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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영 Jan 19. 2022

주현영 기자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

오랜만에 알고 지내던 선생님을 만났다. 처음 교사 일을 시작했을 때, 그 선생님이 해주신 현실적인 얘기는 늘 마음에 와닿았고 그 덕에 끈을 놓지 않고 일을 할 수 있었다. 

서로의 첫인상에 대해 말하던 중, 갑자기 좋은 아이디어라도 떠오른 듯 눈이 동그래지셨다.


"근데 있잖아, 너랑 말투가 똑같은 사람 발견했어. 엄청 유명하거든? 진짜 똑같아!"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좋은 얘기는 아닐 것 같아 안 듣겠다고 저항했다. 

그런데, 자꾸 나를 보며 큭큭거리며 웃길래 하는 수 없이 물어봤다.


"뭔데? 대체 누군데? 사람이 아닌 거 아냐? 막 캐릭터 이런 거 아니지?"

평소, 사람이 아닌 것을 닮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의심스러웠다.

"아니, 사람이야 사람! 그.. 주현영 기자..!"


살짝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안녕하세요. 젊은 패기로 신속 정확한 뉴스를 전달한다..ㅋㅋㅋ 알지? 너 처음 봤을 때 말투랑 똑같아!"

"아니, 내가 그 정도였다고?"

"응, 너 나한테 물어보는 것도 엄청 조심스러웠다고.. 질문 하나 해도 되겠습니까? 막 이러고.."

"ㅋㅋㅋㅋ 부정은 못하겠네. 아, 사실 그 영상 처음 봤을 때 난 줄 알았어. 특히 편견, 차별? 뭐 이런 식으로 단어 헷갈려서 이야기할 때는 나랑 비슷하더라. 갑자기 선생님들한테 말을 하려고 하면 생각이 안나더라고."


누가 봐도 사회초년생 같긴 했지만, 그래도 애써 티를 안 내려고 했는데 그렇게 티가 났다니. 부끄러우면서도 웃겼다. 학교에 가니 모든 사람들이 다 대선배처럼 보였고, 그들에게 항상 열심히 하는 사람으로 보였으면 해서 더 쭈뼛쭈뼛 긴장한 모습으로 비쳤나 보다. 사실 내 모습을 직접 볼 수가 없어 몰랐는데, 주 기자 덕분에 메타인지가 되었다. 


일부 기성세대들은 주 기자 캐릭터를 보고 '요즘 20대가 이래서 문제다, 쉽게 포기하고 약해 빠졌다, 못하겠으면 도망치려고만 한다'라는 말을 하며 불편함을 느끼기도 한다. 사회생활을 오래 겪은 그들에게는, 아마 그런 모습이 나약하고 답답하게 보일 것이다. 하지만, 포기하고 약해 보이는 20대들의 모습은 뭐든지 잘하고픈 강박과 첫 사회생활에 대한 두려움으로 생긴 풋풋한 시행착오일 것이다. 워낙 기반을 잘 닦아놓은 인생의 고경력자들이 많기 때문에, 너무 어리숙해 보이고 싶지 않은 그들의 발버둥일 것이다. 나도, 아직은 20대이기 때문에 자신감에 비해 떨어지는 어휘력으로 동공 지진을 겪을 일이 많지만 나름 애쓰고 있다고 위로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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