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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영 Jan 14. 2022

라디오 사연에 또 당첨됐습니다

feat. 푸른 밤 옥상달빛입니다

한 때 라디오를 듣는 게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었고, 몇 달 전 '푸른 밤, 옥상달빛입니다'를 5분 정도 듣다가 우연히 보낸 문자가 당첨된 뒤로는 한 번도 듣지 못했다. 그러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수다를 떨었는데, 흥미진진한 얘기를 듣게 되었다.


대략, 친구가 카페 알바를 하는데 갑자기 고양이 밥그릇과 물통을 씻어달라는 초등학생들의 요청에 흔쾌히 응했고, 그 뒤로 아이들과 연을 맺게 되었다는 스토리다. 친구는 알바생의 특권으로 <사장님 몰래 스킬>을 시전해 케이크와 마카롱, 와플 등을 주었고 초등학생들은 "저희가 마냥 얻어먹을 순 없죠." 라며 편지와 초콜릿을 건네주었다. 친구는 그 뒤로 '예쁜 언니, 와플 이모'라는 별명을 얻었고 만족스러운 알바 생활을 하고 있었다. 갑자기 알바를 그만두기 전까진 말이다.


친구는 사정이 생겨 일을 그만둬야 했고, 아이들은 친구를 사장님으로 알고 있어 그냥 말없이 사라져 버릴까 고민하고 있었다. 나는 듣자마자, 어? 이거 라디오 사연 감인데? 하는 생각이 들어 곧장 라디오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다.


그리고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날 산타가 찾아오기라도 한 듯 뜻밖의 문자를 받았다.

오잉.. 이게 뭐지? 근래 라디오를 전혀 들은 적이 없는데, 당첨이라니. 정말 난데없고 당황스러웠다.


처음에는 스팸인 줄 알았다. 심지어 5만 원이 넘는 과세 상품이라니, 내가 그런 선물을 받을 만큼 한 게 없는데? 고개를 갸우뚱거릴 뿐이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문득 10월쯤 홈페이지에 친구 사연글을 올린 기억이 났다. 사실 그때 글을 올리고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었는데, (보통 전화연결이 이루어지곤 하니,) 전화기를 붙잡고 기다려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서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래서 팟캐스트를 열어 언제쯤 사연이 방영된 건지 찾아보니, 사연을 올린 이틀 뒤에 하상욱 시인과의 참견 주제로 소개되었다. 1시간가량 그 주제로 이야기를 해주셔서 감개무량했다.


홈페이지 사연 당첨은 처음이라, 이렇게 문자가 두 달 늦게 오는지도 처음 알았고 모든 게 새롭고 신기했다. 조금 죄책감이 들었던 건, 예전만큼 애청하는 것도 아닌데 갑자기 올린 사연이 당첨되어 부끄러웠다. 그래도 여러 번 당첨되니, 어떻게 글을 올리면 당첨이 잘되는지 약간의 요령(?)을 알게 되어 정리해보고자 한다.



1. 진정성을 담은 글에, 위트 한 스푼

라디오를 이전 몇 년간 꾸준히 들으면서 느낀 점은, 아무리 DJ의 입담이 좋아도 적절하고 재미있는 사연이 바탕이 되어야 청취자로서 들을 맛이 난다는 점이다.


특히 소개되는 사연은,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공감되는 내용이면서 예상치 못한 포인트와 재미요소가 들어간 내용이다. 듣는 사람들이 대중적으로 이해할만한데, 또 특별하고 논의 거리가 될만한 사연이어야 방영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우리가 친구에게 들려주는 썰이나 얘깃거리 모두 라디오 사연 감이 될 수 있다.


ex) 소개팅에 대타로 나갔는데, 사촌오빠가 나와서 당황했던 이야기

ex) 코로나에 걸려 자가격리를 하다 일어난 좌충우돌 이야기


이렇게 일상에서 겪는 일 중, 조금 화제가 될만한 이야기를 골라 최대한 솔직하고, 진정성 있게 글을 쓰는 것이다. 무엇보다 나의 진심과 그때 느꼈던 감정을 세세히 쓰는 것이 중요하고, 여기에 약간의 양념을 쳐서 재미있게 글을 쓰면 당첨확률이 올라간다. 당첨만을 목표로 소설 같은 가짜 이야기를 쓰는 사람도 있다고 하는데, 타고난 이야기꾼일진 몰라도 진정성이 느껴져야 진정한 사연이라고 생각한다.


2. 라디오 DJ의 말투, 억양에 어울리게 쓰기

라디오 사연 감이 될만한 이야깃거리를 찾았다면, 글을 쓰기 전 내가 애청하는 라디오 DJ의 말투와 억양을 떠올려봐야 한다.


그 DJ가 평소 어떤 뉘앙스로 농담을 했더라?

아, 내가 적은 이 문장을 어떻게 읽어주려나? 


한번 고민을 해보고 글을 쓰면서 DJ의 말투에 착착 감기게 써보는 것이다. DJ의 말투를 흉내 내어 내가 쓴 글을 한 번 쑥 읽어보는 것도 좋다. 문장은 최대한 간결하게, 하지만 필요한 내용은 모두 들어가게 말이다.


그리고 DJ의 개그코드와 맞게, 요즘 유행하는 어휘를 적절히 사용해서 문장을 구사하면 예상한 포인트에 분명히 웃음이 터질 것이다. 그렇게 실제로 방영되면 어떤 느낌일지 상상해보면 더 기분 좋게 라디오 사연을 적을 수 있다. 물론, 내가 생각한 것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라디오에 소개되었지만 행복하고 기억에 오래 남을 일이 되었다.


가끔, 나만 알고 있는 특별한 이야기, 숨기면 아까울 재밌는 이야기, 혹은 누군가에게 진심을 담아 고백을 하고 싶다면 라디오 사연으로 보내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P.S: 저 요령대로 쓴다고 해서 꼭 당첨된다는 보장은 없다. 사실 운빨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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