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X 심리학 ] 1부 '주의 병목 구간' 리뷰
'UX 심리학'이라는 책을 구매했다. UX는 사용자의 심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에 읽어보기에 충분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좀 더 많은 분들과 함께 효율적으로 읽기 위해 '디프만'이라는 개발자, 디자이너 연합 동아리에서 책 스터디원을 모집해 11명의 분들과 함께 책을 읽고 있다.
이 책에서는 사용자가 지닌 다양한 심리적 병목 구간을 창작물이 어떻게 통과할 수 있나를 중점으로 UX를 다루고 있다. 사회심리학자이자 마이크로소프트사의 고객 리서치 수석 매니저인 데이비드 에반스가 쓴 글을 옮긴 책이다. 발행일은 2021년이지만 책의 내용은 2016년에 맞추어져 있다. 2016년이면 현재 2022년과 6년이나 차이가 난다. 예시들이 오래된 것들이라 이 책에서 제시하는 Bad UX가 너무 극단적이었다. 읽으면서 아쉬웠다. 따라서 과거에 끔찍했던(..) UX들을 살펴보고, UX 심리학의 이론을 습득하는 목적으로 이 책을 정독할 생각이다.
사용자들은 심리적 병목 현상을 이용하여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밈¹에만 귀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할애한다.
즉, 사용자들의 수용성에 최적화되어 설계된 밈만이 시장을 지배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렇지 않고 인간의 본성에 반하는 밈은 심리적 병목 구간을 통과하지 못하고 사라지게 된다.
'밈적 적합도'를 확보하여 사용자들이 밈에 관심을 갖게 하고, 반복해서 사용하고, 나아가 지인들에게 권유하게 만들어야 한다.
¹이 책에서 밈이란 퍼뜨리고자 하는 모든 창작물이나 작업 결과물을 의미한다.
우리의 눈은 초점 범위를 벗어나면 식별 능력이 30%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 초점 범위에서 벗어난 구간은 주변시(peripheral visioin)의 구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주변시에 맺힌 색상이나 글자는 인식하기 힘들다. 특히 차량 내비게이션 같은 경우는 전면 유리창에 표시되지 않는 이상 운전자가 교통 상황을 주시하면서 동시에 대시보드에 달린 모니터를 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우리가 화상 미팅, 화상 통화를 이용할 때도 상대방과 눈을 맞추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화면 속의 상대방의 얼굴을 보면 웹캠 위치보다 시선이 내려가고, 반대로 웹캠에 시선을 맞추면 상대방의 얼굴을 볼 수가 없다.
이러한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애플의 페이스타임에서는 인공 지능을 사용하여 시선을 수정해 눈이 정면을 향해 보도록 보정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일명 Eye Contact 기능이다.
하지만 보정이 완벽하지 않아서 그런지 이 기능을 끄는 방법을 위한 포스팅들이 나와있다. 이 기능을 켜면 눈이 부자연스럽고 무서워진다는 리뷰를 볼 수 있었다.
사실 2016년 기준으로 쓰인 이 책에서는 이 화상 미팅의 눈 맞춤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크게 대중화되지 못하는 이유로 꼽고 있는데,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화상 미팅이 급격하게 대중화되어서 이미 익숙한 부분이고 허들로 작용하지 않기에 이제는 크게 공감하기 어렵지 않나 싶다.
더 공감할만한 다른 사례로, 나는 비대면 면접을 치른 적이 있다. 면접관분들을 화상 미팅을 통해 만나뵀는데, 최대한 웹캠에 눈을 맞춰서 면접관을 바라보는 느낌이 들게 하라는 조언을 받고 시도해보았다. 하지만 웹캠에 눈을 맞추니 면접관들의 반응을 제대로 볼 수 없어서 그것도 그것대로 곤혹을 느꼈다. 면접관의 반응을 보랴, 웹캠에 눈 맞추랴 정신없이 눈알이 굴러가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었다. 정말 불편한 면접 경험이었다.
