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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영 Jul 04. 2024

<농담> 밀란 쿤데라

2023-01-14

<농담> 밀란 쿤데라

"그것 때문에 프라하에서 온 거야?" "아니, 그것 때문은 아니야. 하지만 모든 일들이 처음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끝나잖아." "그래, 완전히 다르게 끝나
버리지." 내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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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한 마디 잘못 했다가 젊은 날로부터 추방당한 루드비크가 그의 잃어버린 고향을 찾아가는 한 편의 실존적 오딧세이아다. 이 주체의 여정은 상상계-상징계-실재계의 도식을 따라가기도 하고, 키에르케고르와 카뮈 사이에 멈춰 서서 자유를 생각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여느 오디세이아가 그러하듯 그 길에는 희망과 웃음 대신 실망과 굴욕이 가득하다. 잠깐의 사랑도 있었지만 오랜 쓰라림이 곧 그 기억을 대체한다.

잔인하게도 농담이란 본래 그런 것이다. 그게 농담인 줄 알지 못하면 당황스럽기 그지 없는 것, 반드시 깨닫고 나야만 웃을 수 있는 지연된 세계이자 강요된 안심. 책을 읽다 루드비크의 삶의 형식이 곧 우리 모두의 것과 동일하다는 생각에 이르자 씁쓸한 웃음이 들고 말았다.

#농담 #밀란쿤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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