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업계에서 일한 지 벌써 4개월. 오퍼레이션 매니저 혹은 파트너십 마케터라는 새로운 업무를 잘 해내고 싶어서 요즘 에너지는 거의 다 일에 쓰는 중이다. (에너지의 총량이 줄어드는 걸 실감하는 30대 후반의 삶이란...)
평일에 집에서 저녁밥 해 먹는 날은 줄고, 피곤해서 그냥 침대에 쓰러지는 날도 많다. 그래도 이 일을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커서 어떻게든 버티고 있다.
피곤한 날이 많지만, 예전이랑 달라진 게 있다면 이젠 문제가 생겨도 좌절하기보다 ‘어떻게 해결하지’를 먼저 생각한다는 거다. 좌절할 시간도 없고, 감정 소모할 여유도 없다. 결국엔 어떻게든 해결된다는 걸 계속 배우는 중이다.
예전엔 생각과 고민만으로도 벅차서 힘들었다면, 지금은 일단 움직이는 사람이 된 것 같다. 예... 사람은 변하더군요.
여행업과 플랫폼 업계에서 콘텐츠 마케터로 일하다가 지금은 콘텐츠 편집 빼고 거의 모든 일을 다 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이 제일 ‘일하는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든다.
AI 시대에 오히려 아날로그스러운 일을 하는 것 같기도 해서 커리어 고민을 자주 챗지피티에 털어놓는다. 요즘 마케터는 무슨 데이터도 다 뽑고, 기획도 하고, 릴스도 찍고, 콘텐츠도 만들고, 디자인도 할 줄 알고, 브랜딩도 할 줄 알아야 한다던데. 나 어떡하냐?
이 연차, 이 나이쯤 되면 되게 멋진 어른이자 직장인이 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이젠 챗지피티를 혼내는 어른이 된 건 함정.
(“아니, 그게 아니라. 핵심 그만 찔러 제발.” 이런 유치한 말장난을 한다.)
수많은 브랜드랑 낯선 사람들과 협업하기 위해 수백 통의 메일과 전화를 주고받고, 계획과 일정, 작은 문제 하나까지 직접 맞춰간다. 그런 과정이 힘든 것보다, 이상하게 성취감이 더 크다. 물론 힘들긴 한데 일이 다 그렇지 뭐.
언젠가 내가 하는 일에 대해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 그럴싸한 말로 포장하기보다 일하면서 느끼는 진짜 감정을 솔직하게 써보고 싶었다. 두서없지만, 후련하다. 이 게시글은 숨김처리 하지 않기를 바라며.
<에필로그>
1. 여행하고 사진 찍는 건 여전히 좋다. 피곤하다는 핑계로 미뤄두고 있을 뿐. 이제 어느 정도 업무에 적응됐으니, 카메라도 새로 사고 싶고 새로운 여행지로 훌쩍 떠나고 싶고 새로운 책도 쓰고 싶고 사진전도 열고 싶고 (과연?)
이렇게 써놓으면, 내년에 하나는 이뤄지겠지!
2. 브런치 너무 오랜만에 글 써서 어색함. 앞으로 일하는 이야기 종종 쓰러 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