이처럼 우리가 집중할 수 있는 시선의 범위는 레이저 광선만큼 가늘다. 우리의 가느다란 시선의 범위는 디자인을 할 때 고려되어야 한다.
대뇌 피질 활동에 두 가지 근본적으로 다른 패턴이 존재한다고 한다. 주의 집중 모드에 해당하는 과업 지향적 네트워크와 자유롭고 일률적이지 않은 사고를 지원하는 과업 회피적 네트워크이다.
이를 알아보기 위한 예시로 책에서는 요리 최대 커뮤니티 사이트인 'Allrecipes'의 사례를 들고 왔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 사이트에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방문하는 사용자 비율은 73%, 특별한 목적이 없는 사용자 비율은 27%였다. 목적이 있는 경우는 과업 지향적으로, 해당 사용자는 특정 요리 레시피를 알아내기 위해 사이트를 사용하는 패턴을 보인다. 목적이 없는 경우엔 과업 회피적으로, 해당 사용자는 어떤 요리 아이디어에든 흥미를 보이며 사이트에서 시간을 보내는 패턴을 보인다. 'Allrecipes' 같은 경우엔 사용자의 73%가 과업 지향적이므로 정확한 검색 알고리즘 개발에 투자해서 뛰어난 검색 결과를 보여주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끌고 나갈 수 있었다. 이처럼 서비스가 과업 지향적, 과업 회피적 둘 중 어느 사용자에 타겟팅되어 있는지에 따라 서비스의 방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과업 지향적 모드에 있을 땐, 자신들의 목적에 방해되고 주의가 분산되는 것을 싫어한다. 특히 슬랙,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와 같은 생산성 플랫폼 상에선 대부분 사용자가 과업 지향적이다. 따라서 이런 플랫폼에선 광고를 통한 수익창출을 비즈니스 모델로 잡아서는 곤란하다. 대신 가입을 통해 수익을 얻는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
하지만 과업 회피적 모드에 있을 땐, 반대의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사용자들은 광고를 포함하여 집중을 방해하는 어떤 것이든 환영한다. 이 모드의 사용자들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중을 하거나 노력이 필요한 활동을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사용자들의 과업 지향성을 알아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과업 지향/과업 회피 - 동시에 활성화될 수 없는 두 가지 모드, 언제 그리고 얼마나 자주 각각의 모드에 놓이게 되는지 알아야 한다.
사용자들은 습득해야 할 정보의 종류에 따라 다른 시선의 패턴을 보인다. 어떤 사람의 전신을 놓고, 이 사람의 나이를 추측해보라고 하면 얼굴로 시선이 가고, 얼마나 부자인지 추측해보라고 하면 몸, 장신구 등에 시선이 간다. 이 같은 현상은 웹 사이트를 포함한 대부분 콘텐츠에서 나타난다. 사용자들은 최소의 주의 용량 자원을 사용하여 빠르게 페이지의 의미를 파악하려 한다. 사용성 전문가 제이콥 닐슨은 사람들이 페이지를 훑어볼 때 F형 패턴으로 스캔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좌측 상단부터 시작해 아래로 시선을 옮긴다는 것이다. F형 패턴으로 훑어봄에도 원하는 정보를 찾지 못하면 모든 그래픽과 아이콘을 살펴보게 된다. 이것마저 실패하면 페이지 내에 모든 단어들을 읽어보기 시작한다.
결국 중요한 기능이나 내용은 페이지 내에 '어디 위치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2016년 미국의 앱 사용 분석 업체인 퀘트라에서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80%의 사용자들은 앱을 설치하고 5일이 지나면 더는 그 앱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 경우 사용자의 관심을 환기해 다시 앱을 쓰도록 유도해야 한다. 하지만 사용자의 관심이라는 자원이 한정된 만큼 그 방법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 만약 과한 요소와 인터랙션으로 주의를 끌려고 하면 주의 집중 병목 현상이 더 심해지고 결국 그런 자극들을 무시하게 된다. 이는 습관화(habituation) 현상의 일종이다.
거의 모든 밈은 습관화의 위험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사용자의 관심을 끌고 싶을 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