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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사랑기부제의 비판과 발전에 대한 소고

'투명성'과 '소비자 선호도'를 반영한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의 진화

by Team Localinsa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역에 기부금을 전달하면, 지역에서 기부금의 30%에 해당하는 현금성 답례품을 기부자에 제공하는 제도이다. 개인의 자발적 기부를 통한 지방재정 확충으로 지역 간의 재정 격차를 완화하며 지역의 특산품 등을 답례품으로 제공하여 지역경제 활성화를 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출발하였다.「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은 2021년에 제정되었고 고향사랑기부제 자체는 2023년 1월에 시행되어 약 2년째 진행 중이다.


이름에서 오해가 있을 수 있는데 고향사랑기부제라고 자신이 출생한 지역에만 기부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살고 있지 않은 지역에 기부를 하는 제도이다. 주민등록증상 주소지 이외의 지자체(광역·기초)에 기부를 할 수 있다. (서울의 경우 2025년 1월 기준 성동구만 기부를 받는데, 성동구민이 아니라 다른 서울 시민이라면 기부가 가능하다.)


고향사랑 기부제가 매력적인 점은 기부금에 대한 연말정산 세액공제 혜택이 있다는 점이다. 10만 원 기부 시 전액 세액 공제되며, 10만 원 초과 시 16.5% 세액이 공제된다.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간편 가입 및 간편 결제 서비스를 이용해 매우 쉽게 기부금 결제가 가능하다. 최대 500만 원까지 기부할 수 있는데 기부금의 30%에 해당하는 답례품을 받을 수 있다. 대표적인 답례품으로 알려진 로컬 농축산물, 수산물뿐 아니라 로컬푸드를 활용한 가공식품, 생활용품, 지역상품권, 관광서비스(연극 등 문화서비스 포함)를 기부자가 선택하여 받을 수 있어 기부 유인이 분명히 있다. (2025년부터는 1인당 기부가능금액이 2천만 원으로 상향조정이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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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H_8358.jpg 전남 농촌체험마을 풍경들. 로컬인사(c)


고향사랑기부제 비판의 이유는?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첫해에는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650억여 원의 기부금이 모였다. 전국 243개 지자체 한 곳당 평균 2억 7000만 원을 모금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고향사랑기부제 실행으로 인한 재정수입의 발생분은 지역마다 동일하지 않다. 수도권 대비 비수도권에서 10배 이상 컸고, 비인구감소지역 대비 인구 감소지역에서 1.3배 이상 컸다. 고향사랑기부제의 취지 중 하나가 지역균형 발전이라는 점에서 비수도권과 소멸지역의 모금액이 많다는 건 고무적인 결과라고도 할 수 있지만, 한편 비판의 여지가 되기도 한다.


세금혜택이 주된 동기로 연말에 기부를 하는 2030 세대에 비해 4050대의 경우 애향심으로 고액을 기부하는 경우가 더 많은데 기부금 총액에 제한이 있고 디지털 취약계층에게 온라인 기부나 오프라인 기부(시골에서의 농협 방문)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한계가 있다. 결정적으로 본인이 사는 지역(심지어 나고 자란 고향일지라도)에 기부를 할 수가 없다. 실제로 2023년도 기부 집계 결과 인구가 많은 지역의 기부금액은 상대적으로 적은 반면 다른 지역으로 출향민이 많은 시도의 기부액이 많았다. 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기부금이 재정자립도 상위 20%, 하위 20%의 지자체에서 4배 이상 크게 나타났다고 한다.


아직은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기부할 수 없는 지역이 많은 점도 한계점이다. 2025년 1월 초 기준 서울특별시에서 선택할 수 있는 자치구는 성동구 한 곳뿐이고, 강원도에는 기부하여 답례품을 받을 수 있는 지역이 1곳도 없었다. 로컬 콘텐츠 인기가 높아지면서 비단 나고 자란 연고지가 아니라 여행, 특산품, 기타 로컬 브랜드 캐릭터나 지역이미지를 통해 특별한 애착을 가지고 있는 '제2의 고향'에 기부하고 싶은 관계인구는 늘어나고 있는데 기부할 수 있는 지역은 아직 한정적이다. 결국 지역에 대한 애착이나 기부가 필요한 스토리를 보고 기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가성비가 좋은 답례품을 보고 기부를 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이 답례품 역시 쏠림 현상이 있다. 조사에 따르면 가운데 자치단체 전반적으로 답례품 구성 비율은 지역사랑 상품권이 53%, 축산물 관련 답례품 13%, 쌀 12% 등으로 나타났다. 실제로도 고향사랑기부제 사이트를 방문하면 지역성을 담은 독특하고 차별성 있는 로컬 특산품보다는 한우, 쌀, 상품권이 주를 이룬다. 전체 기부자의 95% 내외가 세액공제 100%를 받을 수 있는 10만 원 이하 소액 기부여서 3~4만 원대 가격에 답례품 단가를 맞추기가 어렵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또한 기부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알기 어렵다는 문제도 존재해 왔다. 고향사랑기부제의 벤치마킹 모델이었던 일본 고향세는 민간 차원에서 지역 기반 활성화 및 자선 사업을 기획하면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민간 플랫폼을 통해 편하게 기부할 수 있는 방식이었다. 반면 고향사랑기부제 대표 정부 통합플랫폼 ‘고향사랑 e음’은 단순히 지역을 선택하여 기부할 수 있는 방식으로 타 기부 플랫폼에 비해서 투명성과 콘텐츠 매력도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스크린샷 2025-01-16 222947.png 고향사랑기부제 기부금을 지역별, 프로젝트별로 검색해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는 사이트 위기브(wegive)



개선되어 가는 고향사랑기부제 플랫폼과 답례품


다행히도 고향사랑기부제의 한계를 보완할 대안들이 있고, 새로운 시도들도 이루어지고 있다. 고향사랑 e음의 투명성 부족, 시스템 오류 문제가 지적되어 오지만 또 하나의 온라인 기부 플랫폼 위기브(https://www.wegive.co.kr/)이 존재한다. 간편 소셜미디어 로그인이 가능하고,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처럼 공익 프로젝트의 스토리와 사용 계획을 공개하는 콘텐츠도 지역별로 개발되어 공개되어 있다.


