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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tattobroone May 01. 2024

스시집이 폐업했다

한 번 인정받는다고 끝이 아니다. 지키는 것의 중요성





집 근처에 스시집이 있었다. 그 스시집은 열정 넘치는 젊은 사장이 운영하고 있었는데, 동네에 괜찮은 스시집이 없기도 했거니와 음식이 깔끔하고 괜찮았고 열정만큼 한 줄 한 줄에 정성이 담겨 있었다. 꽤 많은 사람들이 그 스시집을 찾았고, 동네에서는 가장 유명한 스시집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타 지역에서도 종종 오고 각종 블로그에도 소개될 정도였다. 


그로부터 5년 후, 스시집은 폐업했다. 노래방으로 바뀌어서 권리금도 받지 못하고 지금은 그 자리에 있었는지도 모르는 스시집이 되어버렸다. 대체 그렇게 잘 되어가던 가게에 무슨 일이 있던 것일까?








다시 스시집이 한창 잘 되던 때로 돌아가보자. 스시집이 인산인해를 이루면서 스시집 앞에는 대기석이 생겼고, 웨이팅 리스트가 생겼다. 사장은 생각했다. 가게를 더 크게 확장해서 이렇게 기다리는 일이 없게 만들자. 사장은 열정이 넘쳤고, 바로 가게를 확장하는 방법은 선택했다. 


그러나 확장한 후가 문제였다. 가게를 확장해서 옆 가게까지 인수했으니 임대료는 약 2배가 되었다. 설상가상 건물주는 잘 되는 스시집을 보면서 임대료를 더 올릴 생각을 했다.(150만 원 5% 인상과 300만 원 5% 인상을 생각해 보라, 비율은 같으나 실상은 전혀 다르고 자영업자에게는 부담되지 않을 수 없다)


생각할 부분은 많아졌으나, 가게는 여전히 문전성시였다. 하기사 나를 비롯한 주위 사람들도 아직도 '스시집'하면 그 스시집을 떠올릴 정도였고 여전히 그 스지집에서 식사를 했기 때문이다. 사람은 계속해서 들어오고 그 인근을 지나갈 때마다 스시집에서 식사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직원들도 늘었다. 처음에는 사장과 직원 1명으로 시작했던 가게가 이제는 홀과 주방에 총 5~6명의 직원들이 있었다. 직원이 5명이라고 한다면 단순 계산으로 월 인건비만 [2명일 경우+확장 전 임대료: 200*2 + 150 = 550만 원, 5명일 경우+확장 후 임대료: {200만 원*2 + 150만 원*3} + 300 = 1150만 원]이었을 것이다. 임대료까지 하면 가게를 확장했을 때 월 고정비가 엄청나게 증가했고, 매출을 그 이상으로 뽑아내려면 정말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매출을 늘리는 것보다 고정비를 줄이는 게 쉽다고 한다. 註 아마도 매출은 통제 가능하지 않아 변수에 가까운 반면, 고정비를 줄이는 것은 사업자가 직접 통제 가능하기 때문이라 보인다.)




이제 조금 조절해야겠다고 생각했는지, 아니면 과도한 인건비와 임대료가 부담되었기 때문인지 조금씩 문제가 발생했다. 작은 식당에서 정갈하게 나올 때는 음식의 퀄리티(회의 신선도, 수프의 따듯함, 샐러드 드레싱의 위생, 단골에게의 인사 등)등 가게 전반의 퀄리티가 높았다. 그러나 가게가 확장되면서 음식 전반의 가격이 1000~2000원씩 향상되었고, 스시에서 회의 비중이 조금 줄어들기도 하고, 바쁘다 보니 하나하나 고객을 챙기기 어려워졌고, 샐러드 드레싱의 위생 등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나는 이것이 우리가 더 이상 그 가게를 사랑하지 않게 된 이유라고 생각한다. 한 마디로 말하면, 사람이 많던 적던 그 가게를 찾을 이유(맛, 가성비, 위생)가 있다면 그 가게를 갈 수 있다. 문제는 가게를 확장했건 그렇지 않건 더 이상 우리가 찾던 이유가 있는 그 가게의 모습 그대로가 아니라면 더 이상 그 가게를 찾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가게를 확장했더라도 무리하게 확장하지 않았거나, 확장한 후에 조금 여유를 가지더라도 음식 전반의 퀄리티를 떨어뜨리지 않거나 위생에 신경 쓰는 등 내실을 다지는 기간이 있었더라면 그 스시집은 아직 그 자리를 지키고 있지 않았을까.










