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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도훈 Jul 29. 2023

미국 교환학생을 마무리하며

[미국 교환일기 마지막 편]

교환학생을 다녀온 사람들이 한국에 다시 귀국했을 때 일종의 괴리감을 느끼는 경우를 더러 보아왔다. 교환학생은 한국 대학생들이 스펙이나 취업 등의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 달콤한 창구다. 그렇기 때문에 영원할 거 같던 교환학생 생활이 끝나면 필연적으로 마주하는 한국, 그리고 취업이라는 현실은 답답하게만 느껴진다.

나는 그 괴리감에 절망하지 않도록 귀국하기 전부터 마음을 굳게 먹었다. 미국에서 바로 귀국하지 않고 일본을 들렀던 것도 완충제 역할을 했다. 그런데도 걱정없이 지낼 수 있었던 미국에서 생활이 그저 꿈 같이 느껴지는 것을 막아주진 못했다. 5월에 종강하고 6월 초에 귀국했음에도 7월 말이 되어서야 교환 일기를 마무리하는 것도 어쩌면 끝맺고 싶지 않았던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그냥 게으름일지도.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것을 배웠다. 언어를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사용하며 익혔던 것도 그중 하나다. 한국에서 영어는 시험을 잘 보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앉아서 책을 들여다보는 식으로 학습한다. 다시 말해 영어가 그 자체로 목적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언어라는 것의 본질은 목적보단 수단에 가깝다. 누군가와 대화하며 문화를 배우고 지식을 습득하는 것. 언어는 이러한 목적을 위해 수단으로써 사용되는 것이다. 


친구와 대화하기 위해, 식당과 마트에서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 영어를 사용했다. 리포트를 작성하기 위해 영어로 된 자료를 찾아봤고 여행지에서 문화와 역사를 알아가기 위해 안내문들을 읽었다. 언어를 목적이 아니라 수단으로 두면서 영어는 더 이상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공부를 하며 스트레스를 받는 무언가가 아니게 되었다. 전혀 다른 문화권에서 온 친구를 알아가기 위해 대화하는 그 자체로 높은 수준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었다. 



처음 학기가 시작되고 강의 오리엔테이션을 들으러 갔을 때 수업에서 놓치는 부분이 많아 좌절했었다. 하루 종일 영어에 시달리다 보면 에너지 소모가 심해 영어로 대화하는 것조차 지치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초반뿐이었고 적응이 되고 학기가 후반부로 접어들수록 수업이 부담되지 않았다. 


교환학생 생활을 통틀어 가장 많이 배울 수 있었던 건 다름과 차이였다. 한국 대학교에는 아쉽게도 외국인 학생들이 그리 많지 않았고 대화할 기회도 거의 없었다. 대화가 한국인에 한정되어 있으니 생각 자체가 한국이라는 작은 항아리 안에서만 머물렀다. 하지만 '멜팅팟'이라고 불리는 만큼 미국 대학교에는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북미, 남미 등 다양한 국가에서 온 학생들이 있어 그들과 대화하며 서로의 문화와 다름을 알아갈 수 있었다. 흑인과 백인, 히스패닉 친구들과 대화하다보면 인종적 구분은 무의미해졌다. 또 동성애자나 양성애자 등 성소수자 친구들을 만나면서 옳고 그름을 떠나 인터넷상에서의 혐오가 얼마나 무지한 행동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이런데, 너희 나라는 이렇구나' 식의 대화를 통해 공통점과 차이점을 알아가고 새로운 문화를 알아가는 것은 실로 즐거운 일이었다. 또한 내가 생각보다 문화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아갔다. 다른 나라의 친구와 한국 친구만큼이나 깊은 유대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도 놀라웠다. 그들과의 대화는 그 자체로 배움이자 생각을 넓힐 수 있는 기회였다.


미국이라는 낯선 땅에 던져지면서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조금은 더 알게 되었다. 한국에 귀국한 뒤로는 내가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지를 깨달아가고 있다. 교환학생을 가서나 지금이나 계속해서 나를 알아가며 삶과 세상을 배워나가는 중이다. 그전에는 소홀했던 부분이다. 미국에서의 삶이 옹졸한 나를 담대하거나 큰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나 스스로를 사유했었던 그 경험은 앞으로의 삶을 다채롭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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