민관 협력을 통해 지역의 특색 있는 기부자 리워드를 개발하고자 하는 시도도 있다. 2024년 하반기 시행되었던 전남 고향마을 활성화 사업 프로그램우수 농수축산물 중심의 답례품 제공에서 벗어나 기부자들의 지역방문을 유도할 수 있는 체험서비스형 답례품을 개발하고자 하는 사업이다. 체험형 기부금 답례품 개발사업 공모에 응한 전남 마을들을 대상으로 기존의 사업성과 주민 참여도, 사업의 지속가능성, 체험 인프라 등을 심사해 총 3개 마을을 선정하였다. 지난 11월에는 이렇게 선정된 전남 3개 마을 (나주 이슬촌 마을, 광양 도선국사 마을, 장성 별내리마을)에서 시범여행 프로그램이 열렸고, 마을의 주민 해설사와 전남 사랑애(愛)서포터즈가 함께 참여하여 프로그램의 성공 가능성을 실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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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H_8769.jpg 나주 이슬촌마을, 광양 도선국사마을에서 서포터즈들이 체험 프로그램을 즐기는 모습. 로컬인사 (c)


로컬인사는 전남 고향마을 활성화 사업 프로그램의 주관기관인 사단법인 상생나무의 의뢰를 받아 전라남도 고향마을 3개소 시범여행 프로그램 및 마을 아카이빙 촬영을 진행하고 고향마을 활성화 사업 홍보를 위한 책자를 제작하였다. 책자에는 전문 사진사가 촬영한 마을 풍경과 자원, 대표 주민과 마을 체험거리 사진들이 각 마을별 체험마을 스토리와 함께 실렸다. 로컬인사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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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H_8976.jpg 나주 이슬촌마을, 광양 도선국사마을 체험마을을 운영하는 주민들. 로컬인사 (c)


앞으로 고향사랑기부제가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고향사랑 기부금의 지역별 격차를 낮추고 기부금 실적이 저조한 지역들에서 기부금 수입을 늘리기 위해서는 지역 기반 기부거리 콘텐츠가 더욱 다양하고 깊어질 필요가 있다. 단순히 직장인들의 연말정산 세액 공제를 위해 이용하는 일회성 기부처가 아니라 최근에 2030 MZ세대 소비자들에게도 인지도와 선호도가 높아지는 로컬 콘텐츠와 로컬 브랜드를 십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소셜미디어 캠페인과 인플루언서 마케팅 등으로 인지도를 키운 로컬 가공식품 브랜드 (빵, 음료, 비건 먹거리 등) 및 생활용품 (스킨케어 제품, 지속가능성 키트 등)을 민관협력을 통해 저렴하게 계약하고 답례품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똑같이 기부 독려를 했을 때 2030대 소비자들 사이에 클릭률과 전환율이 더 높아질 것이다.


물질적 답례품이 아니라 체험형 답례품을 제공하는 방안도 더욱 고도화되고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지역 내 농촌체험마을 여행권을 제공함으로써 기부자들이 지역에 찾아오게 되면 숙박 시설, 각종 체험프로그램 참여, 농가맛집 방문 등 지역 내 소비를 추가적으로 하게 되며 지역과의 정서적 애착 관계가 형성된다. 마을에서 난 특산품을 판매하는 것보다도 고향사랑기부제 사업을 통해 한 명이라도 마을을 더 찾아오는 것이 경제적 파급 효과가 더 클 수 있다.


상당수 지자체들이 고향사랑기부제 운영과 홍보비 예산 조달의 어려움을 하소연하며 예산 사용 대비 홍보와 모금 효과가 떨어진다는 문제를 겪고 있다. 예산의 재배분을 통해 더 많은 잠재적 기부자들의 마음을 열 수 있는 핵심 로컬 콘텐츠를 개발하고 이를 홍보하는 데 주력한다면 어떨까? 나 혼자만 기부하는 게 아니라 주변 친구, 연인, 부모님에게도 알리고 함께하고 싶은 매력적인 지역기반 공익 프로젝트의 스토리 발굴과 매력적인 로컬 브랜드 콘텐츠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로컬인사가 참여한 전남 고향마을 활성화사업 홍보 콘텐츠 또한 이처럼 중요한 대의(大儀)에 기여할 수 있었기를 바란다.


참고문헌


행정안정부 고향사랑기부제 페이지

KBS뉴스 경남 유튜브 "고향사랑기부금 답례품, ‘쏠림’ 어쩌나?"

시사저널 "650억 모으며 자찬했지만…2년차 고향사랑기부제 ‘리스크 주의보’

한국일보 '전국 최초' 체험형 고향사랑 기부금 답례품…전남의 3개 마을 시범 운영



글 전태현 객원에디터, 전서은 로컬인사 대표

사진 로컬인사


* 로컬인사 전남 고향마을 활성화사업 촬영 현장 기록은 네이버 블로그 및 유튜브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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