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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Koo Jun 04. 2023

관계에서 나를 찾습니다

착각2. 이해와 존중


모든 관계는 통찰을 선사한다. 자연, 사물, 동물, 인간 할 것 없이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에는 통찰이 깃들어 있다. 통찰은 화학변화처럼 일어나기에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게 흠이라면 흠이다. ​


관계를 맺는 것을 화학적 작용으로 이해하는 게 편한데 흔히 쓰는 ‘케미’가 그 예이다. 각 원자들은 전자를 가지고 있고 자신이 가진 전기적 특성이 활동해서 물질을 만든다. 산소는 양팔을 가지고 있어 수소와 손잡으면 물이 된다. 이렇게 반응적 관점으로 보면 우리 인간(산소)도 각자의 매력(전자)이 다른 특정 사람(수소)과 손을 잡고 새로운 관계(물)가 된다. 화학반응에는 여러 규칙이 있고 종류를 나열하며 인간사에 대입하며 이야기하자면 너무 길어지니 여기서 각설하자.

관계를 유지하다 보면 나를 지키기 위해 다양한 방식을 활용하는데 특히나 마음에 대해서 살펴보자면 흔하게 거론되는 것은 억압, 억제, 부인, 합리화, 투사, 동일시, 유머 등등이 있으며 이를 방어기제라고 한다. 인간은 언어와 비언어를 활용하여 이를 표출한다. 방어기제의 발현은 자신을 지키기위한 자동적매커니즘으로 일상에서는 대화방식을 통해 일부 확인 할 수 있다.

시간과 경험이 쌓이며 서로의 면면을 보고 이해의 장이 넓고 깊어진 관계인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 새로운(깊은) 면을 보이며 견해의 차를 경험하게 되었다. 상대는 틀렸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된다 하였고, 나는 무슨 말인지 일면은 알겠지만 내가 왜 틀렸는지 모르겠다며 구구절절 설명하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를 이해시키고자 집요하게 주제를 물고 늘어졌고 언성이 높아졌지만 감사하게도 태도는 흐트러지지 않았다.


​그와 헤어지고 집으로 향하며 나는 이 관계에서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에 집중하며 장면을 검토하고 정리해 보았다. 첫째로는 시간과 경험을 토대로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도 된다는 신뢰가 있었던 것 같다. 거기에 자세히 설명하지 않고서도 상대가 내 생각의 흐름을 알아줄 거라 기대했던 것도 있다. 관계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지금의 관계설정이 흐트러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잘하지도 않는 구구절절 설명을 늘어놓게 되었을 것이고 일상적이지 않은 내 모습이 어색하고 변명하는 것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아마도 나는 상대에게 이전에 보였던 수준의 이해를 새로운 상황에서도 바랬던 것 같다. 정보도 견해도 다 다른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몇 분 지나지 않아 그는 자신의 격앙된 비언어적 모습에 대해 사과했는데, 내게 더 중요한 것은 그가 미안함의 주제로 선택한 높은 억양이나 주제에 대해 방어한다며 내게 반복되고 집요한 추궁이 아니었다. 아직 사과받고 싶은 부분이 있는데 무엇인지 잘 드러나지 않았어 또 내면질문을 시작했다. 나는 정말 그에게 이해를 바라는 것인가? 그렇다면 어째서 충분한 정보를 주지 않았단 말인가? 방어한다면 나는 무엇을 지키고 싶었는가?

나는 진짜 내 말이 무엇인지 듣고 싶어졌다. 이번 경험은 나 스스로에게 나와도 그와도 온도가 낮아지는 것을 느끼게 했다. 그래. 지금 필요한 것은 관계의 항상성이다. 내가 나를 이해하지 못한 채 무엇을 말하고 어떻게 대처할 수 있으랴. 관계 온도를 유지하고 싶다.

그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내밀하게 검토한 결과, 나는 이해보다 존중을 더 원했다는 것을 알았다. 조금 더 정확히 표현하면 존중을 바탕으로 한 이해를 원했던 것이다.

“틀렸어.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돼.”

라는 말에서 ‘이해’를 중심으로 대응했으나, 실제 나는 ‘틀렸어’에 더욱 민감했던 것이다. 상대에게 바란 언어적 표현을 정리해 보자면,

“맞아. 너의 그 생각을 존중해. 한편으로 나는 이렇게 생각되는 부분도 있어.”


였던 것이다.


다행히도 상대의 비언어적 표현은 존중적으로 느껴졌기에 이러한 통찰로 이어짐이 가능했던 것 같다.

인간은 언어를 통해 자신의 세계를 표현하고 소통한다. 개인의 세상구성을 유추하는 데는 그가 사용하는 용어나 단어를 통해서도 가능하지만 말투나 억양 혹은 태도와 같은 비언어적 양상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비난과 질책의 언어가 우선인 대화는 관계의 온도를 낮춘다. 평가하거나 비난하며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려는 모습을 보이게 되면 이해받지 못함보다 존중받지 못함을 감지하게 되는 것이다. 관계의 유지를 위해 서로를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존중이 더 가치롭게 인식되는 것 같다. 존중을 바탕으로 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여기에는 언어와 비언어적 표현 모두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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