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햇살나무 Mar 20. 2022

고마운 이들

남편의 암 진단 소식을 동네방네 알릴 생각은 없었는데, 교회 목사님이 청년들이 있는 단체 밴드에 소식을 올리셔서 여기저기서 연락이 왔다. 나와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을 키우는 지인은 힘들어서 어떡하냐고 전화를 해서 나보다 더 많이 울었다. 처음엔 소식이 알려진 게 당황스러웠지만, 많은 이들이 기도해준다고 생각하니 다행이라는 마음이 들었다.  


소식을 들은 남편의 대학 신문사 선배들은 모금까지 해서 남편에게 돈을 보내왔다. 남편은 제발 이러지 말라고 이렇게 안 해도 된다고 사정했지만 남편을 생각하는 지인들의 마음을 막을 수가 없었다. 남편은 그 돈을 나중에 다른 걸로 다 갚겠다고 다짐했다.


지인들은 과일이며 고기, 생선, 견과류, 홍삼 등 각종 선물들을 보내왔다. 친언니와 대학 선배 언니는 생활비에 보태라며 큰 돈을 보내왔다. 나는 누군가 아플 때 이렇게까지 도와줄 수 있을까. 그 마음이, 선의가 고마워서 마음이 먹먹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남편의 치료 경과 소식을 계속해서 알려주고, 만든 책이랑 선물들을 종종 보내주는 수밖에 없었다.


남몰래 남편과 우리 가족을 위해 기도해주는 이들도 많았다. 사람은 이렇게나 작고 무력한 존재구나, 신을 의존하며 살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걸 다시금 깨달은 시간이었다. 흩어졌던 마음들이 하나로 돌아오는 것만으로도 이 시간은 기회구나, 소중한 시간이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남편이 참 복 받은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걱정해주고 격려해주고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건 남편이 그래도 헛살지는 않았다는 방증이 아닐까 하는 생각. 그리고 나도 다짐을 했다. 누군가 아플 때, 힘들 때, 도움이 필요할 때 외면하는 사람이 아니라 어떻게든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겠다고. 마음이든, 물질이든 격려의 인사 한번 더 해주고, 적은 돈이든 선물이든 필요한 걸 도와주는 사람이 되겠다고. 간절히 함께 두 손 모아 기도하겠다고. 그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조금만 마음을 쓰면 다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다른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사람이 되는 게 우리 부부의 남은 사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