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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음 Jun 07. 2022

바디 포지티브

당신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

바디 프로필 열풍이 불었다. 정확히 말하면 여전히 불고 있다. 건너듣기로는 스튜디오를 예약하기 힘들 정도라고 한다. 촬영하는 게 일인, 정확히 말하면 찍히는 게 일인 사람으로서는 공감하기 어려운 유행. 트렌드에 동참하지는 않았지만 나를 제외한 꽤 많은 사람들이 바디 프로필 열풍에 올라탄 건 분명하다.


한창 유행이 시작될 무렵 나는 아프기 시작했다. 원인은 극도의 긴장과 스트레스. 증상은 식이장애와 수면장애, 어지러움, 두통 등.(굳이 아픔에 대해 자세히 서술하는 게 중요하진 않으니 설명은 이쯤 해두기로 한다.) 식욕부진과 불면증은 나만 아는 증상이다. 어지러움과 두통도 내 몫이다. 다른 사람들은 아마 이거 하나 알았던 것 같다. 체중감소. 누군가를 만날 때면 보자마자 이 말이 따라왔다.


볼 때마다 살 빠지는 것 같은데?


다이어트 열풍인 세상에 나까지 동참하는 듯 보였겠지만, 사실은 살을 빼고 싶어 하는 사람들 속에서 나 혼자 연어처럼 살을 찌우고 싶었던 날들. 그때 꼭 해주고 싶었던 이야기를 적어본다.


체중계에서 내려오세요

일 년에 딱 두 번, 몸무게를 잰다. 한 번은 회사 건강검진 때, 나머지 한 번은 개인적인 이유로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을 때. 이렇게 체중계와 거리를 두기 시작한 건 스물세 살 때부터다.


대학생 때까지만 해도 많은 이들이 그렇듯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시기에 따라서는 매일 아침마다 체중계에 올랐다. 매일 체중을 기록하며 철저히 식단 관리를 했던 건 내가 원해서였다기보다는 필요했기 때문이다. 스무 살 때부터 시작한 아나운서 트레이닝은 '잘 말하는 법'만 배우는 게 아니었다. 카메라에 비춘 내 모습에서 균형을 맞추고, 적당한 표정을 연습하며, 가장 잘 어울리는 색을 찾아 시험용 의상을 준비한다. 이런 레슨 시작 전 기본으로 깔리는 게 바로 체중 관리다. 예리한 선생님들은 몸무게 확인을 굳이 하지 않아도 얼굴만 보고 아신다. "1kg 정도 찐 것 같은데?" 일주일에 두 번, 많을 때는 3번, 4번까지 수업을 받다 보니 매일 내 몸무게를 검사받는 느낌이었다. 이미 마른 상태였음에도 마치 체중이 줄지 않으면 내가 잘못한 것 같은 기분. 그렇다고 매일같이 몸무게를 재는 시기에 살이 대단히 빠졌나? 그것도 아니다. 체중은 막상 방송을 시작하고 꾸준히 줄어든다. 힘드니까. 매일같이 아침마다 오르는 체중계에서 내려오라고 말하는 이유다. 나의 몸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꾸준히 돌보면 체중변화는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매일 아침 침대에서 내려와 두발을 바닥에 내딛는 순간에.


촬영, 엄청난 에너지를 대가로 하는 일

분명하게 밝히는데 '비만은 질병'이라는 의학적 소견에 동의한다. 연령과 키에 따른 적정 범위 내로 체중을 관리하는 건 분명히 필요하다. 하지만 요즘 바디 프로필처럼 정상 체중의 사람들이 식습관의 균형을 파괴하면서까지 지방을 줄이고 근육량을 늘리는 건 권장하지 않는다. 그것도 촬영을 이유로. 후유증이 없기 힘들기 때문이다.


