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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아 Aug 08. 2020

건축과 디지털 뉴딜

시대의 종말

폴란드, 크라코바(Krakow)의 바벨(Wawel)성 박물관에는 후사리아(Husaria)의 갑옷이 전시되어 있다. 한 때 유럽의 맹주였던 폴란드 국왕의 힘이 되어 준 것은 금 못지않게 귀했던 소금 광산, 그리고 후사리아였다. 깃털 날개와 은빛 흉갑으로 유명한 후사리아는 16~18세기에 활약한 폴란드의 중기병이다. 당시 후사리아는 유럽 최대 최강의 기병 군단이었다. 대문호 생케비치의 The Deluge(홍수)에는 1610년 클루시노(Kłuszyno) 전투에서 5천 기의 정예 후사리아가 4만 스웨덴-러시아 연합군을 격파하는 장면이 장엄하게 묘사된다. 전차 군단처럼 돌진하는 은빛 기사들의 깃털 날개가 만들어내는 굉음에 그들이 도달하기도 전에 이미 스웨덴-러시안 군 기마 부대의 전열이 무너졌다고 한다. 특히, 1683년 비엔나 전투에선 오토만 제국의 10만 대군을 격파하고 유럽을 위기에서 구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만 8천 명 후사리아가 감행한 전설적인 돌격은 역사상 가장 거대한 규모의 기병 돌격으로 기록된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미나스 티리스를 포위한 오르크 대군을 여지없이 무너트리는 로한 기병 군단의 모습은 후사리아의 전설적인 전투에서 영감을 얻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게 폴란드는 '로한'을 연상시키는 나라였다. 


1939년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했다. 기계화, 기갑부대를 중심으로 한 전격전(Blitzkrieg)으로 폴란드를 순식간에 점령한다. 후사리아의 후예였던 폴란드 기병들이 독일 전차들에 무모하게 돌격하다 기총소사에 낙엽처럼 스러지는 장면은 슬프다 못해서 시적이다.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했던 기병 강국의 최후. 그렇게 폴란드는 현대사에서 강대국들에 능욕당하기 시작한다.


IT 강국

IT 강국, 조선 강국. 건설 강국..... 현대사에서 우리나라가 가졌던 영광스러운 닉네임 들이다. 경제발전의 주역이었던 대기업들은 시대를 앞선 과감한 투자와 저돌적인 경영 방식으로 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기적을 일궜다. 우리는 지금도 버릇처럼 IT 강국의 면모를 과시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어느덧 경제위기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디지털 뉴딜'을 외친다. 냉정한 분석을 해보자면 우리가 잠시 IT 강국이었던 이유는 충분한 분석 없이 마침 쓸 예산이 있어서 다른 나라에서 주저하던 광통신에 먼저 투자를 했던 것이 대박을 쳤고 삼성과 대기업의 반도체, 그리고 스마트폰 사업이 성공을 거둔 것이지 전반적인 IT 기술, 특히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소프트웨어 기술에서는 절대로 강국이라 할 수 없다. 삼성과 같은 일류 대기업조차도 안드로이드 OS를 팔러 온 무명의 스타트업을 문전 박대했고, 세계 굴지의 통신회사인 KT는 거의 망한 퀄컴(Qualcomm)을 헐값에 살 기회를 놓침으로써 이동통신 사업의 수익 중 큰 부분을 컬컴에 바치고 있다. 한국의 철강회사가 수출하는 철강재와 한국의 조선소에 밀려 한때 지옥과 같은 나날을 보냈던 스페인의 빌바오는 세계적인 건축물이 주도한 도시 재생으로 한해 13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도시가 되었다. 한편 '말뫼의 눈물'이라는 골리앗 크레인을 다시 헐값에 팔아버린 조선 산업의 메카였던 울산시의 공무원들은 생존의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하고 빌바오를 순례한다. 


건축계의 상황은 어떠한가? 


