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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Lee Feb 07. 2021

베스트셀러는 내 취향이 아닌가 봐요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 김유진, 토네이도

"아마도 책들은 저마다 일종의 은밀한 귀소본능이 있어서 자기한테 어울리는 독자를 찾아가는 모양이에요. 그게 사실이라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요. "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이라는 책에  등장하는 대사인데, 오늘 소개할  나의 하루는 새벽 4시 30분에 시작된다 를 읽으며 이 문장이 내내 맴돌았다. 저자가 의도한 바와는 달리, 아무래도 나는 주제에서 벗어나서 조금은 ‘엉뚱한’ 방향으로 깊은 사유에 잠기게 되었던 것 같다.


베스트셀러에 들었다고 해서 모든 사람에게 좋은 책이 될 수는 없고, 출간된 지 하루 이틀 만에 저 멀리 책장 구석 먼지 쌓인 어딘가로 밀려났다고 해서 나쁜 책이라는 법은 없다. 당연하지만 소중한 이 진리를 나는 이 책 덕분에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세상에 절대적으로 좋은 책, 나쁜 책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 사람마다 다 자기에게 맞는 책이 있다는 사소하고도 특별한 진리를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콘셉트를 잘 잡는다면, 혹은 마케팅이 잘 될만한 무기가 하나 있으면 출간은 누군가에게는 그리 멀지만은 않은 꿈일 수도 있겠다는 이런저런 생각들이 스쳐갔다.


 나의 하루는 새벽 4시 30분에 시작된다 는 평소에 독서를 거의 하지 않는 누군가에겐 90점짜리 책이 될 수 있을 것이고, 동시에 꾸준히 책을 읽는 이들에겐 굉장한 실망감을 안겨줄 책이다. 매일 이른 새벽 시간에 일어나 자신을 다독이고, 하루를 여유롭게 시작하고, 꿈꾸던 일들도 새벽시간을 활용하여 도전하고 성취하는 그녀의 하루는 물론 독자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고 칭찬받을 만하다. 덧붙여, 자기가 걸어온 인생의 걸음들, 어린 시절부터 깨달은 교훈들을 하나하나 진솔하게 전하고 있어서, 특히 아직 경험이 많지 않은 어린 친구들에게는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게다가 변호사이자 유튜버이면서 새로운 영역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악착같이 다 잘 해내고 마는 그녀의 행보는 읽는 이들을 꿈꾸고 설레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서른을 이미 절반쯤 지나온 누군가라면, 모르긴 몰라도 좌절과 실패, 재기를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이가 없을 것이다. 크고 작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그쯤 되면 자기만의 삶의 무게를 지게 되는 법이고, 그 과정에서 세월은 누구에게나 경험과 지혜라는 흔적을 만든다. 따라서, 삼십 대 이상의 독자에게는 그녀의 일기장에 나오는 인생 이야기가 결코 새롭고 가슴 떨리는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다. 게다가 평소에 독서를 즐겨하던 이라면 꾸준히 책을 통해 쌓아 온 인생 철학과 단단한 내공이 있어서 더더욱  ‘내용이 별거 없다’ ‘일기장 같다’라고  느껴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나에게는 조금 아쉬운 책이었지만,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조카나 새해를 맞아 한 번 독서를 시작해보려는 친구에게는 좋은 선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책의 내용 자체가 내게 큰 영감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이런 소중한 깨달음에 머무르게 해 주었으니 결코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흥행 성공과 실패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하며, 나에게도 언젠가 먼 훗날 책을 내게 되는 날이 온다면 설령 많이 팔리지 못하더라도 그것이 내 글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니 너무 좌절하지 말자는 다짐도 하게 되었다. 어느 작가들에게는 어쩌면 이 책이 작은 용기이자 위로가 되기도 할 것이다.


앞서 혹독한 평으로 글을 시작했지만, 맞는 독자가 있다는 것이지 결코 책 내용 자체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니 오해는 말기를 바란다. 그래도 개인적으로 좋았던 부분도 존재하기에, 그 두 곳을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아래 문구는 나의 하루는 새벽 4시 30분에 시작된다 의 핵심을 담고 있고, 나도 다이어리에 기록해 놓았을 만큼 가슴에 와 닿았던 문장이다.


나는 새벽을 ‘내가 주도하는 시간’이라고 말한다. 그 밖의 시간은 ‘운명에 맡기는 시간’이라 표현한다. (34쪽)


사람들은 휴식을 취하려면 꼭 늦잠을 자거나 어디론가 멀리 떠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새벽 기상을 통해 삶을 즐기기 시작한 뒤 일상에서도 사소한 여유를 찾는 법을 알게 됐다. (29쪽)


‘내가 주도하는 시간’이라 새벽시간이 좋다는 점에 진심으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아이가 생기게 되면서 어느 순간 내가 시간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물살대로 그저 부유하는 것 같은 모습을 발견하게 되곤 했다. 그래서인지 꼭 위대한 일을 하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시간, 내가 주도하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이유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꼭 어딘가 멀리 떠나지 않아도 그 시간을 통해 충분히 재충전을 할 수 있다는 그녀의 주장은 코로나 시대에 특히나 잘 어울리는 생각이다. 일상 속에서 특별함을 발견하는 일만큼 멋진 일이 또 어디 있을까. 조용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라는 노래의 가사가 떠오른다.


‘눈에 익은 이 자리 편히 쉴 수 있는 곳. 많은 것을 찾아서 멀리만 떠났지’
‘소중한 건 옆에 있다고 먼 길 떠나려는 사람에게 말했으면’


꼭 새벽 4시 30분이 아니더라도 괜찮을 것이다. 새벽에 일어나면 오히려 오후에 졸음이 쏟아지고 저녁 시간을 비몽사몽 허투루 보내게 되는 사람도 있다. 그러니 아침을 선택하든 저녁을 선택하든 나만의 시간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추면 될 일이다. 그 시간만큼은 나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기에, 그 보너스 시간의 가치를 자신의 실천과 진솔한 삶의 이야기들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그녀의 시도가 의미 있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충분히 멋지고 가치 있는 일이다.


오늘, 한 시간 동안 고요히 서재에서 글을 쓸 수 있는 ‘나만의 시간’이 허락됨에 감사하며, 그녀가 전하고 싶었던 마음도 이 한 시간의 소중함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그저 이렇게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나를 돌보고, 한 걸음씩 천천히 발전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그래, 그거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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