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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수 Sep 03. 2020

잘 알지도 못하면서

 얼마 전의 일이었다. 어떤 사람이 나의 사정을 모른 , 무조건 나의 잘못이라며 나무랐다.  사람은 도대체 나에 대해서 얼마나  알길래 무조건  잘못이라 단정 지었던 걸까.  알지도 못하면서.

 4 , 어느 회사에서 사무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때 밀린 업무 때문에 잠깐 다른 팀에서    일을 했었다. 나는 출근 시간이 9 30분이면 항상 9 전에 도착해서 업무를 준비하곤 했다. 컴퓨터를 켜서 메일을 확인하고, 양치질을 하고, 이래저래 주위를  보면서, 가장 일찍 왔다는 뿌듯함(?) 느끼며 자리에서 일을 시작했다. 자주 지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사람들을 한심하게 바라봤다. 나이도 많아 보였는데 매일 지각이라니, 불성실하기 짝이 없는 사람들. 나는 일주일 뒤쯤 담당자와 그분들의 이야기를 엿듣게 되었는데, 그분들은  시간 거리에서 통근을 한다고 했다. 6 전에 일어나 준비하고 7 20분쯤 출발한다고 한다.   버스나 지하철을 놓치면 시간이  많이 지연된다고 한다. 나는 그제야 그분들이  지각을 자주 했는지 알게 되었다. 나는  알지도 못하면서  사람들을 ‘불성실하기 짝이 없는 사람으로 규정해버렸다.

 어제, 카페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어떤 중년의 아주머니  분이 음식도 쩝쩝거리며 시끄럽게 먹고, 스마트폰으로 영상 통화를 하는지, 되게 시끄러운 소음이 계속되었다. 나는 속으로 ‘아무리 카페가 이야기하는 곳이지만  정도 소음은 너무 하지 않나.’ 신경이 쓰였다. 집중을 하다 보니  들리진 않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주기적으로 기괴한 웃음소리도 들렸다. 스마트폰도 벨소리가 아주 크게 울리고, 시끄러웠다. 이제 집중력의 한계다 싶어서  교양 없는 사람들을 쳐다봤다. 내가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그분들은 손으로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분들의 스마트폰 소리, 영상 통화, 쩝쩝거리는 소리, 기괴한 웃음소리가  이해가 되었다. 그분들은 농인이었다. 너무나도 즐겁게 손으로 대화를 하는 그분들을 보면서 나는 생각에 잠겼다.   알지도 못하면서 남들을 ‘교양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나이를 먹으면 지금 가지고 있는 신념, 상식, 정의를 가진  좋은 어른이   알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나의 상식과 정의를 남에게 강요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정작 남들이  이해하지 못할  꼰대라며 욕하고, 내가 남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  사람들의 문제라 합리화했다. 누군가의 사정을 모른  함부로 단정 짓고  사람을 평가하는  다시 한번 반성한다.  알지도 못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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