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에 뭐했어? - 전시 보고왔어!
요즘 하나의 유행처럼 떠오르는 분야가 바로 전시이다. 전시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며 관객의 수도 증가함에 따라 여러 미술관이 새로 오픈하고 있다. 롯데 뮤지엄이나 파라다이스시티의 아트스페이스와 같이 거대 자본을 동반한 전시실도 늘고 있다.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불과 몇 년 전과 비교해서 최근에 전시를 가는 사람들이 아주 많아짐을 느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전시 붐이 일어났을까?
가장 큰 이유로는 기술의 발전을 꼽을 수 있다. 이전에는 굳이 찾아보지 않으면 어떤 전시가 어디서 있는지 모르던 사람들이 얼굴책이나 즉석그램에서 너무나도 쉽게 그 정보를 접하게 되는 것이다. 지인들이 전시를 다녀오고 인증을 하고, 예쁜 사진을 올리니 자연스레 "나도 한 번 가볼까?"하고 가게 되고, 그 사람이 가서 또 사진을 찍고 업로드를 하여 공유하고, 순환이 된다. 이처럼 인터넷, SNS, 스마트폰의 발전과 대중화로 인하여 미술관의 태도도 바뀌기 시작하였다. SNS 공유로 인한 부분과 더불어, 이전 오프라인 위주로 홍보하던 미술관/박물관들이 온라인 홍보를 더 많이하기 시작하여 일반 대중들에 대한 접근성이 올라가기도 하였다.
조금 더 깊게 들어가 보자. 표면적으로는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홍보도 있지만, 전체적인 삶의 질 향상도 있다. 이전에는 먹고살기 바쁜 시대였다. 일에 치이고, 취미나 개인의 시간은 지금만큼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하지만 지금을 보아라. 워라밸, 칼퇴 등 일과 사생활은 분리되고 개인 생활은 보장되어야 한다는 분위기이다. 사회 전반적으로 여유가 생기기도 하고, 개인 시간 또한 중요시되는 분위기에서는 자연스레 취미생활에 대한 관심과 집중이 높아진다. 이로 인해 기존에 많이 즐기던 취미 생활이 발전됨은 물론, 새로운 활동들도 생겨나고 있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바로 전시 관람이다.
그럼 그 많고 많은 활동 중 왜 전시가 그렇게 인기일까?
쉽게 생각하면 접근성과 환경이 좋기 때문이다. 우리가 전시실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대부분의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서울 내, 혹은 교통편이 꽤 편한 곳에 위치해 있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어느 정도의 인프라가 구축되어있어 전시 관람 외에도 식사나 데이트 등의 다른 활동도 할 수 있다. 전시 하나를 위하여 산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뮤지엄 산과 같은 경우도 있지만, 대림 미술관이나 국립현대미술관의 관람객 수를 생각해보면 주변 환경 또한 무시하지 못한다. (물론 전시된 작품에 따라 차이가 나기도 한다.) 그리고 전시실의 경우에는 작품 보존을 위한 최적 환경을 맞추어야 하기 때문에 너무 덥거나 너무 춥지 않고 적정 온습도를 유지해야 한다. 여름이나 겨울에 안에 쏙 들어가면 쾌적하다고 느끼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에 실내에서 쾌적하게 할 수 있는 활동이 많지 않은가! 전시의 경우, 동일한 장소여도 주기적으로 전시와 공간의 디자인이 바뀐다. 즉, 주기적으로 기존과는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 어떤 두 전시도 같은 전시가 아니고, 작가와 작품이 전시마다 다 다르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다. 같은 공간을 어느 정도의 텀을 두고 재방문하면 새로운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으니, 같은 장소를 방문한다는 느낌이 덜 들게 된다. 미술이라는 것은 늘 발전하고 새로움을 추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일상에서 쉽게 체험하지 못하는, 색다른 경험을 주기에 그 어떤 것과도 대체 불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위까지는 왜 전시가 많아지고 관람객이 많아지는지에 대한 이유였다면, 앞으로는 왜 전시 중에서도 하필 체험적인 전시들이 많아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얘기해보려 한다.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체험과 더불어 사진 촬영 등의 행동도 체험의 범주에 포함된다.
