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도시 목포의 흥망성쇠 그리고 앞으로 기대되는 역사문화도시로서 발전
‘목포는 항구다’라는 영화를 많이들 기억하실 겁니다. 사실 내용보다는 박철민 배우의 ‘이것은 입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여.’라는 애드립을 추억하시는 분들이 많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에서 목포는 ‘어깨’들의 도시로 묘사됩니다. 개봉 당시 목포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심어주었다며 반발하는 목소리들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목포에 주먹들이 몰려들었다는 건 그만큼 그들이 "먹고살 거리"가 있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목포는 1930년대, 항구 도시로서 막대한 부를 거머쥐면서 전국에서 최고로 잘 나가던 인싸들의 도시였기 때문입니다.
목포 원도심은 목포역 바로 앞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원래 목포는 1800년도 후반 30 가구에서 40 가구 정도가 산자락에 모여 살던 작은 마을이었습니다. 그런데 일제강점기를 맞으며 항구도시였던 목포가 갑작스레 일본인들이 들어오며 사람이 많아지게 됩니다. 쌀 등을 수탈하기 위한 무역 기지였지만 일본인들이 많이 들어와 살면서 자연스레 산업이나 제조업이 발달합니다. 목포역에서 조금 더 걸어가면 나오는 네모반듯한 거리들은 일본인들이 살던 거리입니다. 목포 원도심에는 지금까지도 일제 강점기 도로망 그대로가 남아있습니다.
목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은 100년이 넘습니다. 일본에서 목재 등을 가져와서 지은 영사관 건물들입니다. 서울에도 백 년 넘은 건물은 찾기 어렵습니다. 유럽에서 100년 넘은 건물들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됩니다. 영국 바스(Bath)라는 소도시에는 100년 넘은 건물에서 브런치와 차를 파는데 지하에는 박물관을 만들어 두었으며, 사람들이 아침부터 줄을 서서 찾는 명소입니다. 목포근대역사관을 방문하면 무심코 거닐었던 도시 곳곳에 긴 역사를 간직한 건물들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목포를 역사관광을 위해 방문하는 이도, 목포근대역사관을 가는 이도 그렇게 많이 보이진 않습니다. 지금보다는 목포의 역사자원들은 조금 더 관심과 애정의 대상이 되어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목포 토박이들은 엄연히 말하면 목포 토박이가 아닐 수 있습니다. 일제강점기에 항구 거점 도시로 목포가 떠오르며 주변에 있던 신안, 무안, 진도, 완도, 강진, 해남 등의 소도시 사람들이 목포로 몰려들고 경제권과 생활권을 형성했습니다. 지역의 문화와 예술이 발달했고 회화 같은 경우는 일제강점기 당시 목포가 월등했다고 합니다. 목포는 1930년대 가장 잘 나가던 "핫플" 중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가 막을 내리며 목포의 전성기도 함께 저물어 갔습니다. 바로 옆 광주가 성장하며 목포가 더 이상 교통 요지로서 역할을 할 명분이 없어졌습니다. 기간산업 또한 취약해졌으며 서로 다른 고향에서 모인 사람들은 엄연히 말하면 "목포 사람"으로서의 공동체 의식 또한 완전하지 않았습니다. 매립지가 70% 이상인 목포가 외연적으로 성장하기도 한계가 있었고요.
로컬인사가 목포를 찾은 것은 소위 불금(불타는 금요일)이라 불리는 금요일 저녁이었습니다. 그러나 목포역 바로 앞 원도심 거리에서 어느 누구도 사람을 만나 볼 수 없었습니다. 20만 명 가까이 인구를 보유한 어엿한 시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사람을 찾아보기는 더욱 어려웠는데 밀집도가 높지 않고 인구가 많이 분산되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다행인 건 문화관광 도시로서 목포를 찾는 사람들, 특히 젊은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라는 겁니다. 일단 갯벌이 발달한 목포에는 질 좋은 원물들이 많습니다. 수많은 섬마을들이 둘러싸고 있으니 목포가 맛 좋은 건어물 플랫폼이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죠. 이러한 지역 자원을 살려서 맛 좋은 건어물에 지역 맥주를 한 잔 할 수 있는 "건맥" 등 젊은 사람들이 운영하는 술집들도 보입니다. 목포의 음식은 두말할 것 없습니다. 재료가 좋기 때문에 맛이 없을 수가 없습니다. 갈치찜하면 제주 은갈치를 떠올리지만 로컬인사 대표가 먹어 본 최고 갈치찜은 목포 먹갈치였습니다. 음식 하나 때문에라도, 서울 사람들이라도 계속 올 이유가 충분히 있습니다.
또한 목포는 과거의 이야기를 거름 삼아 내일의 밝은 미래를 꿈꾸는 대표적인 문화관광도시입니다. 유니크한 원도심 거리의 흔적들을 걷다 보면 도심 속 작은 일본에 온 것 같고, 목포 원도심 대표적인 마을인 시화마을 언덕에 오르면 목포의 항구 전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항구마을의 정겹고 아기자기한 바이브를 보여주는 고즈넉한 풍경입니다. 도시를 거닐며 적산 가옥을 그대로 살린 찻집에서 따뜻한 차 한 잔 즐기기도 좋습니다.
목포는 빼어난 역사와 특화자원에 비해, 지역만의 고유한 공동체 그리고 특화 문화 정체성은 상당히 약하게 느껴지는 곳입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역사문화자원의 보고로서 지역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는 잠재력이 큰 곳입니다. "문화역사도시 목포"라는 도시브랜드 하에 더욱 다양한 주민참여 문화행사들을 열어본다면 주민 자부심과 애향심으로도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로컬인사 역시 2023년 상반기에 목포문화도시센터 제안사업으로 목포의 뛰어난 음식문화를 주제로 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목포 밖의 주체들이 이 지역의 사업을 리드하는 데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것이 목포 특화도시 발전의 미래가 밝다는 걸 보여주는 게 아닐까요?
* 본 글은 목포대 김종익 교수님과의 대면 인터뷰 내용을 참고로 하여 구성하였습니다.
참고문헌
김종익, 목포의 내일을 걷다 (2014)
글: 전서은 (로컬인사 대표) / 사진: 곽승훈 (로컬인사 포토그래퍼)
로컬인사는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문화예술 아카이빙 기업입니다. (인스타그램 @local.in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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