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에 연습을 하고 수정에 수정을 거치 고나니 어느새 공연 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막상 공연을 한다고 하니 떨림이 멈추질 않는다. 경험이 많은 사람도 혹은 그렇지 않은 사람도 무대라는 공간은 새롭고 설렘이 있는 공간이다. 늘 바뀌는 관객이 있기 때문이다.
일단 마지막 주에 가장 중요하게 점검해야 하는 것이 의상이다. 의상뿐만 아니라 소품도 준비가 되었는지 확인이 필요하고, 소모품이라면 여분으로 몇 개를 더 사놓아야 한다. 물론 연습 중간에 필요한 물품을 정리하고, 회비를 모아 구입을 했지만 만약 우리가 필요한 소품이 각자의 집에 있는 경우 사서 쓸 필요가 없으니 혹시나 가지고 있을지 모르는 소품을 구별하기 위해 소품 리스트를 보고 정리했다. 물론 가지고 있던 소품의 경우 집에서 가지고 오는 방법으로 제작비를 줄이기 때문에 가지고 올 수 있는 걸 조사하는 게 아주 중요한 일이다.
"여러분 의상 먼저 확인하겠습니다. 이번 극에서 입으면 좋을 것 같은 의상을 리스트 업 했는데, 혹시 본인이 가지고 있거나 빌려 올 수 있는 것들이 있다면 미리 말씀해 주세요."
"저, 제가 입을 의상을 집에 다 있고, 고무장갑 새 거랑 앞치마는 여벌로 몇 개 가지고 있어요. 행주도 필요하면 준비해 올게요."
"저는 제 의상이랑, 다른 분 검정치마 가지고 올 수 있어요, 저랑 사이즈 맞을 것 같은데 새로 사지 말고 제 것 입고하세요."
"전 옛날 전화기 있고, 바구니는 라탄으로 만든 바구니 있어요. 그걸로 가지고 올게요."
등등 대화가 이어지고, 소품리스트에 정리하던 연출이 마지막으로 정리해 준다.
"네 그럼 마지막 연습하는 날 다 들고 오시고 빠진 소품 확인할게요"
마지막 주가 되었다. 이번이 마지막 연습이라 제법 큰 종이가방에 필요한 소품들 다 모아서 한데 담아 왔다. 필요한 물품들과 의상을 합쳐서 가지고 오니 제법 양이 많았다. 다들 그 정도 사이즈였다. 우리처럼 의상이나 소품을 직접 준비하는 단체들이 많다. 괜히 한번 쓰고 다른 공연에 쓰지도 않는 걸 돈 주고 사기도 그렇고 사면 누가 가지고 가기도 그래서 되도록 이렇게 하는 편이다.
소품을 모아서 빠진 걸 확인하고 수배가 안 된 소품의 경우엔 쿠팡이나 네이버를 통해 구입하고, 다른 연극팀에게 문의도 해본다. 분주하지만 연습이 없는 마지막 주는 그렇게 시간을 보낸다. 사실 연습이 없는 건 아니다.
마지막 주 연습은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연습한다. 공연이 금, 토, 일 잡혀있는데, 목요일에 공식 연습을 한번 더 하게 되는데, 우린 이걸 테크니션 연습이라고 한다.
테크니션 연습이란?
배우와 연출이 공연 하루 전날 무대 세팅을 하는데, 이때 조명의 위치와 조도를 맞추고 적당한 배경 음악의 볼륨을 정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러한 시간을 의미한다. 또한 등장과 퇴장을 직접 해보면서 동선을 파악하는 일도 테크니션 리허설에 중요한 과정이다.
이 날이 처음 무대를 밟는 날이다. 비공식적이긴 하지만 무대 위에서 연기도 해보고 대사를 해본다. 조명감독의 지시에 따라 조명이 켜지고 무대에선 우리 눈에 객석이 보이면 연기를 시작한다. 당연히 리허설이라 객석에는 우리 배우들뿐이지만 무대에서 보면 관객들처럼 보인다. 공연장에 처음 대사부터 마지막 대사가 울려질 때까지 조명의 색과 조도를 맞추고 대사의 톤을 맞춘다.
안개를 뿌려주는 기계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고 안개 위에 내려질 조명의 밝기도 한 번 더 조정한다. 동선이 꼬이지 않게 불편하지 않게 서로서로 확인하고 기억한다. 실수를 하는 순간이 오지 않게 또 한 번 더 암기한다. 의상의 변화를 보기 위해 배역의 의상을 입어 보기도 하고, 나 같은 경우에는 갈아입고 나와서 연기를 하는 것까지 연습해 본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해 보는 과정이었다.
무대 위에 자리 잡은 소품, 그 위에 떨어지는 조명에서 만들어진 분위기는 우리 집에서 가지고 온 물건이지만 마치 대본 속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모습에 사진을 찍어 보기도 한다. 달라진 모습의 무대와 의상을 입고선 배우들의 모습에 다시 한번 셔터를 눌러본다. 테크니션 리허설이 끝나고 극장의 문을 나서면서 우리는 결연한 의지를 다진다. 내일부터 있을 공연에 최선을 다하자는 의미도 있고, 우리가 달려온 마지막 결승선까지 완주를 하자는 의미를 담아 손을 모으고 "파이팅"을 소리 내어 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