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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김연지 Oct 22. 2023

미국서 대박 난 한국인 아줌마

[잘 나가는 K 아줌마 마인드 셋] 스스로를 높이고 싶다면 꼭 보세요


아이에게 중요한 시기는 엄마에게도 중요한 시기다. 한창 사회적, 경제적으로 성장해야 하는 시기에 엄마는 임신, 출산을 하고 육아를 하면서 종종 그 시기를 놓친다. 재기하려 해도 아이가 큰 만큼 나 역시 나이가 들고, 트렌드에 뒤쳐졌다는 편견에 씌어진 아줌마를 받아주는 곳은 거의 없다.


아이를 키워본 사람은 안다. 밥 먹이기, 양치와 세수, 목욕을 하고, 옷을 입히는 것부터 이 모든 것을 아이 혼자 스스로 하기까지, 밖에서 쉬하기도 힘들어하는 아이를 극복하도록 하는 (지금 어른들이 아무렇지 않게 해내는) 것들을 숨 쉬는 행위처럼 당연하게 해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고 지금까지 대부분 엄마들이 도맡아 왔다.


해본 사람은 안다. 밥 먹이는 것부터 양치고 옷 입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잔소리와 달래기와 갖은 음모와 술수와 협박이 오간다는 것을. 달리 말하면, 완전히 분리된, 내가 통제할 수 없는 한 독립체를 사회생활이 가능한 인간으로 키워야 하는 의무와 책임을 가진 게 부모고 그 역할을 엄마가, 가장 손이 많이 가는 신생아부터 어린 시절에, 엄마 자신의 커리어를 포기하고 (잠시 접고) 온전히 뛰어들곤 한다.


그뿐인가. 무보수, 무휴가다. 명절이나 집안의 크고 작은 대소사에 시댁, 친정일까지 보탠다. 육아휴직 중이라 회사에 안 나간다는 이유로 감당할 몫은 어째 두 배가 된다. 회사에 가면 밥도 먹고 싶은 거, 먹고 싶은 시간에 먹고 돈이라도 받지, 명절엔 애보고 시댁 가서 엉덩이 붙이기도 힘들고, 또 둘째는 언제 낳냐, 애는 왜 또 저리 아프냐. 옷은 왜 저렇게 입혔냐. 온갖 지적은 모두 엄마의 몫이다.


(이게 과연. 경력 단절이고 트렌드에 뒤처지는 것인가 싶냐마는 싸우자고 쓰는 글이 아님을 다시 한번 말씀드리며. 본론으로 넘어갑니다.)


요즘은 조금 달라진 게 있다. 예전에는 어쩔 수 없는 ‘가장’ 위주의 분위기로 엄마의 커리어를 포기했다면, 요새는 치솟는 집값과 물가와는 달리, 오르지 않는 월급 탓에 하나만 낳아서 잘 기르자는 성향이 짙어지고, 금수저가 아니라면 최고의 사다리는 교육뿐. 그러다보니 조기교육열로 번지기도 한다.


학교에 들어가는 순간, 아이들의 출발선은 달라진다. 영어유치원이야 10년 전에도 있긴 했으나 준비 연령이 점점 어려지고, 수학도 무조건 해당 학년보다 2~3년은 먼저 배운다는 것. 그렇지 않으면, 내가 6학년 수업에 들어가면 3, 4학년들과 같이 수업을 들어야 한다. 이러면서 아이들이 공부를 포기하고 그러면서 엄마들이 “이러다 큰일 나겠다” 싶어서 하던 일을 그만두고 아이의 교육에 올인하게 된다. 아이의 학원 스케줄을 짜고 직접 라이드 하는 것은 물론 요새는 아이 친구들도 엄마가 만들어준다고 한다. (워킹맘은 절망)


일하고 그렇게 똑똑하던 엄마들이 일을 그만두고 아이 교육에만 몰입하면서, 가장 큰 문제는 아이의 성적이 엄마의 스펙이 돼버리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해서라도 자녀가 공부 잘하고 스스로 진로를 잘 개척해나가면 다행이고 참으로 감사한 일일테다.


그러나 공부 또한 재능인데 어떻게 모든 아이가 어찌 공부를 다 잘하겠는가. 아이가 입시에 실패하면 엄마는 또다시 실패자가 되고 마는 게 현실이다. 자신의 인생에서도, 아이의 인생에서도.


속상한 내 맘 달래기도 벅찬데 집안 내 갈등으로도 번진다. 당신은, 애미는 애 하나 못 키우고 뭐 했냐고.


