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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우진 Jun 25. 2021

현재를 살게 되다.

"제가 뭐라 섣불리 드릴 말씀이 없네요, 검사결과를 지켜보죠."


결혼한지 채 두달이 되지 않았던 2018년 5월의 어느날, 내 뒤통수에는 혹이 자라기 시작했다. 


특별히 전조현상 없이 단순히 몸살이 심하게 걸린 것 같았던 것이 시작이었다.  


감기가 잘 낫질 않는다고 생각하던 어느날 아침 고개를 돌리기 어려울만큼 심각한 통증과 함께 베개 위로 느껴지는 확연한 이물감에 병원을 찾았고 몇가지 진료 이후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너무 걱정하진 말고, 별일 아닐거야. 집에서 일단 잘 쉬어야지.'


아내와 가족에게 이 사실을 알린 뒤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의사선생님의 돌처럼 굳은 얼굴과 차가운 목소리는 반복적으로 귓가를 맴돈다. 


결혼 직후 아내의 감기 증상으로 찾았던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아내 옆에 있는 나를 보며


"보호자분, 아내분 죽는 거 아니니까 좀 떨어져 계셔도 됩니다~ 그냥 감기에요~" 라고 장난을 치시던 때와는 다르게 사무적인 말투와 차가운 분위기는 아직 결과를 듣진 못했지만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떠올리게 하였다.


진통제 덕분에 검사결과가 나오기까지 약 1주일정도 시간이 있었지만 큰 어려움 없이 지낼 수 있었다. 그렇게 다시 방문한 병원에서 


"다행입니다. 경계성 종양이네요. 집중 치료하시고 관리 하시면 크게 걱정 안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전에 방문하셨을 때 간이 검사결과가 안좋아서 엄청 걱정했는데 정말 다행이에요."


이후 추가적인 이야기를 들어보니 림프절처럼 면역을 담당하는 부분이 뒤통수에 있는데 이 부분이 문제를 일으킨것이라고 한다. 정상적인 세포라면 타원형을 이루고 있어야 하는데 너무나 확연한 원형이어서 악성일수도 있겠다고 생각하셨다니.. 천만 다행이다.


결과를 듣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었다. 분명 처음 병원을 방문하고 돌아왔던 길과 같은 길인데 너무나 다르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 순간을 기점으로 삶을 대하는 태도는 완벽하게 달라졌다.




이전에는 '도전'에 대해 큰 필요성을 느끼지도 못하고, 변화보다는 안주하는 삶을 지향했었다. 게다가 다가올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지금은 준비해야할 때라며, 목적없는 절제로 포기에 익숙한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하지만, 이렇게 삶의 큰 고비를 넘고 나니 현재의 중요성에 대해 깨달을 수 있었다. 우리가 흘려보내는 이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단순하게 미래를 대비한다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내가 맞이할 미래는 오늘이 쌓여나간 결과라는 사실을 마주하고 불분명한 미래보다는 확실한 현재를 위해 행동하고, 내게 주어진 것들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기 시작했다. 


나와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자기계발 책을 읽기 시작하고, 내 습관을 교정하기 위해 오늘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며 잘한 점을 칭찬하고 서로 원하는 것을 이야기했다. 일방적인 주장이 아닌 토론과 타협으로 함께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을 익혀나갔다.


의식하지 못한 채 구덩이에 빠져버린 나 자신을 깨닫고 벗어나기 위한 실천을 시작했다.


어떤 프레임으로 세상을 접근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삶으로부터 얻어내는 결과물들이 달라진다. 프레임을 알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프레임, 최인철>


머리 속으로 생각만하고 실천하지 않던 삶에서, 일단 실천하고 보완해나가는 삶으로 방식을 바꿔보니 불만족스러운 결과라도 항상 결과가 남았다. 그 결과는 다음 실천을 위한 발판이 되고 이어지는 각각의 시도는 기대이상의 결과를 만들기도 하였다.


그 대표적인 예로 '자기효능감'을 들 수 있다. 


시도를 하지 않는 삶에서 나는 '아무것도 만들 수 없는 사람'이었다. 어쩌다 하는 실천은 그동안의 실패를 보완해야한다는 부담감으로 작용해 나를 짓눌렀지만, 지속적인 시도와 결과를 통한 피드백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는 동시에 '뭐라도 만들어 내는 사람' 이라는 자기효능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뭐라도 만들어 내는 사람'은 간간히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게 되었고 '작은 성공을 경험해본 사람'이 되었다. 


앞으로 내가 걸어갈 구불구불한 길 위에는 내가 세운 수만 개의 크고 작은 이정표가 놓일 것이다. 나이게 성공이란, 매일 1%씩 끊임없이 발전하고 성장하며 최고의 나를 갱신해 나가는 일이다.
- <사수가 없어도 괜찮습니다, 이진선>

이 '작은 성공'들은 지금 내게 '가능성'을 제시해주고 있다. 꾸준한 실천이 쌓여나간다면 이 가능성은 얼마든지 현실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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