전시라는 것 자체가 옛날에는 조금 다른 개념이었다. 꽤 오래전에는 모두에게 오픈된 것이 아닌 소수의 특권 계층만 누리던 것이었다.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예술을 누리는 사람들이 확장되고 예술가들도 의뢰를 받아 제작하는 방식에서 스스로 자신의 미술을 하게 되기 시작하여 모두에게 열린 전시로 발전하게 되었다. 이용자의 범위가 확대된 이후에는 전시 자체의 목적도 조금씩 바뀌기 시작하였다. 특권층의 문화 향락으로 시작된 전시는 예술품의 보존, 연구로 확대되었다. 여기서 더 발전하여 얼마 전까지는 교육적인 목적을 갖는 전시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현재는 체험적인 전시로 그 트렌드가 옮겨오고 있다. 관람객들이 보고, 배우고를 넘어서 이제는 직접 행동하는, 주체적인 전시로 바뀐 것이다. 이는 위에서 얘기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어 하는 현대인들의 니즈가 반영되어서 나타났다고 봐도 무방하다 생각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기술과 SNS의 발달로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자랑하고 공유하는 문화가 생겨남에 따라 전시의 문화가 널리 알려지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을 벌어야 한다. 국가의 보조를 받는 국립 미술관이나 박물관과는 달리, 사기업에서 운영하는 미술관들은 이런 재정적인 문제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이 더 많이 올 전시를 하고, 더 많이 오게끔 홍보를 하게 된다. 이 때문에 점점 촬영의 관점에서 보는 체험적인 전시가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사진 촬영도 체험이라고 생각을 한다면 어느정도 이해가 되리라 믿는다. 사람들이 많이 오고, 알아서 홍보도 해주고 일석이조니까. 결국 사진을 많이 찍고 많이 공유하는 '체험'의 행위는 곧 대중의 관심의 척도를 보여주고, 일부 미술관/박물관의 수입과 직결된다. 사진이 예쁘게 나오는 전시가 많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렇게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고 이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하는 현대인들의 니즈를 잘 반영한 곳이 전시실이라고 볼 수 있다.
아마 예술문화에 대한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이런 촬영을 위한 전시를 그다지 반기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나도 처음에는 그랬으니까. 사람들은 전시를 보러 와서 작품을 핸드폰 카메라 화면을 통해서 보고 있고, 조용히 감상하고 싶은데 계속 찰칵거리는 소리가 나고 작품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는 작품이 예쁜지, 사진이 잘 찍히는지에 대한 관심만 드러내는 사람들이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사람들 때문에 정작 조용히 작품을 감상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피해가 가기 마련이다. 때문에 국내에서 처음이자 가장 효과적으로 SNS를 통한 성공을 이룬 대림미술관이나 디뮤지엄의 행보를 그렇게 좋지만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하였다. 일반 대중들의 기존 관심도가 0이었다면 지금은 그래도 3으로는 올라왔지 않았을까, 그리고 만약 그중에서 주체적으로 더 예술에 대해 배우고 싶은 사람이 생긴다면, 전시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지 않을까. 결국 전시는 학교와는 다르게 얼굴에 들이밀고 교육을 시키는 곳이 아닌, 배움을 받는 사람이 스스로 본인의 의지를 갖고 와야 하는 곳이기 때문에 현재와 같이 움직이지 않던 사람들을 움직인다면 분명 전시의 교육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시작이 반이랬듯이 일단 사진을 찍기 위해 오던, 데이트를 하러 오던 대중을 주체적인 사람으로 만든 것이니까. 그리고 이로 인해 국내 미술관과 박물관의 입지가 더 좋아지리라 믿는다.
다만, 대림의 성과 때문인지 너무 보이는 것에만 집중한 몇몇의 준비가 덜 되어 보이는 전시들이 생겨남을 느낀다. 그저 사진만을 위한 전시가 아님을 인지하고 불특정 다수의 대중에게 보여지는 전시인만큼 더 탄탄하게 준비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와 관련된 세부적인 얘기는 추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