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중심 로컬 활성화의 터전, 공주 원도심
국내 도시재생 성공 사례지로 빠짐없이 거론되는 원도심 로컬 핫플레이스가 있다면 단연 공주 원도심을 꼽을 수 있습니다. 정부 공모사업 등 공공 주도의 도시재생 마중물 및 경제활성화 사업 예산이 휩쓸고 지나간 후 허전한 빈 자리를 채우지 못해 다시 쇠락하거나 인구가 빠져나가는 지역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공주시의 경우에는 정부 선정 도시재생 사업이 역대 거의 전무하며 그나마 마을살리기 규모의 작은 사업입니다.
그럼에도 공주 원도심은 각종 로컬 활동가 및 연구자들의 단골 논문 주제이자 성공지 순례 코스로 자리잡았는데요. 2022년 기사에 따르면 공주시는 실질적으로 인구 증가도 이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2022년 들어 처음으로 인구 증가세에 월 단위로는 10년 만에 최다를 기록했다고. 2백 여 명이 증가하고 무엇보다 전입이 1천 1백 명이 늘었으며 전출 (8백 여 명) 대비 훨씬 많습니다. 대학생들에게 정착 자금을 주는 정책 등도 주효했지만, 더 큰 지역 활성화의 주역은 민간의 청년 창업가들이었습니다.
제민천변에 위치한 공주 원도심은 공주 전체 인구의 1/3 남짓이 살며 빈 점포와 빈집들이 많아지던 거리였지만 지역 특화 자원을 활용한 로컬 브랜드 개발과 지역 가치 상승에 관심을 가진 창업 청년 활동가와 창업가들이 이 곳을 점거하기 시작했습니다. 성공한 로컬 가게들이 늘어나자 더 많은 가게들이 생겨나고 이제는 활력을 넘어 핫플레이스 "로컬 인싸" 성공 사례로 거듭나는 중이지요.
공주시 자체도 수도권 교통 접근성이 훌륭하고 아름다운 자연과 한옥이 가득하며, 볼거리가 많은 충남 주요 관광지와 대도시 (대전, 천안아산, 부여 등)와 근접하다는 훌륭한 지리적 장점이 있지요. 다만 교통이랑 관광지만 있다면 거주 인구가 늘어나긴 어려울 것입니다. 민간 중심의 매력적인 라이프스타일 샵(마을호텔, 카페 거리, 굿즈샵, 독립서점, 타파스 와인바 등)이 생겨나며 심심하지 않은 동네가 되었던 것이 청년 인구가 이 곳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결심을 젊은 나이에 "질러 보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공주는 이 글을 써 내려 가는 서은에게도 특별한 도시이자, "지역과 나의 가치를 함께 높이며 살아가고 싶은 나만의 일과 삶"이라는 청사진 속 가장 강력한 정착 희망지입니다. 2020년 8월부터 11월에 걸쳐 진행했던 청년 중심 도시재생 연구에서 첫 도시재생 성공 사례지 방문이 공주 원도심이었어요. 지역의 가능성을 보고 사람 중심의 지역재생을 주도한 리더형 인재 권오상 대표님을 만난 것을 시작으로 "청년 중심 로컬/지역 재생이라는 성공 방향성"에 대한 브레인스토밍과 스케칭에 지대한 영향을 받았습니다.
공주 로컬 활성화, 도시재생을 주도하고 있는 다크호스 퍼즐랩에서는 매력적이고 혹하는 다양한 기획들을 봉황재 게스트하우스, 업스테어스 코워킹스페이스 등 거점 공간들을 기반으로 수시로 열고 있어요. 그 때문에 공주 원도심에 행사나 포럼을 참석하러 왔다가 이 동네의 맛집과 카페, 책방 등 매력을 발견하고 수시로 왕복하는 공주바라기 여행객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서은 역시 일 년에 공주 지역화폐(공주페이)로만 백 만원을 넘게 쓴다고 합니다. 넓은 의미로서는 이들도 공주라는 로컬의 주민이겠지요.
사람이 살고 싶은 지역과 계속 살아가는 지역을 가르는 아주 중요한 요소는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 연애를 하고 우정을 쌓고 함께 더불어 성장하며 자유로울 수 있다'라는 기대감이 중요합니다. 양양의 서피비치는 지역 명소이자 도시재생 대표 성공 사례로 꼽히는데요, 양양은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는 이미지가 생기면서 더욱 많은 젊은 사람들이 찾는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또래의 친구들과, 연인들과, 전혀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재미와 사랑을 느끼고 올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죠.
서울의 출산율은 0.6대인데 지역 평균보다 낮습니다. 대도시는 초년생들이 살아가기에 각박하니까 필연적으로 약자, 소수자 집단에 대한 차별과 근거 없는 막연한 적대, 혐오가 개인들의 마음에 생겨나기 쉽습니다. 사랑과 신뢰를 갖고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려는 마음이 없고, 나 정도면 남들보다 낫다는 우월감을 확인하기 위한 객체로 대하기 때문에 서로에 대해 마음을 교환하는 연애도 사랑을 하지 못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반대로 말하면 사람에 대한 사랑이 있다면, 최소한의 신체의 안전 그리고 경제적 필요만 해결된다면, 어떤 곳에서든 사람이 살아나갈 수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사랑을 하는 사람은 인성도 좋아지기에 환경이라든지 지역사회에 대한 애착이나 주변에 대한 베품 등등 대부분 인간성 측면에서도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연히 사랑하는 젊은 사람들이 많아지면 지역에는 선한 분위기가 자리 잡고 몇몇 외부민 투입 정도로 쉽게 깨지기 어렵게 될 것입니다.
또한 청년은 지역에 재미를 창출하는 존재입니다. 그런 재미를 창출할 수 있는 청년을 찾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청년들이 다 먹고 살만 하니까 취업을 안 하고 지역을 안 간다고 생각하지만 청년 빈곤 문제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정서적으로도 물질적으로도 피폐해져 있는 청년들이 많습니다. 청년빈곤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되고, 수도권 중심의 오징어 게임과 경쟁의 삶에 지쳐 있는 청년들에게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가는 매우 중요합니다.
이상 국내 최고의 "사람 중심" 도시재생 사례지, 불과 일이년 사이에 사람과 장소가 함께 발길을 부르는 매력적인 로컬 커뮤니티 사회로 변해 갈 수 있던 주역인 공주의 사람들의 사진을 담아 보았습니다. 해를 거듭해 가며 또 얼마나 이 도시에 살고 싶어지는 매력적인 로컬 콘텐츠들이 채워질지. 이미 지역활성의 눈덩이가 굴러가고 있는 공주는 더 얼마나 재밌어질지 기다려지는, 사람들이 장소를 재생한 곳입니다.
참고문헌
10년만에 최다 공주시, 올해 첫 인구 증가...1152명 전입
워케이션은 공주에서: 공주 원도심 마을에서 팀원이 함께 머물며 일하고 쉬며 우정을 만드는 일주일살기, 로그인 공주
공주 청년마을 성과 보고전 <로컬 디자인 페스타>: 공주 원도심에 청년들이 모여 만드는 변화를 보다
글: 전서은 (로컬인사 대표) / 사진: 곽승훈 (로컬인사 포토그래퍼)
로컬인사는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문화예술 아카이빙 기업입니다. (인스타그램 @local.in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