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하고 있어요.
스위스에서 만난 유럽에서 오래 산 한국 언니에게 스위스 음식이 이제는 입에 맞냐고 물어보았어요. 그랬더니 언니의 대답은 다음과 같아요.
“연명하고 있어요. 유학도 하고 한국 나와 산지 오래되었지만 음식은 꼭 한식으로 돌아오더라고요.”
내심 오래 살면 치즈나 샌드위치가 익숙해질까 기대했는데 아니었나 봐요. 많은 한국인들이 결국 한식을 즐기게 되는 것을 보면요. 어렸을 때 먹은 음식뿐만 아니라 학교 생활 등등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지만 일종의 정체성! 고유의 문화 등등 중요한 것들을 사람에게 남기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어지는 질문으로 꼭 빠지지 않는 것이 한국 식재료를 어떻게 구하는지예요. 스위스는 내륙국가이다 보니 해산물을 잘 먹지 않아 거의 연어 외에는 신선한 생선을 찾아보기 힘들어요. 꼭 먹고 싶으면 냉동된 해산물을 먹어야 해요. 그러나 한국은 웬만한 마트마다 생선 코너가 있잖아요.
언니는 스위스에 온 지 얼마 안돼서 여태까지 발견한 노하우를 나누어 주었어요. (떡이나 어묵, 만두 등등- 유미하나, 웬만한 채소 - 미그로, 고기, 연어-프로데가) 식재료뿐만 아니라 외식값은 비싸고 (일인당 최소 3만 원 이상) 게다가 음식을 먹고 썩 맛있다고 느끼지 못할 때도 많으니 결국에는 이 손으로 만든 것으로 대개 먹게 되더라고요.
게다가 여기는 아이들도 점심에 집에 와서 먹는 문화예요. 다행히 점심에 우리 집 아이들은 오지는 않지만 새벽 6시에 일어나 도시락 4개를 순식간에 싸야 한답니다. 어쩔 때는 5개요. 남편 것까지 말이죠. 그리고 아침, 저녁을 준비해야 하니 삼시세끼 준비하는 것이 큰일이 되어 버렸어요. 틈틈이 김치도 담아야 하고요. 물론 김치는 유미하나에서 사도 되지만 아이 넷 집이라 순식간에 먹어 버리기 때문에 담기 시작했어요.
삼시세끼 엄마의 일이 참 고된 스위스입니다. 그래서 “연명하고 있다.” 표현에 극한 공감을 했어요. 아이들과 자주 먹고 싶은 한국 음식과 자주 가던 식당을 꼽아 보아요. 오리고기, 횟집, 국밥집 등등등. 이럴 때는 한국에 몹시 가고 싶어 진답니다.
헬조선이라고 말들 하지만 외국에 살다 보면 한국에서 그 문화에 젖어 사는 것이 가장 행복했다는 것을 불현듯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맛있는 음식과 반찬을 쉽게 사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요. 다시 돌아가면 정말 그 행복을 온몸으로 감사해하며 살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