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adin, 2019
10분 늦게 영화관에 도착한 게 문제였을까. 이야기의 흐름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주인공(알라딘, 메나 마수드)과 빌런(자파, 마르완 켄자리)의 대립 구도도 허무하게 끝난다. 제작진들이 자스민(나오미 스콧)을 통해서 페미니즘 한숟갈을 어떻게든 넣고 싶어하는 모습이 눈에 보여서 (그 좋은 의도와 관계없이) 이야기가 집약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로맨스도 붕 뜨고, 자스민 공주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페미니즘 이야기도 짧게 끝나버린다.
그러나 이러한 단점에도 <알라딘>의 장점은 뚜렷하다. 댄스 영화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춤사위, 뮤지컬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귀가 즐거운 음악, 영화 내에 나타나는 전반적인 색감과 영상미, 지니/아부/달리아/이아고와 같은 등장 인물들의 웃음 포인트 등은 예술의 한 장르로서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대부분의 것을 보여주었다. 그렇기 때문에 개연성의 문제는 영화를 평가하는데 있어서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만, 본인이 어떤 포인트를 중요시하는가에 따라 영화의 평이 가릴 수 있다. 정말 눈과 귀가 즐거운 영화였다.
p.s 디즈니는 여러 동화를 각색해서 애니메이션을 만들었고, 이 애니메이션을 각색한 실사 영화를 만들었다. 원작 동화에서 애니메이션 영화를 만들 때 설정을 꽤 많이 바꾸고, 실사 영화로 만들 때는 트렌드 한 숟갈을 넣는다.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이번에 나온 실사 영화 <알라딘>은 애니메이션 영화 '알라딘'에 비해 자스민 공주의 역할이 중요하다. 디즈니는 20세기 말부터 꾸준히 페미니즘을 영화에 반영하려고 노력했고, 특히 현재 많은 디즈니 영화에서 여성 등장인물을 주도적으로 그리고 있다. 그러나 자스민 공주의 역할은 가부장제 사회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여성이라 보기 어렵다. 왜냐하면 본인의 다른 노력보다 아버지 술탄에 의해 결국 인정받는 (최초의 여성) 술탄이 되었기 때문이다. 다음 대사에서 감동을 받았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앞서 서술한 의미로 해석되어 찝찝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You shall be the next Sult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