"Ayo ladies & gentleman
준비가 됐다면 부를게 yeah!
딴 녀석들과는 다르게
내 스타일로 내 내 내 내 스타일로 에오!
밤새 일했지 everyday
니가 클럽에서 놀 때 yeah
자 놀라지 말고 들어 매일
I got a feel, I got a feel
난 좀 쩔어!"


이 이해하기 어려운 노랫말로 세계 시장을 상대하고 있는 BTS의 기업 가치는 1조가 넘는다. 세상이 바뀐 것이다. 과거의 영광에서 채 벗어나지 못한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스러지고 전대미문의 산업들이 경제의 주역이 되고 있는 시절이다. 플랫폼 비즈니스로 일컬어지는 신산업은 잘 나가던 기존 산업의 생태계를 무용지물로 만들면서 질서를 재편하고 있다. 건설산업은 이러한 변화에 가장 둔감한 영역에 속한다. 건축설계 분야는 더욱 심각하다. 설계회사의 기업가치는 늘 제자리걸음이며 소규모 설계사무소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소프트웨어 비싸서 못쓰겠다고 죽는소리를 한다. BIM 도입이 의무화되면 건축계를 떠나겠다는 설계사무소장도 있고, BIM, 다 좋으니 건축의 본질만은 간직하고 싶다는 황당한 소리를 하는 분도 있다.


건축설계 산업의 현실

설계회사의 수익률은 여전히 전근대적이다. 그 와중에 건축사 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현재 등록 건축사의 60% 이상이 1년에 단 한건의 수주밖에 못하고 있다. 설계 요율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고 건축학과 졸업생들은 설계회사를 기피하고 있다. 5년간의 치열한 대학교육을 마치고 설계사에 입사하지만 여전히 야근과 철야를 피할 수 없는 환경에 이내 회의를 느낀다. 그럼에도 건축교육에서는 여전히 건축을 비즈니스와 거리를 두고 있고, 건축을 상품으로 보는 것을 금기시하는 경향이 크다. 누구보다도 창의적인 집단이라고 자부하며 예술과 기술을 버무려 세상을 바꾼다는 판타지를 가지고 있지만 현장의 상황은 그렇지 않다. 


하버드 대학의 졸업식(commncement)은 장엄하고 우아하다. 졸업식이 거행되는 순간 대학의 전통과 화려함이 실감된다. 졸업식중 단과대학별로 졸업을 인정하는 선언을 하는데 그때 학생들은 일어나서 준비된 세러머니를 한다. 1993년 졸업식 때로 기억된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학생들의 졸업 인정이 선언되는 순간, 전통적으로 그러하듯 갓 MBA들은 요란스레 100달러 지폐를 흔들어서 청중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돈 벌 준비가 되었다는 것이다. GSD의 졸업 인정이 선언된 순간…. 나는 그들이 며칠 전부터 뭔가를 굉장히 의논한 것으로 기억한다. 그들은 한 줌의 커피 원두를 뿌리며 자축했다. 나는 그때 그 세러머니의 의미를 지금도 이해하지 못한다. 뭔가 깊은 뜻이 있었겠지만… 청중들도 잘 이해하지 못했다. 내가 기억하는 것은 주위에 있던 클래스메이트들의 탄식이었다. … 가장 창의적인 집단을 자부하는 건축가들이 생각해낸 것이, 결국 커피 원두라니… 난해한 엘리티즘과 고상한 예술성에 둘러싸여 건축 교육은 늘 이렇게 비즈니스와는 거리를 두고 대중의 코드를 읽지 못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융합이 요구되는 이 시대에 건축학교육 인증 기준은 전혀 그런 곳에 눈을 돌릴 틈을 주지 않는 불합리로 가득하며 인증실사에 나온 어떤 실사위원은 여전히 손도면에 감동하고 경사로가 빠졌다며 무장애 설계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안되었다면서 트집을 잡는다.