이런 수많은 역할들 속에서, 이런 것들을 해내기만 해야 하는 의무 속에서 나의 정체성을 찾으려면 엄마는 어떻게 해야 할까. 도대체 뭘 해야만 하는 걸까.


https://www.youtube.com/watch?v=UxQQKeBnNWM


이런 고민이 쌓여가던 찰나, 꿈같은 기회로 미국에 다녀오게 됐다. 9월 중순부터 약 보름간 주한미국대사관이 주최하는 한미 인플루언서 교류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다양성, 포용성, 인권 등에 대한 인사이트를 나누었고, 그 프로그램 중 하나로 <Ajumma EXP> 창립멤버 두 분을 만났다. <아줌마 EXP>는 ‘치열한 삶을 살아온 K 아줌마를 기념하고, 자랑스러워하면서 드세고 억척스러운 그간의 부정적인 인식을 긍정적으로 개선하는데 힘쓰는 한국인 아줌마 댄서들이다.


잠깐 EXP를 소개하자면, 샌디에이고 ABC뉴스 전 앵커인 Lee ann kim은 "여성들은 가족과 사회를 위해 많은 일을 하고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그 역할이 잊혀 간다”면서 "이런 중년 여성들의 삶에 좀 더 활력소와 즐거움을 선사하고 싶었다”면서 Ajumma EXP의 시작을 소개했다.


이날 함께 만난, 회계사이자 비즈니스 우먼 Sonia는 “춤을 단 한 번도 춘 적이 없는 아줌마들이 대다수인데, 새로운 도전을 해보자는 용기와 나이가 들수록 더 즐거운 삶을 살 수 있다는 점을 전 세계에 공유하고 싶었다”며 “중년 여성을 뜻하는 '아줌마'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내포하고 있지만 우리는 자부심을 갖고 '아줌마'에 담긴 진정한 의미를 되찾고 있다”고 전했다.


(본론으로 돌아가) 여러 가지 한국 여성의 정체성에 대해 Lee Ann은 “중요하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내가 누구냐’하는 질문을 생각하고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입을 열었다. "한국인들은 특히 우리의 정체성을 ‘우리가 무엇을 하는가’와 연결 짓곤 하는데 좋은 엄마가 되는 것, 내가 하는 일이나 자녀가 공부를 잘하는 것은 ‘나 자신’을 정의 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은 다 왔다가 가요. 직업?
언젠가는 더 이상 일하지 않아요.
아이들도 언젠가는 떠나요. 그럼, 난 누구죠?
그 아이들 없이 난 누구죠? 그 직장 없이 난 누구죠?

나중에 혼자 남아서 ‘나 뭐야’ 그렇게 되는 게 아니라
직업이나 대학 등에 상관없이 ‘나’에 대한 정의를 내릴 수 있는 도전을
해야 합니다. ‘당신을 정의하는 것을 생각하는 것’은
일, 자녀, 가족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니까요"


Sonia는 “간단하게 한국 답변드리면 떠나셔야 해요”라면서 반동담으로 웃으며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다들 그렇게 생각하니까 사실 나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것도 불안할 것 같다는 게 그녀의 이야기다. 하지만 잘못된 것은 맞고, 아이, 엄마 모두가 피해자이기 때문에 어디선가 누군가 시작해야 하는 것은 맞는 것. 그렇다면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젊은 사람들은 다음 세대에서 그런 방식이 싫으면 지금부터 생각을 바꾸고 ‘성공’이라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 자식이 서울대 가면 그게 ‘나의 성공’? 서울대 가더라도 멘탈이 무너지면? (그걸 성공이라고 할 수 있나요?) (자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당신은 뭔데요?’ Nothing? 아무것도 아니에요? 당신도 Something”이다. 당신도, 엄마도, 아줌마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재밌는 통계가 있다. 여성의 평균 가사 노동이 끝나는 나이가 몇일까?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84세다. 이 기사를 두고, 여기자들은 팩트 확인을 요구했다. 이것은 평균 수명 아니냐고, 여성은 거의 죽기 전까지 일하다 죽는다는 것인가 ^^;;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8/0002645678?sid=101


한국 코로나 시기- 학교, 유치원, 휴교해 버린다. 어쩔 수 없는 것이었지만, 이는 집에는 누군가 보호자, 즉 엄마가 상주하고 있을 것이란 편견 또한 자리한 것이다. K아줌마는 언제나 공기처럼 당연했던 것이지.


"여성이 이러니 남자도 일하라"가 요지가 아님을 재차 알린다. 그간의 노력을 인정해달라, 억척스럽다고 여기지 말고, 살림만 했다고 무시하지 말고, 치열했던 아줌마의 삶을 추앙해달라는 뜻이다. 기려달라는 의미다. Lady 연지가 아닌 아줌마 연지~라고 불려도 Lady에 담긴 그 고상함과 우아함이 아줌마에도 담겼으면 한다.


이분들의 에너지와 열정을 몸소 느끼고 나니, 한국에서도 이런 멋진 아줌마 커뮤니티를 꼭 만들어보고 싶다는 의지가 솟구쳤다. 필자도 고등학교 때 리더를 맡았던 댄스동아리 이름이 Expression이었는데( ㅋㅋㅋ 우리 익스들부터 모아야 하나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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