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안그릇 Jun 04. 2023

불행을 함께 견디려는 다짐

<이혼해서 덜 불행한 여자의 이야기> 

우리에겐 정도의 차이지만 인생을 막 송두리째 흔드는

그런 위기가 한번씩 있었잖아.

경제적인 걸 수도 있고, 심리적인 것도 물론 있고.

환경 탓이라면 마구 마구 허공에 삿대질을 하면서 정신승리라도 할텐데.

그게 마음 깊은 곳에서 솟아나면 그렇게 힘들잖아. 누군가를 탓하기도 하는데

결국 돌아오는 건 찌질한 루저가 되었다는 패배의식 그 이상이 아니지.


우리가 불행을 함께 통과하려고 애쓰고 버텼다면

누구의 탓도 하지 않고 둘이 똘똘 뭉쳐서 전우애로 이겨냈다면 말야.

어쩌면 우린 헤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오늘 문득 들었어.


"나 너때문에 불행해. 너만 없으면 내 삶이 완벽한데. 니가 다 망쳤어. 지옥에나 가"

이게 배우자에게, 세상 그 누구에게도 할 말은 아니지만

우리는 이토록 마음을 엉망으로 만드는

고통스러운 말을 듣기도 하면서 살지 않았을까.

듣지 않았으면 당신이 하지는 않았는지, 가슴에 손을 얹어봐.

아니라면 정말 다행이야.

언어적 학대를 당하거나 행하지는 않았다는 거니까 적어도.


"너랑 있으면 숨막혀. 자유롭고 싶어. 그냥 너만 없으면 된다고. 나 좀 놔줘"

이런 비슷한 숨막히는 말을 우리는 하기도 듣기도 했을지 모르지만

이런 말을 내가 존중하는 사람에게, 아끼는 사람에게

할 수 있을까. 스스로를 아끼고 보듬어주는 힘이 없는 사람이 결국은

가장 가깝고 연약한 대상에게 퍼붓고 그게 반복되는 고통.


좁은 공간에는 혼자 있어도 괴로운데 누군가와 오래 있으면 누구나 숨이 막히잖아.

그런데 내가 말하는 건 있지. 물리적인 공간이 아니야.

숨도 제대로 쉬기 힘들만큼 상황들이 어렵게 돌아갈 때는

누구의 탓을 했으면 안 되었던 건데, 그게 참 힘들었나보지.

결혼 6년 동안 이사를 11번씩 다니고 그런

숨막히게 어려운 상황들이 반복되는

그런 불행을, 그런 좁은 환경을,

점점 좁아지는 우리의 마음을

같이 견디지 못했던 거야.


결국 우리에겐 크게 결핍되었었던

불행을 함께 견디겠다는 다짐.

그 크고도 귀한 가치.


함께 살아온 만큼 헤어져 지낸 시간이 비슷해진다 이제.

그 사람의 얼굴은 함께 살 때보다 평온하고 행복하니

그걸로 된 거라고 위안을 삼아본다.

우리 딸들의 행복과 안정을 위해 언제든 협조하고

'팀미팅'을 할 수 있어서 좋아. 이거면 되고 만족해.

그 사람의 사회적 안정과 정서적 안정이 비례해가는 것 같아서

옆에서 지켜보는 나도 진심으로 안심이 되고 감사해. 다행이야. 

서로의 불행을 더 끌고 가지 않았던 것으로도 감사하기 충분해.


헤어진 이후 나도 너도 이만큼 안정되었다는건

헤어지길 잘했다는 반증.

가슴을 사정없이 난도질하는 시간을 보내고

결국은 그만큼의 용기있는 결단으로 해내었던 이혼.

우리의 이혼은 그래서 어느 정도는 축복.

이혼을 하지 않겠다는 건 엄청난 힘과 다짐을 요구하는, 

그 자체로 고귀한 선택. 




#불행을함께견디는힘

#불행을함께견디자는다짐 

#아무튼이혼

#어쩌면이혼사유



2017년이었나, 맞아 피눈물을 흘리던 너와 나의 모습 #setmefree #셀프치유 #그릇그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