그렇게 열심히 가르치고 스스로 고생한 건축학과 졸업생들은 이내 소위 양아치 같거나, 천박하거나, 무지하거나, 몰인정한 발주처의 횡포에 자괴감에 빠지기 십상이다. 겹겹이 꼬이고 꼬인 심의, 어떤 공무원도 책임지고 해석해주지 않는 복잡한 건축법규, 현상설계 심사의 불공정성, 비전문성을 개탄하며 소확행 주의로 가거나, 그들이 경멸하던 시행사에 합류하기도 한다. 


4차 산업혁명

통상적으로 뉴딜 정책이란 평소 같으면 사업성이 없어 민간에선 시도하지 않을 엄청난 사업을 인위적으로 일으켜 고용을 창출하고 돈이 돌게 하는 정책이다. IT 강국이었기에 건축도 뭔가 디지털 뉴딜을 시도하면 새로운 대박이 날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아무도 액션 플랜이 없다. 반면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은 고용창출이 아니라 능률혁신이므로 사실 고용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 따라서 일자리의 개수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전대미문의 직업들이 생겨나야 하는 것이다. 기존 체계의 일자리는 줄어들고 잉여 인간은 도태될 수밖에 없는 흐름이다. 새로운 산업 체계로의 디아스포라는 뼈를 깎는 혁신으로만 가능하다.


건축 분야에서의 3D 프린팅, 설계 자동화, 인공지능 기술의 도입 등이 돌파구를 마련할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은 여전히 찻잔 속의 태풍이다. 진정한 변화의 근본적인 의미를 보려면 자국 내로 신발공장을 이전한 독일 아디다스(adidas)의 사례를 보자. 전통적으로 신발이라고 하는 것은 다음의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졌다. 


다음 시즌에 유행할 신발 디자인을 선정--> 

필요한 원·부자재를 대량 발주--> 

아시아의 저임금 국가로 운송한 후 일관 생산--> 

소비 국가로 선적해 창고에 재고를 대량 확보-->

도·소매점을 통해 판매. 


이 생산 유통판매 사이클에는 통상 18개월이 소요되었다. 다시 말해 생산자의 입장에선 18개월 전에 정확한 유행 및 수요를 예측하지 않으면 망하는 것이다. 상황은 다음과 같이 바뀌었다. 


소비자는 스마트폰으로 디자인과 색깔을 고르고 아라미스라는 모션 캡처 기술로 맞춤 신발을 주문 --> 

주문 후 5시간 내에 카본 3D의 초고속 3D 프린터가 150개에 달하는 신발 자재를 개별적으로 인쇄하고 로봇이 이를 자동으로 조립--> 

실시간 생산 이후 O2O배송 업체를 활용해 24시간 내에 주문에서 배송까지 완료. 


즉 신발의 주문, 생산, 판매 사이클은 18개월에서 단 하루로 줄었다. 이를 단순히 대량생산에서 실시간 다품종 대량생산의 시대로 설명할 수 있겠지만, 이것이 소위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이고 그 중추에는 인공지능이 자리 잡고 있다. 인공지능이 아직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지도 않고 인류의 종말을 아직 논할 수는 없어도 인간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이용해서 많은 일들을 할 수 있고 우리를 인간이게끔 하는 많은 요소들은 이미 클라우드에 흡수되어 있다. 


인공지능 시대의 건축

2018년 2월 기준, 아마존 에코를 위시한 미국 내 스마트 스피커의 이용 세대수는 1870만 가구에 이르렀다고 컴스코어(Comscore)는 보고했다. 이 스피커들은 오늘의 날씨와 같은 단순한 질문에 대한 대답에서부터 분위기에 맞는 영상, 음악 검색, 상품 구매 등을 도와주는 홈 어시스턴트의 역할을 한다. IoT 플랫폼에 탑재된 인공지능 기술은 이러한 데이터 거대기업들이 고객들의 니즈를 더 잘 파악하고 보다 맞춤형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러나 이론적으로 이들 스피커는 1870만 가정에서 발설되는 온갖 이야기를 다 들으면서 사람들의 행태와 은밀한 욕망을 분석한다. 아마존은 사람들이 무엇을 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할지를 예측하게 되는 것이다. 


