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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감정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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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나무 Apr 12. 2023

살기 위한 감정 일기

지난 주말, 내 삶이 뭔가 고장이 나고 있다는 걸 직감했다. 가만히 있어도 일과 관계에 대한 생각들이 목구멍을 타고 올라와서 나를 힘들게 했다. 가끔은 숨이 막혔고, 결국 누가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리는 상황이 되었다. 차라리 울고 나니 후련했다. 힘들다고, 그냥 너무 힘들다고. 누구한테라도 하소연하고 싶었다.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이 일이 잘 될지 안 될지 불확실하고, 일을 끝내고 집에 오면 아기새들이 끊임없이 엄마를 찾고, 말은 듣지를 않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데 쉽지 않은 상황들이 겹쳐서 나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간 것 같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별로 없다. 아이들도 남편과의 관계도, 사람들과의 어울림도, 일도. 그런 것들이 켜켜이 쌓여서 내 마음 속의 응어리를 만들어낸 것 같다. 나는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생각. 좋은 사람이고 싶은 생각. 나이스하게 보이고 싶어서, 속은 곪아가는지를 몰랐다.      


종종 사람들과 대화하다 숨이 막힌다. 내 마음이 방향을 잃고 허둥댄다. 다른 이의 감정과 부탁은 어떻게든 들어주고 싶은데, 정작 내 마음속의 원하는 부탁은 외면할 때가 많았다. 나는 이런 사람인데, 그걸 받아들이고 인정해주지 못하고, 더 나은 사람, 더 좋은 사람으로 포장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이제는 쏟아내야, 털어내야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모두 다 해내야 한다는 슈퍼우먼 생각,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환상, 이곳이 아닌 높은 곳에 행복이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힘든 게 당연하고, 힘들 수 있는 상황인데 그렇지 않다고, 괜찮다고 거짓 위안을 삼아가며 나를 속이는 일을 이제는 하고 싶지 않다. 나도 살아야겠다. 살기 위해 글을 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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