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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Lee May 11. 2021

우주를 생각하며 두근두근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문학동네』

이 책에 대한 나의 감상을 딱 한 문장으로 요약해보라면,  "와. 이런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가 되겠다.


그녀는 뚱뚱한 보따리를 들고 와 내 앞에다 풀고는 자신의 이야기들을 주섬주섬 꺼내서 보란 듯이 바닥에 쫙 펼쳐둔다. 날카로운 비판과 다부진 철학도 적당히 들어 차 있고, 더불어 재미까지 있다. 아! 이것도 탐나고 저것도 궁금하고, 그녀가 보따리에서 꺼낸 것들이 다 매력적이라 눈을 뗄 수가 없다.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 대기의 스펙트럼을 분석한다느니, '' 크레이터 경사면을 관찰한다느니 복잡한 용어들로 가득 차서 거창해 보이는 '천문학자'라는 타이틀 옆에는, 아이들이 일찍 잠들길 바라고, 감기라도 걸리면 등원 못할 것을 걱정하는 보통의 엄마들처럼 지루하고 평범한 일상도  함께였다. 졸업을 못할까  노심초사하는 대학원생의 고민과 불안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녀는 일과 , 양쪽 모두의 이야기를 포장하지 않고 치우치지도 않고 조곤조곤 들려주는데, 적당한 위트와 세상에 대한 일침까지도 함께 맛깔나게 버무려내어   익은 깍두기를 오도독 씹어먹는 기분이 든다. 이토록 흥미진진하게 천문학자의 삶을 소개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코로나 탓에 사람들 간의 교류가 줄어들다 보니, 다들 자신만의 세상에 갇혀 점점  좁은 시야를 갖게 되는  같다.  또한 다르지 않다. 그래서인지 넓은 우주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책이  반갑고, 설레고, 짜릿했는지도 모른다. 특별하기만   같은 그녀의 일상이 실은 우리만큼이나 매우 지루하고, 성실하고, 평범한 풍경이었듯, 매일 아침 9 같은 자리에서 컴퓨터를 켜고 엉덩이를 붙이고 있는  지겨운 일도 다른 행성에서 바라보면 빛나고 특별해 보일 것이 틀림없다.


희망, 도피처, 유토피아, 가본  없는 세상, 선택하지 못한 다른 , 평생   없는 곳이지만  가보고 싶은 , 미지의 세계. ‘

우주를 생각하면 언제나 가슴이 뛴다. 우주로의 여행, 다른 행성으로의 여행은 언제나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런데  우주의 행성을 연구하는 천문학자도 평범하고도 평범한 날들을 보낸다. 그녀가 들려주는 별 이야기와 소박한 일상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나의 우주가 새삼 소중하게 느껴지고, 어느새 다른 이의 우주도 궁금해진다. 문득 저기 나를 흘겨보는 호랑이 부장님의 우주도, 매일 아침 들리는 카페 사장님의 우주도 궁금해진다.


오늘 밤은 당신의 우주에서 그녀의 우주로,  다른 이들의 우주로 건너갔다 오는 시간이 허락되기를 소망해본다. 아마  책과 함께라면 가능할 것이다.




오늘 내가 할 일은, 애써서 받은 그 '연구 면허'가 별무소용인 종잇장이 되지 않도록 연구자로서 할 일은 다 하는 것뿐이다. 평가하고 평가받는, 누구나 와 같은 그 삶 속을 묵묵히 걸어가는 것뿐이다. 내일도, 그리고 모레도.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문학동네(36쪽)』


대학이 그들에게 '배운 것'보다 배우는 즐거움과 괴로움을,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만의 의견을 갖는다는 것의 뿌듯함을 일깨워주기를 바란다. 자신을 발견하고 받아들이고 눈을 들어 앞으로 나아갈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배우는, 그 즐거움과 괴로움을, '우주의 이해'에서도, '글쓰기의 이해'에서도, '시민교육'이나 '전자기학', '천체물리학 개론'에서도 가르쳐주길 바란다.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문학동네(63쪽)』


부모 중 하나가 가사와 양육을 도맡거나 도우미를 고용하거나 조부모 등 친척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아이 하나 키워내기가 이렇게 어려운 사회. 그래, 현실이 그렇다고 백번 인정한다. 그게 현실이지만, 그게 여자들의 '문제'로 인식되는 건 슬프다. 직장에서는 그토록 프로페셔널해야 한다면서, 가정에서의 의무는 가벼이 보는 아이러니는 무엇인가. 여성들이 남성 위주의 문화에 적응해나가듯이, 그들도 여성들, '직장맘'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에 대해 고민해보면 좋겠다.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문학동네 (108쪽)』


그런저런 생각들로 머릿속이 어지러웠지만, 어쨌든 나는 나를 향한 부름에 상당히 많이 응했다. 한국형 달 탐사에 사람들이 더욱 관심 갖고 지지해주기를 바라기 때문이었다. 유학을 가지 않은 국내파도, 맞벌이하며 아이를 키우는 엄마도, 다 괜찮다는 걸 알리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좀 더 많은 사람이 천문학을 선택하고 행성과 학자의 길로 와주기를, 그래서 가까운 미래에 든든한 동료가 되어주기를, 간절히 바라기 때문이었다.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문학동네 (1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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