2년 전 미국의 Cover사는 설계비 단돈 250불에 설계 고작 사흘, 시공 제작에 12주밖에 걸리지 않는 주택 서비스를 내놓았다. 현실이라는 캔버스에 꿈을 그리는 직업이라는 건축가는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마지막 직업군 중의 하나라고 하지만 미래는 그렇게 밝지 않다.


이미 건축주가 아키데일리(ArchDaily)나 핀터레스트(Pintrest)에서 본 주택이나 인테리어처럼 집을 지어달라고 아예 사진을 출력해서 설계사무소에 들고 오는 사례가 빈번하다. 그럼 인공지능 스피커가 우리의 욕망과 취향을 읽어내서 ArchDaily 플랫폼에서 적합한 사례들을 검색, 조합해내고 이를 Cover사 플랫폼이 설계와 제작으로 연결해서 완성된 주택의 스마트 열쇠가 고객의 스마트폰 앱으로 설치되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이러한 주택이 모든 고급 주택 시장을 모두 장악하지는 못하겠지만 대부분의 주택시장을 대체할 수 있지 않을까? KASITA와 같은 스타트업 회사가 제시하는 주택은 사용자가 스마트폰 앱을 통해서 맞춤형 주문을 하고, 고도로 모듈화 된 주택 자체는 손쉽게 다른 플랫폼에 플러그인 될 수 있으며, IoT 디바이스와 OS를 항상 업그레이들 할 수 있는 스마트폰과 같은 새로운 주거 상품의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설계와 시공 분리 규제 철폐에 관하여 산업합리화와 생존권 사수의 차원에서 첨예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당장 만약 건설사가 설계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현재 설계 시장에 가져올 파장은 크다. 특히 대형 설계회사에겐 타격이 클 것이다. 주거 건축은 어떠한가? 마음 같아서는 설계사무소가 시공까지 제대로 마무리하는 멋진 다세대주택들로 가득 찬 세련된 도시환경이 되었으면 좋겠다. 엉터리 아티스트나 허가방이 활약한 집장사 집들이 사라진 멋진 도시 말이다. 그런데,  만약 건설사가 유명 건축가를 고용해서 브랜드화된, 그리고 아파트 수준의 상품성을 가진 주택을 보급한다면? 오히려 사용자 입장에서는 반길 일 아닌가? 집 한번 짓고 나면 10년은 늙는다는 속설이 있는데, 루프탑이 있고, 멋진 다락방이 있는데, 가격도 합리적이고 서비스센터에서 모든 유지관리와 AS를 해주는 단독주택 말이다. 설계사무소에게 생존권의 문제라고 언성을 높이지만, 실제 이러한 상품성을 가진 주택의 문제는 소위 집장사와 허가방 건축사들이 만드는 조악한 건물들들의 문제가 아닌가? 건축학과에서 공들여 키워 내보낸 졸업생들은 이런 남루하고 천박한 도시환경을 만드는 일은 하고 있지 않을 것 같다. 


설계와 시공, 유지관리 등이 통합된, 그리고 고도로 산업화된 시스템에 의하여 특히 주거혁명이 일어난다면? 모든 건축이 그렇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일부 건축가들은 여전히 선택된 클라이언트를 위해서 꿈의 주택을 설계할 것이다. 이러한 건축은 지금도 일반인이 접하지 못하는, 기껏해야 TV쇼에서나 즐기는 '가상건축'이다. 소수의 오트 꼬튀르 건축가는 존재하겠지만 대부분의 건축가들에게는 그렇게 반가운 상황은 아니다. 아마존이 AI 패션 디자이너를 고용해서 의류산업에 본격 진출하면서 H&M과 같은 전통적인 의류 체인이 도산 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점을 주시해보자. 패션 디자이너는 건축가 못지않게 창의적인 집단임을 자부하지 않았던가? 


