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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슨 Oct 07. 2015

흔한새댁의 일탈여행

비와 함께하는 헬싱키의 일상

올 여름 끝자락 나는 북유럽으로 향했다. 짧은 기간중 4일을 머물렀던 헬싱키의 유유자적했던 여행이 유독 많이 생각난다. 특히 비오는날의 정취를 잊을수 없어 사진을 몇번이고 보며 그곳을 다시 느껴보기도 한다. 청량한 공기와 녹음이 진한초록으로 물들어 여름의 끝을 내뿜는 헬싱키 공원들과 거리들은 지금도 마음속으로 사뿐사뿐 걷기도 한다.



가을이 더 어울리는 감성 헬싱키

아쉬운마음으로 헬싱키의 인연들을 보내고 혼자남았던 2일간의 시간. 뭔가 알차게 보내고 싶었지만 빡빡한 일정은 싫었다. 느즈막히 일어나 뷰가 좋은 내 방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며 그날의 날씨를 체크하곤 했다. 가봐야지 했던 곳들을 뒤로한채 꽂히는 대로 걷고싶어서 모든 자료들은 방에 던져둔채 오로지 카메라와 돈만들고 나갔다.

4일을 머무르면서 호스텔 뒷편의 공동묘지를 안가볼수없지. 나름 유명하다면 유명했던 정원과 묘지의 그곳을 하필 나는 비오는 아침부터 가기로 마음 먹었다. 사실 무서웠지만 궁금했다. 비오는날 바라본 그 묘지는 묘하게 끌렸기 때문이다. 막상 묘지 입구로 가니 스산한 기운이랄까? 그래도 마음먹었으니 문을열고 곧장 직진하며 걸었다. 공사를 하던 우락부락한 할아버지가 나를 뚫어지게 보는데 외국영화에 온갖 공포스런 장면들이 떠올랐다. 저 포크레인으로 혹시나 나를 묻으면 어쩌나 하는 엉뚱한 생각에 사로잡혀 걸음이 점점빨라졌다.

그곳은 바람에 치이는 나뭇잎 소리와 포크레인 소리뿐 결국 도저히 묘지쪽으로는 못가겠어서 어느정도 걷다가 자작나무 길을 발견하고 그곳으로 방향을 틀었다. 쭈욱 걷는데 비가 후두두둑... 내눈에만 비가 보이나? 싶을정도로 사람들의 모습은 평온했다. 이게 바로 듣기만했던 유럽의 모습이구나..!

뭔가 행복해졌다. 비냄새, 나뭇잎에 떨어지는 빗소리, 트램소리 내 감성을 건드린 헬싱키의 비 오는 오전. 챙겨간 우산도 마침 고장나서 버려 버리고 나도 비를 맞으며 천천히 걸었다. 묘지의 스산함에 움츠러 들었던 나는 비에 적셔지는 헬싱키를 온몸으로 느꼈다.


달콤한 브라우니 만큼 행복한게 있을까?

김동률과 정준일의 노래들을 들으며 걷고 걷다 낯선 길위에 서게 되었다. 어느 골목인지도 모른채 서있던 곳에서 마침 배가고파오던 찰나 한눈에 들어온 유니크하면서 꽃으로 멋스럽게 꾸민 PURO카페.창가에 앉아서 얘기나누며 브런치를 즐기는 이들을보니 뭔가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 사로잡혔던 것 같다. 영어에 대한 걱정으로 망설이다 소심하게 들어가서 왠지 모를 눈치를 살피며 내부를 탐색했다. 넓지 않은 공간, 몇개의 테이블에 심플한 데코들. 역시나 북유럽스타일이 내맘에 쏙 들었다. 초코브라우니와 라떼를 시키며 어디앉을까 둘러보는데 동양인은 나 혼자뿐이였다. 뭔가 뿌듯한 이 마음은 뭘까 싶으면서 그들의 일상에 녹아든다는 생각에 살짝 설레였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그곳에서 키우는 시크한 강아지와 눈인사를 하고 사진도 찍어주고 혼자 신이 나있는데 직원이 추천해준 브라우니가 나왔다. 비주얼 부터 남다른 그 브라우니는 지금도 잊을수 없이 맛있었고 라떼 또한 너무 맛있어서 휘바휘바를 외치고 싶었다. 비오는 창밖과 째즈풍의 음악을 들으며 진하게 달달한 브라우니와 라떼 한잔에 (진정한 허세라고 할 수 있지만) 너무 행복했다. 직원이 입맛에 맞냐는 물음에 내가 굿굿굿을 외치니 웃으며 고맙다고 해줬다. 정말 별것 아닌 일상들로 보낸 하루가 나를 조금은 놓을수 있게 해주어 여행중의 피로를 잊을만큼 가장 편안했던 날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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