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SNS를 하다 보면 짧은 글귀가 적힌 카드형 콘텐츠를 쉽게 볼 수 있다. 작가를 꿈꾸는 지망생이 자신의 글을 널리 퍼뜨리고 공감을 얻기 위해 만드는 경우도 있고 출간된 책을 홍보하기 위해 책의 일부 문구를 인용하는 경우도 있다. 요즘에는 SNS에서 많은 팔로워를 확보해 인기를 얻으면 책 출간의 기회를 잡거나 돈 들이지 않고도 광고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러한 카드형 콘텐츠를 꾸준히 업로드해 SNS에서 인기를 얻은 후 출간 제의를 받아 책을 펴낸 이른바 'SNS 작가, 인스타 감성 작가, 페북 작가'들은 자신의 SNS 계정을 활용해 더 높은 인지도를 구축해나가며 활발한 마케팅을 펼친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에세이 분야에서 두드러지는데, 그들의 콘텐츠에 공감하고 그것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면 대중의 관심을 끄는 어떠한 매력이 있는 것은 확실한 듯하다.
그런데 이렇게 SNS상 인기를 통해 작가가 된 사람들 대다수의 책을 보면 공통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있다.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고 누구나 할 수 있는 뻔한 말만을 늘어놓은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그들의 글은 독자가 쉽게 공감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주제를 다루지만, 어쩐지 이미 까버린 밤송이 같다. 밤송이 껍질이 더 적합한 표현이려나. 알찬 밤송이인 줄 알았는데 뒤집어 보니 밤만 쏙 빠져있는 것이다.
그 저자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없는 것인가?
문장 자체로 독자의 공감만 살 게 아니라 마음에 오래 남는 진짜 이야기를 전할 수는 없는 것일까?
에세이 분야의 인기 있는 책이라고 해서 보면, 수박 겉핥는 소리만을 감성 충만하게 써 놓은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출판사마다 줄줄이 유행을 따르듯 낸 감성 에세이들은 모두 그게 그것 같고 어디서 많이 들어 본 표현들의 집합처럼 느껴진다. 과연 돈을 주고 소장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에세이'는 읽는 이를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어야 하고 나아가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보면 SNS 작가들의 감성 글도 에세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좋은' 에세이란 저자의 경험이나 구체적인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하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행복해지려고 애쓰지 마세요."
가령 이런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면 적어도 행복해지기 위해서 노력했던 저자 본인의 모습이나 어떤 이의 상황, 굳이 행복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됨을 깨닫게 된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러면 독자는 저자의 이야기에 감정이입을 할 수 있고, 그의 메시지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적지 않은 감성 에세이 책들이 메시지를 '던지는 것'에 그치고 만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나는 몇몇 SNS 인기 작가들의 책을 읽어 보다 알맹이가 없는 밤송이를 뒤집은 느낌을 여러 번 느끼곤 했었다.
훗날 책 출간을 희망하는 사람으로서 때로는 독자들의 선호가, 그들의 취향이 그런 것에 먹히는(?) 것인가 싶어 왠지 씁쓸한 기분이 들 때도 있다. 저자의 SNS상 인기를 이용해 마케팅하는, 저자의 삶이 녹아있지 않은, 우리 모두 머리로 아는 진부한 글귀를 써 내려간 책들이 주는 공감과 위로의 깊이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타산지석으로 삼을까.
책을 출간하는 것에 관하여 그들로부터 분명 참고할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글'을 쓰는 데 있어 경계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 볼 수 있을 듯하다. 독자에게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가 닿을 수 있는 글, 좋은 에세이를 쓰기 위하여.
내가 아닌 누군가가 해도 상관없는 말을 글로 적는다면, 아무리 읽는 이가 그 글에 공감을 하고 위로를 받는다 하더라도 그의 마음에 오랫동안 남아있기란 힘들 것이다. 그런 글은 또 어디선가 비슷한 모양으로 나타날 것이고 비슷한 목소리로 읽힐 것이므로.
SNS 작가의 감성 에세이, 그래서 참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