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돌풍의 동력은 재보궐 선거 결과라는 ‘현찰’에서 나온다
이준석 돌풍을 둘러싼 지독한 회피의 향연. '청년'이니 '세대교체'니 '능력주의'니 마치 그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하버드 청년인양 사방이 멍멍소리로 가득하다.
이준석 돌풍의 동력은 재보궐 선거 결과라는 '현찰'에서 나온다. 2030남성이라는 (국힘 입장에서는) '용병'과 함께 국힘이라는 성 안으로 들어간 셈이다. '자 이렇게 내가 새로운 군대를 데려왔는데 함께 안하면 너네 발릴걸?' 말은 설득하는 투이지만 사실상 반 협박이다. 그가 이따금 선배세대를 존중하는 듯한 말을 할 때마다 흥미롭다. 영화 신세계의 '살려는 드릴게'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는 심지어 자신의 현찰이 더 많은 현찰로 불어날수 있음도 증명하고 있다. 윗세대는 물론이고 남성 뿐만 아니라 여성에서도 1위를 달리는 지지율은 '페미니즘에 문제제기해도 표 안떨어진다'는 가설을 실제로 입증한 첫사례에 가깝다.
이준석 현상에 바빠진 건 민주당 언저리의 청년정치인들이다. 너도나도 튀어나와 '저요저요 저에게 권한을 주세요 안주면 당신은 꼰대'를 외치는 중이다.
이준석 현상을 '청년'으로 한정짓는 아전인수 주장의 느슨함은 둘째치고 부실해 보이는 '어음'이다. 그동안 겁에 질려 현찰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이들의 주장. 동세대 대중보다는 윗세대에게 충성하는게 남는장사라고 생각했던 이들의 주장.
기껏해야 떠밀려 찍소리 내는 이들도 황급히 자신이 일베가 아님을 증명하려는듯 '너희들도 잘못이 있다'며 2030 남성을 향한 훈계를 빼먹지 않는다. 지켜보던 '용병들'은 황당해한다. "우리 안그런데..??" 이어 덧붙인다. "근데 언제봤다고 가르치려드냐?" (이들과 달리 이준석은 가장 엘리트적 주장을 하는 정치인임에도 대중과 같이 뒹군다. 이런 '반응성'이 트럼프와 닮았다면 닮았다.)
동년배에게 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부실 어음 청년들에게 86 아재들이 귀를 기울일 이유가 있을까. 이미 저 세대는 성별갈등 의제에 대해 회피하고 싶은 마음으로 한가득이어서 이야기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아이리스 이병헌이 "아 안돼!!!" 소리지르며 얼굴을 감싸듯, 눈 앞을 스치는 자신들의 성차별 역사와 룸살롱 추억에 PTSD급 자기방어로 대응하고 있는 중이다.
결국 주류세력의 문법을 바꾸는 것은 기득권의 시혜나 너그러움이 아님을 이준석 현상을 통해 재확인한다. 민심에 기민하게 반응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자기대중과 함께 성 안으로 들어가야 '징징'을 넘어 아량을 담은 ('살려는 드릴게') 통합의 메시지도 낼 수 있다. 지금처럼 86 형님들 앞에서 픽미픽미 외치는 나약함으로는 앞으로도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며칠전 이준석이 민주당 청년 정치인들을 칭찬하고 나섰던데 조롱도 저런 조롱이 없다.
뜬금없게도 2012년 즈음 백분토론에 나간 모 통합진보당 후보를 떠올렸다. 사실상 '김정일 개객끼 해봐'에 가까웠던 방청객의 질문에 "회색빛 평양" 운운하며 얼버무리던 모습. 2030 남성들의 문제제기에 어정쩡하게 대처해온 민주당 모습과 다르지 않다. 그들은 부동산, 일자리 문제 만큼이나 '당신들이 성역에 도전할 수 있는지'를 최소기준선으로 제시하고 있다. 9년사이 그 대상이 부카니스탄에서 페미니즘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그러니 이와중에 MZ 운운하며 백날 기후위기 황급히 외쳐봐야 소용이 없는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비겁하면 외면당하는 것은 만고의 진리이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