한편, 학생 때 자주 가던 돈가스 집이 있다. 정말 오래된,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이 운영하는 곳이다. 얼마 전 다시 찾은 그 돈가스 집은 놀랍게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사람이 많냐고? 아니 그렇지 않다. 그렇지만 갈 때마다 항상 홀은 만석이다. 밖에서 사람들이 기다리지는 않지만 식사 때마다 그 돈가스 집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는 뜻이다. 홀에서 식사를 하다 보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린다. 오래전부터 다니던 형이 데려온 동생, 학생 때 자주 왔다가 취업해서 다시 찾은 친구들, 자주 찾던 부부 등이다. 


확장했느냐고? 아니 그렇지 않다. 직원이 많아졌냐고? 아니 그렇지 않다. 그저 은은하게 그 자리를 지키는 내가 기억하던 그 돈가스집 그대로다. 아! 가격은 올랐다. 그러나 맛은 그대로다. 나오는 음식과 퀄리티, 특이하게 그 집에서만 나오는 반찬들도 정말 그 맛 그대로다.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님들의 성향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경영방식일지 모른다. 그러나 내가 신경 써서 고찰해보고자 하는 부분은 바로 음식이나 제품, 혹은 서비스가 주는 주는 고유한 가치이다. 그리고 그것을 지켜가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특정 업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인 업의 특성과 본질에 대해 고민해 보고, 그것을 자신의 언어와 경험으로 '정의'하고, 그 정의에 부합하는 실체를 지켜가는 자는 망할 수도 없고, 오히려 남이 먼저 알아본다.


폭발적인 영향력을 뿜거나 순식간에 사랑받는 사람들과 제품은 당연히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가 있다. 그러나 그것이 다른 이유에 의해 희석되면 어떨까? 독립재 유사의 것이 대체재가 되는 순간이다. 그리고 그것은 기업의 안정화 순간에 경제성을 잡기 위해 필연적일 수 있다. 그러나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은 너무 많이 타협해 버리면 소비자들이 더 이상 그것을 찾아야 할 이유가 없어져버릴 수 있다는 점이다. 


점점 디테일이 중요해진다. 디테일은 고수의 영역이다. 모두가 필사적으로 경쟁하는 영역에서 큰 줄기의 차이는 당연해졌다. 그래서 꼼꼼함과 디테일을 통한 본질적 가치의 전달, 그리고 그것을 지켜가는 경영자의 노력을 소비자가 읽어내는 시대다. 


즉, 1) 통제 가능한 범위에서 아웃풋의 최선 2) 경제성과 대중성의 고려 3) 최선의 아웃풋으로 만들어낸 가치를 지키려는 노력만이 오랫동안 꾸준히 최고의 자리에서 사랑받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고료를 받지 않고 작성된 글이며, 주관적인 생각을 밝힌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특정 단체, 특정 인물과는 무관하며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 특정 인물을 비하할 의도는 없음을 밝힙니다. 이미지 및 원문의 저작권 관련해서는 개별적으로 문의하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정보 전달 글은 단어 선택, 뉘앙스, 정확성에 유의하여 작성하고 있으나 오류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댓글로 남겨주시면 관심으로 받아들여 감사하게 생각하고 옳은 지적이라면 바로바로 반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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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5/1

<스시집이 폐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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