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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Oct 25. 2024

예술가의 혼을 담은
<바베트의 만찬>

씨네아카이브 51. 인생을 담은 요리 part.1

흑백요리사가 몰고 온 미식 열풍에 이어 이번에는 한국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독서 열풍이 심상치 않지만 나는 사람들의 관심사 변화 속도를 쫓아가는 것이 쉽지가 않다... 어차피 늦은 김에 미식의 세계에 조금 더 머물러 보기로 했으니! 51번째 아카이빙은 요리에 자신의 인생을 녹여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를 골라봤다.


씨네아카이브 52. "인생을 담은 요리" 전문 읽기



<바베트의 만찬 (Babette’S Feast)>, 가브리엘 악셀, 1987년 개봉 (국내개봉 1996년)

(이미지 출처: 네이버)

<바베트의 만찬>은 프랑스혁명을 피해 덴마크로 건너온 바베트가 자신을 거두어 준 자매와 마을 사람들을 위해 복권에 당첨된 금액으로 만찬을 준비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마을의 중심을 잡아주던 목사의 죽음 이후 서로 날 선 태도로 대하던 사람들이 ‘바베트의 만찬’을 통해 잊고 있던 유대감을 되찾는 과정을 따뜻하게 묘사했는데 오래전 영화이기도 하고 장르 특성상 대중성과는 거리가 멀지만, 요리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은 꼭 언급하는 작품으로 요리가 가진 힘과 울림을 설득력 있게 그렸다.


영화에는 서양 3대 진미로 불리는 캐비어, 푸아그라, 트러플을 비롯해 거북이, 메추리 등 최고급으로 분류되는 재료들이 모두 등장하는데 당시에는 최고급 식재료로 어떤 요리를 만드는지는 물론 지금은 많이 간소화된 ‘전통 프랑스 정찬 코스’도 엿볼 수 있다. 영화가 전반적으로 잔잔한 물결처럼 정제되어 있어 보고 있으면 마음이 정화되는 듯한 기분이 드는 작품으로 기대이상으로 훨씬 즐겁게 감상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덴마크의 작은 바닷가 마을에는 신앙과 봉사를 천직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두 자매 마티나와 필리파가 있다. 젊은 날의 추억은 마음에 간직한 채 세월이 흘러 노년에 접어든 어느 날 바베트라는 여인이 필리파의 연인이었던 파판의 편지를 들고 마을에 찾아오고 바베트는 마티나와 필리파 자매의 새로운 가족이 되어 함께 살아가게 되다. 그러던 어느 날 바베트는 자신이 복권에 당첨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녀는 그동안 자신에게 온정을 베푼 자매와 마을 사람들을 위해 최고의 만찬을 준비해 대접하기로 한다.


영화에서 12명의 만찬을 준비하는데 쓰인 금액은 바베트가 당첨된 복권 전액이었다. 바베트가 복권에 당첨되어 마을이 떠날 것이라 생각했던 자매는 바베트가 만찬을 준비하는데 전 재산을 사용했다는 것을 듣고 걱정하는데 이에 바베트는 “예술가는 가난하지 않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금전적 탐욕보다 자신이 가진 재능(요리)으로 타인을 기쁘게 하기 위해 모든 재산과 열정을 바친 것처럼 느껴졌는데 이를 보며 ‘요리’도 혼을 담아낼 수 있는 하나의 예술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 더불어 <바베트의 만찬>은 음악이나 미술과 같은 분야만이 아닌 ‘요리’에도 장인정신이 깃든 예술가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과 동시에 ‘이타적인 삶’의 본질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하는 영화.



전지적 관찰자 시점, 가끔인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영화 이야기.

시선기록장 @bonheur_archive

파리 사진집 <from Paris> 저자

영화 뉴스레터 ciné-arch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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