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여름을 이겨내는 말
스페인 여행을 준비하면서 스페인 회화를 자연스레 준비하게 되었다. 사실 스페인어는 영어 못지않게 많은 인구가 사용하는 언어로 자부심이 꽤 대단하다. 우리는 흔히 영어가 만능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의외로 영어가 통하지 않는 나라도 많았다.
자국의 언어에 특히 자부심이 있는 국가들이 그러한데 대표적으로 프랑스어고 다음이 스페인어다. 스페인 사람들 또한 자국 언어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고 대항해시절 식민지배를 했던 세계 곳곳에서 스페인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영어의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한다고나 할까? 내 개인적인 해석은 그러하다.
옛날부터 우리에게도 '서반아어' 또는 '서어'로 표현되기도 했고, 남아메리카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영어보다도 더 의사소통이 잘되는 언어다.
대표적인 스페인어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단어는 '올라' 인사와 감사표현 '그라시아스' 정도다. 한 달의 여행을 준비하면서 뭐 대단히 유창한 스페인어를 배울 수 있을까만은 그래도 인사와 감사표현 정도는 현지어로 해주는 센스를 갖추기 위해 아내와 서로 마주 보며 회화를 실습한다.
나: 올라
와이프: 올라
나: 그라시아스
와이프: (웃으며) 뭐가 그라시아스 ㅋㅋ
뜬금없는 우리의 대화에 웃음이 터지고 만다.
그런데 준비하다가 곰곰 걱정되는 부분이 있었다.
나: 여보, 우리가 여행하는 계절이 아주 더운 여름이잖아?
와이프: 응
나: 그런데 너무 더울 때 '얼음물 주세요'는 스페인어로 뭐지?
와이프: (검색 후) 아구아 꼰 이엘로
그랬다. 물은 영어로 아쿠아인데 스페인어로는 조금 부드럽게 아구아로 표현했고
이엘로는 얼음 즉 아이스를 의미하는 듯했다. '아, 아구아 꼰 이엘로~' ㅋㅋ
회화는 많이 사용할수록 는다고 했던가? 그건 정말 진리였다. 아니나 다를까 기록적인 폭염이었던 여름, 유럽대륙 또한 불볕더위가 지속되었다. 게다가 에어컨이 일반적이지 않은 유럽에서의 더위라서 더욱 힘들었다. 그때마다 식당에 들어가서 외쳤던 말 "아구아 꼰 이엘로"
스페인에서 사람들은 식사와 함께 와인이나 샹그릴라를 많이 곁들인다. 그것이 그들이 여름을 그대로 이기는 방법인지 모르겠으나, 우리는 한국 사람이라 이런 더위엔 시원한 얼음물만 한 것이 없었다. 가는 곳마다 '아구아 꼰 이엘로'
칵테일 얼음이라고 표현하는 작은 얼음이 아니라, 큰 얼음 덩어리를 주는 곳도 있었다. 이런 얼음 더위에도 잘 녹지 않고 오래가더라.
아주 더운 8월은 여행에 적합한 계절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학교에 얽매인 우리의 경우 방학을 제외하고는 이런 기회를 가지기 쉽지 않기에 아주 추운 겨울 또는 아주 더운 여름밖에 선택지가 없다. (그래서 나의 첫 유럽 또한 추운 1월이었다.)
나: 아구아 꼰 이엘로?
와이프: 여기 한국이거든!
나: ㅋㅋ 이거 완전히 외웠는데?
스페인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한 마디를 고르자면 "아구아 꼰 이엘로!" 지극히 개인적인 여행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