그것은 대상이 나에게 중요도가 떨어질수록, 혹은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판단하기 때문에'일수록 더욱 그렇다. 사실, 그 또는 그녀가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보다도 그 결과가 드러났을 때가 더 중요한 경우가 많다. 그리고 실제로 결과 없는 과정처럼 무의미하고 허무감을 느끼게 하는 것도 없다.


그러나 실제로는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과정이다. 과정이 없이는 결과도 없다. 그리고 전술했듯 과정 속의 작은 결과들이 모여서 큰 결과를 이루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작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내 삶의 문제해결능력을 키워가는 방법이다. 그리고 또다시 그것이 큰 결과를 만든다.


문득, 대학시절 은사님이 해주셨던 두 단어가 떠오른다.



Persistence, Curiosity









다시 수업으로 돌아와, 학생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 앞에 놓인 네 목적은 분명히 중요해. 그러나 조급해하지 말고 지금 하던 대로 하면서 조금 더 스스로를 믿어도 괜찮아. 결국 '끝까지' 가는 사람들은 어설프게 똑똑한 사람도 아니고, 어설픈 재능을 가진 사람도 아니고, '한 발자국'씩 매일 가는 사람이야. 반드시 언젠가는 준비된 너를 알아줄 거야.


특히, 뭔가를 끝까지 해본 적도 없으면서 너와 너의 노력을 쉬이 여기는 그런 말들은 가볍게 무시해. 그런 사람들은 결국 쉽게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지 못해서 아무것도 해내지 못할 사람들이야. 그리고 끝까지 가지 못하고 무엇도 배우지 못하는 건 당연하겠지. 당장의 작은 결과나 지식보다도 장기적으로 삶에서 중요한 것들은 그런 게 아닐까 해."



"우리, 끝까지 하는 사람이 되자"




  






*고료를 받지 않고 작성된 글이며, 주관적인 생각을 밝힌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특정 단체, 특정 인물과는 무관하며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 특정 인물을 비하할 의도는 없음을 밝힙니다. 이미지 및 원문의 저작권 관련해서는 개별적으로 문의하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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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8/9

<'끝까지' 가는 건 대부분 거북이었다.>




그림 및 사진자료 출처 :

https://www.pinterest.co.kr/pin/476466835586928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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