카메라 앞에 서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진한 화장과 스프레이 가득 뿌린 헤어, 촬영 콘셉트에 맞는 의상과 신발을 갖춘다. 결과물을 통해 최상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은 부담과 압박이라는 모습으로 촬영 내내 촬영장에 감돈다. 정도의 차이지 누구나 카메라 앞에선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는 뜻이다.


촬영이 일이 아닌 사람들이 카메라 앞에 서면 어떨까. 더 심하면 심했지 덜하진 않을 거다. 많은 돈과 시간을 쓰는 프로필 촬영에서 예쁘고 멋진 모습을 남기고 싶은 건 누구나 가질법한 욕심이니까. 하지만 그 욕심만큼 몸은 상한다.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상태, 특히나 촬영 날엔 일찍부터 헤어, 메이크업받는다고 공복으로 움직였을 것이며, 촬영하는 내내 짊어지고 있던 긴장까지. 몸이 살려달라고 아우성치는 소리가 들린다.


그래서인지 바디 프로필의 후유증은 꽤나 보편적인가 보다. 기사 여기저기에서 프로필 촬영 이후 후유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바디 프로필 열풍이 불 때 우려했던 대로다.


바디 포지티브, 당신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

후유증을 겪는 이들에게, 아직 촬영을 앞두고 있는 이들에게, 다이어트가 스트레스인 이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바로 이거다. "바디 포지티브 하세요!"


바디 포지티브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건강한 삶을 즐기자는 취지로 ‘자기 몸 긍정주의’라고도 불리는 개념.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습이나 트렌드가 제시하는 이상에 나를 맞추려 하지 말길. 그저 있는 모습 그대로 나를 애정 했으면 한다. 다이어트가 고민인 사람들에게, 방송을 준비하는데 성형이 고민이라는 사람들에게 모두 해주고 싶은 이야기다. 실제로 다이어트와 성형이 입사 시험에서 합격을 크게 좌우하지도 않는다. 나 역시 성형 없이도 회사 잘 다니고, 일 잘하고 있다.


그래도 아직 바디 프로필은 유행이니, 혹시나 촬영을 앞둔 사람이 있다면 몇가지 팁을 전한다.

- 사진 속 모습을 과하게 욕심내지 마세요. 촬영본은 실제 내 모습과 비슷하고 자연스러울수록 시간이 지나도 계속 보고 싶어 집니다. 지금 내 모습을 기록한다는 것에 의의를 두세요.
- 헤어 메이크업도 마찬가지. 무언가를 더하려 하기보단 덜어내세요. 더하는 건 현장에서 포토그래퍼의 몫으로도 충분합니다.



촬영이 끝났거나 후유증을 겪고 있다면,

- 보상심리로 한 번에 에너지를 다 보충하려 하지 마세요. 몸이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 반대로 식욕이 없더라도 가볍게, 꾸준히 챙겨 드세요. 먹는 것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 운동은 꼭 계속하세요. 대신 강도는 천천히 줄이면서. 그래야 몸도 꾸준히 회복할 수 있어요.



다이어트가 고민이라면,

- 먹고 싶은 건 먹어요. 그걸 먹는다고 체중이 급격히 늘지도, 안 먹는다고 급격히 줄지도 않습니다. 다만 모든 양은 적당히.
- '적당함'의 기준을 스스로 정하고, 나와의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세요. 식사에서 적당한 양이란 나의 컨디션에 따라 계속해서 달라집니다. 무엇이든 어떤 상황에서든 내 의지대로 변화를 이끌어보세요.
- 체중계가 보여주는 숫자에 집착하지 마세요. 눈바디로, 가능하다면 촉감으로 신체의 변화를 느낄 수 있게 나에게 집중하세요.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정도에 다다르면 그 변화를 적정선에서 컨트롤하는 법도 자연스레 배우게 됩니다.



나다운 게 제일 예뻐요.

이건 모두가 꼭 알았으면 하는 '사실'이자, 체중관리를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전하고픈 '진심'입니다.

있는 그대로 나 자신을 사랑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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