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seuN 쓴 Dec 26. 2024

9. 무대 위에 주인공

공연 날이다.


드디어 공연 날이다. 연습은 꾸준하게 했지만 막상 공연 날이 되니 떨리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공연을 하고자 모였고 공연을 위해서 지금까지 연습을 해 온 건 맞지만 막상 공연을 하려고 무대 위에 서니 생각했던 거보다 더 많이 떨려왔다. 테크니션 리허설 때 혼자 무대 위에서 조명을 받은 적이 있었다. 혼자 무대에 서서 조명을 받을 때까지만 해도 관객이 없으니 실감 나지 않았지만 막상 공연 당일 아침이 되고 최종 리허설을 하는 순간이 되자 심장이 쿵쿵거리고 손에 선 땀이 나기 시작했다.


표는 이미 매진이었다. 공연을 하는 사람들의 지인과 극단을 알고 있는 지인들, 그리고 우리 포스터를 보고 공연을 관람하고자 하는 몇 명의 사람까지 극장을 꽉 채우는 관객들이 이미 준비되어 있다. 밖의 날씨는 그렇게 더운 게 아닌데, 등에선 땀이 흐르고 얼굴은 번들 거리기 시작했다. 배우 분장과 무대 의상 착상을 마친 후라 덥다고 세수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무대 서기 전부터 힘들지만 어쨌든 우리는 무대 위에 서서 공연을 시작해야만 한다. 이 공연을 위해 달려온 배우이기 때문이다.


"너무 떨리지 않아요?"

"난 회사 사람들이 보러 온다고 했어요."

"우리 어머니, 아버지도 온다고 했는데 잘 찾아오실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나는 아까 김밥 먹지 말걸 그랬어. 김밥 먹은 게 오히려 도움이 안 되는 거 같다."

"전 그래서 원래 공연할 때 뭘 잘 안 먹어요."

"저도 다음 공연 때는 안 먹고 그냥 해야겠어요."


우리끼리 누가 더 떨리는지, 손님은 누가 오는지 이야기하고 있을 때 대기실 밖에서 소리가 들렸다


"자 관객 입장 하십니다. 회원님들 준비해 주시고 무대 뒤에 소리가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주의해 주세요."


연출의 말이 들리자마자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관객들이 들어오면서 웅성웅성이며 의자에 앉는 소리가 들리고 사진을 찍어 내는 소리가 들렸다. 대기실 한쪽에 모아 둔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모두들 도착했다는 메시지나, 보러 온 배우들의 이름을 태그하고 SNS에 게시글을 올리거나 DM을 보내니 알람이 오는 것이다. 알람이 와도 앉아서 핸드폰을 보고 있을 여유가 없다. 우린 모여서 손을 잡았다. 그저 이번 공연에 실수가 없이 무사히 끝나기만을 기도 했다.


밖에선 연출이 관객들을 향해 안내하는 소리가 들렸다


"핸드폰은 무음이나 진동으로 바꿔 주시고 공연 중에는 촬영이 불가하오니 핸드폰을 꺼내지 말아 주시기를 바랍니다. 또한 화장실 및 기타 어떠한 이유로든 외부로 나가셨을 경우 원활한 관람을 위하여 제 입장이 불가하다는 점 안내 드립니다. 혹시 필요하시면 지금 화장실을 다녀오시고 준비가 되는 대로 공연을 시작하겠습니다. 화장실 다녀오실 분 계신가요?


없으시다면 지금부터 공연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무대 막이 올랐다'라는 이야기는 연출 혹은 스텝이 '지금부터 공연을 시작하겠습니다.'라는 말을 하면서부터이다. 모든 객석 조명 등이 꺼지고 무대를 향한 조명 하나만 켜져 있을 때 우리의 무대는 비로소 막이 올랐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