건축설계의 산업화를 저해한다고 우리가 개탄하던 조악한 건축자재 생산 및 조달체계, 열악한 시공과 감리 수준, 인허가의 비합리성이 어쩌면 인공지능 건축가로부터 인간 건축가들을 지켜주는 마지막 보루가 될지도 모른다. 건축 구성 요소가 부품화, 모듈화 되고 고도로 산업화된다면 우리는 아마존이나 구글에 제공하는 주택과 도시에서 생활하고 그들에게 데이터를 갈취당하면서 그들이 원하는 생활을 할지도 모른다. 이런 플랫폼은 타다나 우버에 분통을 터뜨리는 택시 기사들처럼 많은 건축가들을 잉여 인간으로 내몰 수도 있다.


디지털 뉴딜의 향방

뉴딜 정책이란 평소 같으면 사업성이 없어 민간에선 시도하지 않을 엄청난 사업을 인위적으로 일으켜 고용을 창출하고 돈이 돌게 하는 정책이다. 반면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은 고용창출이 아니라 능률혁신이므로 사실 고용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 따라서 일자리의 개수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전대미문의 직업들이 생겨나야 하는 것이다. 기존 체계의 일자리는 줄어들고 잉여인간은 도태될 수밖에 없는 흐름이다. 한국형 뉴딜, 디지털 뉴딜에서 어떠한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건축 건설분야에선 4차 산업혁명은 요원하다. 그렇게 꼬이고 꼬인 규제와 심의, 갑질 문화, 관변 마피아, 기술혁신의 이익을 눈곱처럼 여기게 하는 집값 상승과 투기, 구태의연하거나 저급한 발주처의 매트릭스를 어떤 인공지능도, 빅데이터도, BIM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조삼모사식의 공사 발주와 정보화 취로사업으로 집값 상승, 건축계의 스티브 잡스 십만 명 양성, 프리츠커 수상자 양성과 같은 삽질들이 반복될 것이다. 그리고 경로당만 있는 시골 마을에 디지털 도시재생 같은 속 빈 사업으로 눈먼 돈을 노리는 사이비 도시재생꾼들이 설쳐댈 것이다. 디지털 뉴딜은 이미 많은 헛발질과 눈먼 돈 잔치를 예고하고 있다. 디지털 레이블링에 의한 일자리 창출이 만들어낼 디지털 자료가 얼마나 가치 있는 자료가 될지 모르겠다. 기존 인허가 시스템이나 BIM 관리체계는 제자리를 못 잡고 있는데 무작정 데이터를 만들어서 어떤 변화가 있을지 모르겠다. 전대미문의 건축 관련 일자리가 생겨나고 혁신적인 비즈니스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저 일시적인 아편이 되지 않을까?


맺음말

건축교육이 바뀌고 건축가의 디지털 생존력이 비약적으로 커지는 내부를 향한 파괴(implosion)는 이미 시대적인 요구이다. 코로나 사태는 그 시대를 좀 더 앞당겼을 뿐이다. 건축을 예술이 아닌 제대로 된 제품, 상품으로써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종류의 건축가들을 양성할 수 있기를 원한다. 변한 것은 무엇인지 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인지 누구보다도 먼저 이해하고 킬러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창의적인 건축가만이 생존할 수 있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요건과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고 건축 분야에서 애플이나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과 같은 혁신을 바란다면 정부와 발주처가 행하는 외부로의 파괴 (explosion)가 전제되어야 한다. KASITA와 같은 스타트업, 카테라(Katerra)와 같은 건설사들이 무수히 생겨나고, Cover사와 같은 설계사가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우선 만들 수 있도록 규제와 심의를 풀기 바란다. BIM을 도입하고 싶으면 발주처부터 제대로 이해하고 프로세스와 조직을 혁신하길 바란다. 누구의 잘못인지는 몰라도 제대로 된 설계비를 보장하길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눈먼 돈을 누군가 잘 쓰길 기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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