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말도 안 되는 시간이 흘렀다. 독자는 몇 페이지가 지나지 않았지만 연극 연습은 벌써 마지막 주에 접어 들어간다. 매일 같이 연습에 연습.
배우들과 연습실을 빌려 무대 위에서 하는 것처럼 연습한 지 2주일이나 지났다. 대본은 이미 손에서 떨어졌고, 대신 우리 앞에 핸드폰 카메라가 놓여 있다. 관객들이 없으니 우리에게 피드백을 해줄 사람 없고, 우리끼리 연습에서 우리를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연습엔 주로 녹화를 한다. 녹화를 하고 나선 금방 지우긴 하는데, 눈앞에 기록할 수 있는 무엇인가 놓여 있다는 게 살짝 긴장감을 준다.
연습을 위해 연습을 하기 전, 대본도 입에 익을랑 말랑 하는 때, 연습을 하면서 있었던 일이다. 대략 이러했다.
ep 1. 긴장감 없는 연습
연습실을 빌렸다. 사람들이 다 오는 시간으로 정한 건 아니고, 정규 연습시간엔 전부 해 볼 수 없으니 대략적으로 큰 그림만 잡아주고 나머진 개인의 고민으로 남겨진다. 그래서 우리는 연습실을 따로 빌렸다. 연습이 필요한 몇 사람이 모여 나머지 공부를 하려고 대여했다.
"다들 연습은 좀 하셨나요?"
"뭐 그냥 그렇죠. 이제 연습을 해 보려고요."
"그렇죠? 저도요"
"뭐부터 할까요? 각자 연습한 뒤에 합을 맞춰보는 방식으로 하면 되겠죠?"
"오- 그렇게 하는 게 베스트!"
그래서 각자 구석으로 자리했다. 모여 앉으면 수다를 떨게 뻔하니 각자의 위치를 잡고 대본 연습을 하기로 한 것이다.
"띠링"
핸드폰 메시지 알람이 울렸다. 우리 단체 톡 방이다. 우리 중 누군가가 연습하려고 모인 우리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연습한다고 올렸는데, 그걸 보고 연습에 못 나온 사람들이 글을 달기 시작했다. 거기에 우리는 또다시 올라온 글에 다시 댓글을 달았다. 킥킥거리며 대화를 하다 보니 연습실을 빌려놓고 40분을 핸드폰만 보고 있었던 것이다. 망했다.
ep,02. 망한 날 말고 또 다른 연습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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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하기 위해 또 한 번 연습실을 빌렸다. 지난 연습을 망친 요인은 결국 핸드폰이었다. 다들 친해졌다고 한 마디씩 거들 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리고 연습은 뒷전이었다. 그래서 이번엔 핸드폰을 멀리 두고 연습을 하기로 했다. 연습을 하는 동안 핸드폰을 하지 않는 걸로 합의를 하고 연습을 시작했다.
연습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조금씩 열정이 올라오고 있었고, 땀이 날 만큼 힘을 쏟았다. 그렇게 한 시간을 연습만 했다. 오롯하게. "딸깍"하고 소리가 나기 전까진 말이다.
딸각하고 문 손잡이 돌리는 소리가 나더니 대표님이 응원차 오셨다면서 인사를 건넸다. 빵과 음료를 사 오셨는데, 한찬 땀을 흘리며 연습했던 우리는 빵을 보고 참을 수 없었다. 약간의 허기를 달래고자 앉았지만 결국 그렇게 연습시간을 다 써버렸다. 또 망했다.
ep 03. 좋은 연습 시간
연습하기 위해 연습실을 빌렸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직장을 다니면서 취미로 하는 중이라 저녁시간에 대관을 하게 된다. 대관시간이 저녁시간이다 보니 퇴근하면 이쪽으로 바로 오는 경우가 많아 근무복을 입고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정기 연습시간에 운동복 차람의 배우들을 보다가 평일 연습시간엔 만나면 조금 낯설고 어색하다. 본인도 운동복보다 불편한 옷을 입고 있어서 그런지 조금은 경직된 모습이다.
옷은 다시 움직임이 편한 옷으로 갈아입었고, 연습시간에 순수 연습을 방해 요인들 때문에 번번이 실패했던 터라 만반의 준비를 하고 연습을 시작했다. 다들 조금은 피곤하기도 하고 하루종일 일하고 와서 힘이 빠질 법한데도 열심히 연습을 했다. 다들 너무나 열심히 연습을 했고 또 잘하기도 했다.
이렇게 연습이 마쳤다.
"짠~"
연습을 그렇게 마치긴 했지만 다들 열심히 하려고 일 마치고 바로 오는 바람에 저녁도 못 먹었고, 연습에 방해될까 봐 빵이나 라면 같은 음식도 사 오지 않아서 배가 고팠다. 목도 말랐다. 자연스럽게 우린 밥집으로 향했다. 씨파티를 했던 감자탕 집에서 밥만 먹고 헤어지자고 했다. 정말로 밥만이었다. 그러다 한 잔이 되었고, 한 병이 되었으며 각자 한 병씩 되자 작은 회식이 되어 버렸다. 업무복장을 하고 만나서 그런지 더욱 회식 같은 분위기에 연습도 잘 마치고 나니 마음에 여유가 생겼던 것이다.
연습이 망한 건 아니지만 다음날 엄청난 힘듦이.. 다음날 힘들었지만 모두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