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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다리쌤 Sep 10. 2024

엄마 친구! 아이 친구!

오늘은 집에 미국에서 온 언니가 놀러 왔어요. 한국어로 실컷 수다 떨고 나니 꽉 막혀 있던 마음속 무엇인가가 뻥 하고 뚫리는 기분이 들어요. 특히 어려움을 딛고 유학까지 다녀온 언니가 그리고 끊임없이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모습이 존경스러웠어요. 늘 판에 박힌 듯이 살아온 제 삶과 잠시 비교가 되었지요.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 가고 결혼하고 아이 낳고 뻔하게 살아와서 이제라도 실패할지라도  새로운 일에 도전하며 살아야겠다고 언니를 보며 다짐했어요. 과거는 바꿀 수 없으니 미래라도 어떻게 잘해 봐야지요.


오늘 하굣길에 사 남매를 만나 보니 아이들도 친구가 생긴 것 같아요. 재잘대는 5학년 막내는 독일 아이 솔이가 도와준다고 하네요. 솔이는 쌍둥이가 영어에 익숙하지 않으니 천천히 말을 해 준다고 해요. 금요일에 바비큐 학부모 모임에 가면 꼭 솔이 엄마를 만나서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야겠어요.


6학년인 둘째도 전반적으로 남자아이들과 잘 지낸다고 해요. ‘우노’라는 카드 게임을 했는데 한국에서 했던 규칙과 비슷하다면서 재밌게 참여했던 모양이에요. 그러나 스포츠를 좋아하는 둘째에게 오늘의 체육 시간은 좀 시시했던 것 같아요. 좀 힘들더라도 달리고 공 던지고 잡고 땀 좀 흘릴 생각을 했는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비슷한 놀이를 했다고 하는데 여기서는 “green light, red light “라고 부른다고 그래도 아는 게임과 놀이여서 열심히 친구들과 논 것 같아요.


첫째는 배구를 열심히 하고 지쳐서 나왔어요. 10학년 큰 아이들답게 (한국 기준 고등학교 1학년) 공을 주고받으며 공격과 수비가 격렬했던 모양이에요. 첫째도 공을 사서 배구 연습을 해야겠다며 배구를 향한 의지를 다져요.


둘째가 학교 가기 전에 반에 한국친구 한 사람 있게 해달라고 두 손 모아 기도하더니 아이의 바람대로 반에 신기하게도 딱 한 사람 한국인 아이가 있어요. 한국인이 얼마 없는 이 학교에 말이죠. 여자 아이라 말을 못 걸겠다고 하지만 어제 둘째가 숙제가 뭔지 모르겠다고 해서 한국인 여자아이에게 물어보니 ‘캔바’라는 컴퓨터 프로그램에 동영상과 파워포인트와 같은 슬라이드를 통해 자기 소개하는 것이었어요. 마치 한국인 여자 아이는 우리에게 준비해 주신 보물 같아요.


앞으로도 새로운 나라! 환경 그리고 영어가 잘 안 된다 등등 힘들다는 생각은 잠시 접어 두고 우리를 위해 숨겨진 보물을 잘 찾아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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